당신을 차세대 앤디 워홀의 랍스터 세계로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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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당신이 똥을 싸더라도 사람들은 박수를 칠 것이다.”
이 문장 어디선가 꽤 많이 들어보셨죠? 웃기기도 애석하기도 한 이 말은 팝아트의 거장인 앤디 워홀(Andrew Warhola Jr., 1928~1987), 이 남긴 말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실제로 앤디 워홀은 이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요!? '점 하나 찍고 돈을 번다'는 현대미술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과 함께 와전된 이야기랍니다. 실제로 겉보기에는 굉장히 단조로운 형태의 작품인데, 아주 비싼 값이 책정되는 예술작품들이 있죠? 그런 현대미술 작품들은 잘 만들었고 못 만들었고를 따지기보다는, 그 작가의 인생과 화풍 등 전반적인 요소들까지 고려되어 높은 가치를 갖는다고 봐야 하죠.

제가 앤디 워홀의 작품을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감상은 “쉽다”였어요. 실제로 대중 누구나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앤디 워홀의 예술관이기도 하고요. 덕분에 그는 예술적으로, 대중적으로,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죠. 앤디 워홀의 작품은 이렇게 해석해도 맞는 것 같고, 저렇게 해석해도 맞는 것 같은 면이 있어서 굉장히 다양한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데요. 현대미술에서는 이렇게 작품 하나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고, 이를 해석해낼 수 있는 능력이 더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차세대 워홀'이라 불리며 예술적으로나 대중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받는 ‘이 작가’ 역시 그렇고요!
🦞랍스터 : 내 이야기를 들어봐…

이런 캐릭터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도 처음 봤을 때에는 웬 랍스터인가 했어요. 위의 작품은 바로 '차세대 앤디 워홀'로 불리는 영국의 팝아티스트, 필립 콜버트(Philip Colbert, 1979~)의 작품이에요. 필립 콜버트는 자신의 작품 속에서 항상 저 '랍스터'를 앞세워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그리고 7월 10일까지 그의 국내 3번째 전시인 <필립 콜버트 : 드림 오브 더 랍스터 플래닛>이 진행되고 있죠.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필립 콜버트는 대중 미술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신만의 철학을 구현하고자 했어요. 그리고 자신의 예술적 자아로서 그는 ‘랍스터’를 선택합니다. 왜 하필 랍스터냐고요? 랍스터가 그에게 외계인 같은 신비한 생명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그는 “내가 랍스터가 될 때, 나는 예술가가 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수많은 명화 속에서 인생의 덧없음, 무병장수 등의 의미로 사용되는 랍스터는 필립 콜버트의 눈에 본인의 철학을 이야기하기 적합한 존재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필립 콜버트 전시의 시작과 끝은 오로지 랍스터예요. '랍스터'를 주인공으로 오늘의 대중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고, 그의 작품은 전세계적으로 숱한 러브콜을 받고 있어요. 인터넷 문화와 고전 작품이 혼합된 그의 작품과 그 속에 담긴 철학은 삼성전자, 벤틀리, 코카콜라, 나이키, 애플, 몽블랑 등 글로벌 브랜드들은 매료시키기에 충분했죠. 다수의 협업 프로젝트 또한 끊이질 않고 있고요!
💫오마주 홀릭!
필립 콜버트의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어요.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자주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서 특정 요소를 차용하곤 하거든요. 그가 존경하는 작가나 영향을 받은 작품에게 헌사를 보내는 방식으로, 우리는 이를 오마주(Homage)라고 일컫는데요. 풍자적 성격이 강한 패러디나 타인의 작품을 자신의 것처럼 공표하는 표절과는 다른 종류의 모방이죠.

먼저 위의 작품에 주목해봐요! 역시나 필립 콜버트의 예술적 자아 ‘랍스터’가 주인공인데… 혹시 어떤 명화가 겹쳐 보이지 않나요? 랍스터가 ‘해바라기’ 병을 옷처럼 입고 있죠. 맞아요! 이 작품은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의 <해바라기>를 오마주한 작품이에요. 코로나19 전염병의 확산으로 힘들어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자 작업한 작품이랍니다.

이번에는 변기를 뒤집어쓰고 있는 랍스터! 어디서 많이 본 변기 모양이죠? 이 또한 현대미술의 출발점이 된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1887~1968)이 남성용 소변기를 전시장에 가져다 놓고 ‘예술’이라 선언했던 작품 <샘>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이외에도 앤디 워홀이 대량 생산의 공산품을 예술 작품으로 끌어들인 상징적 소재인 <캠벨 수프> 통을 뚫고 나온 유쾌한 랍스터, 쿠사마 야요이(YAYOI KUSAMA, 1929~)의 <땡땡이> 무늬 같은 바나나 껍질을 뒤집어쓴 랍스터 등 작가는 기존의 유명 작품을 오마주 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이러한 특징에서 작가 특유의 개성과 재치가 잘 묻어나고 있죠?
🔭자신만의 세계를 찾아가세요!
필립 콜버트의 작품에서는 ‘헌트(hunt) 페인팅’ 시리즈를 빼놓고서는 이야기할 수 없어요. 헌트 페인팅이란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이모지, 아이콘 등 대중적인 이미지들을 그림 속 한 장면에 빼곡하게 담아낸 것을 이야기하는데요. 그는 해당 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디지털 문화와 초현실주의적인 이미지를 서양 미술사의 흐름과 함께 보여주고 있어요. 이를 통해 오늘날 예술이 핸드폰과 컴퓨터를 통해 쉽게 접근 가능하며 소비된다는 사실을 지적하기도 하죠. 또한, 필립 콜버트는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 뒤샹,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561~1626)에 이르는 폭넓은 작가들의 이미지들을 차용하기도 합니다. 때문에 미술사 속 작품들은 시간을 뛰어넘어 현대에서도 계속해서 회자되죠. 그는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이모지, 기호들을 촘촘히 더하기도 하는데요. 시각 이미지가 과하게 소비되는 디지털 사회로 인해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에게 물음을 던지는 것이랍니다.
“우리는 울트라 팝의 포화상태 세계, 즉 인스타그램의 대량 유입과 SNS 이미지가 예술적 기억으로 어우러지는 일종의 메가 팝 세계에 살고 있다.”

이 작품을 한번 볼까요?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부터 시작해서, Adidas 브랜드 의류, 인터넷 알림창, 트위터의 파랑새, 여러 이모지, 피카소(Pablo Ruiz y Picasso, 1881~1973)의 <우는 여자>와 유사한 생김새를 가진 사람의 표정도 찾아볼 수가 있네요. 여러분은 또 어떤 이미지를 발견하셨나요? 필립 콜버트의 작품은 이렇게 하나의 작품에서도 수많은 재미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랍니다. 이렇게 작가의 수많은 헌트 페인팅 시리즈 속에서 관람객들은 저마다 다양한 이미지들을 찾아보며 작품을 해석하는 재미를 얻게 됩니다. 다시 말해 작품을 보는 사람 저마다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다는 거예요.
필립 콜버트는 헌트 페이팅 시리즈를 통해 '남들의 시각에 연연하지 말고, 당신의 세계에서는 당신이 주인공'이라는,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해요. 최근 출간되는 책 중에는 ‘자존감’을 소재로 하고 있는 것들이 많죠. ‘자존감’이 낮은 이의 경우 다른 사람의 눈치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보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타인의 눈치를 보느라 정작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생각한 바를 이야기하지 못하기도 하고요. 다양한 개인들이 함께 살아가는 복잡하고 혼란한 현대 사회의 모습은 필립 콜버트의 그림과 많이 닮아있어요. 보는 이에 따라 해석이 다른 것처럼 그 해석에 있어서도 정답은 없으니까요! 그저 자신에게 보이는 대로, 느껴지는 그대로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까요?
✅솔직 핵심 정리 노트
ㅇ박수갈채드립니다
- 예약제로 진행되는 전시! 덕분에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필립 콜버트의 작품 세계에 온전히 빠져들 수 있었어요.
- 다양하고 풍부한 작품들! 필립 콜버트의 예술을 이해하기에 충분했던 규모 있는 전시였어요.
💬Editor’s Comment
많은 현대인들이 다중인격처럼 살아간다고들 해요. 회사에서의 모습, 친구들과 있을 때의 모습, 혼자 있을 때의 모습이 모두 다를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누구나 저마다의 ‘랍스터’를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는 시대. 필립 콜버트가 작품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는 ‘당신의 세계에서는 당신이 주인공입니다’ 아닐까요? 작품 속 필립 콜버트가 숨겨 놓은 그의 철학을 들여다보며 여러분의 또 다른 자아는 무엇일지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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