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고정관념 내리고 상상력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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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은 전시회에서 미술 작품을 어떻게 감상하시나요? 고백하자면, 저는 무작정 그림만 휙휙 둘러보거나 그림 옆 해설을 읽기에 급급할 때가 많아요. 분명 힐링하러 전시회를 갔는데 머리만 무거워져서 나온 경험, 한 번쯤은 겪어보지 않으셨나요? 하지만 여기, 그 어떤 해설도 필요 없는 전시회가 있습니다. 이 전시회에서는 작품을 이해하지 못해 괜히 눈치 볼 필요도 없어요. 작품에 정해진 의미를 담지 않았거든요. 여러분은 그저 상상하시기만 하면 됩니다! 어떤 전시냐고요? 바로 8월 28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영국 현대미술의 거장 :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展>이랍니다.

 

🤨개념미술...? 그게 뭐야?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작품을 보면, 자연스레 팝아트1)를 떠올릴지도 몰라요. 그의 작품 속 간결한 선과 눈에 띄는 색채는 유명한 팝아트 작품들을 연상시키거든요. 그렇지만 작가는 자신의 예술을 팝아트가 아닌 ‘개념미술’이라고 부릅니다. 개념미술은 완성된 작품 자체보다 아이디어나 과정을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새로운 미술적 제작 태도를 의미해요. 감이 잘 안 잡힌다면, 뒤샹의 ‘샘’을 떠올려보세요. 전시회장에 당당히 소변기를 올려놓은 뒤샹은 곧 개념미술의 선구자가 되었으니까요. 작품 자체보다 그 작품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가 개념미술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죠.

  그렇다면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이 생각하는 개념미술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볼까요? 여기 MP3를 보고 있는 9n년생과 1n년생이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MP3를 보는 순간 9n년생은 추억에 빠지겠죠. 음악을 들으며 등교하던 기억을 떠올리거나 그 당시 좋아하던 가수를 떠올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MP3를 처음 보는 1n년생은 얼마나 당황스러울까요.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는다면 그게 뭘 하는 물건인지도 알 수 없을 테니까요. 바로 이거예요! 보는 사람의 기억, 경험, 창의력을 통해 같은 물체라도 그 의미가 다르게 해석되는 것 말이에요. 그리고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했죠. 

 

 “그림에 숨겨놓은 상징이나 이야기 따위는 없다. 내 작품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방아쇠! 각자의 스토리를 만들어라” 

  이렇듯 이전에 없던 담대한 시도로 미술계에 큰 이슈가 된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전시에서는 6개의 테마, 총 150여 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어요. 무려 전 세계 최초, 최대 규모의 원화 회고전이라고요! 특히 <참나무(An Oak Tree, 1973)>가 아시아 최초로 전시되어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답니다. 이 작품 외에도 페인팅, 설치, 디지털, 드로잉, 판화 등 다양한 형식의 작품들을 두루 만날 수 있어요. 게다가 2022년 한국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스페셜 아트워크도 놓치면 안 되는 관람 포인트랍니다. 

 

1) 팝아트- 1960년대 뉴욕을 중심으로 발전한 미술의 한 장르예요. 대중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간결하고 명확한 선과 원색을 사용하여 대상을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에요.

 

🖌️그래서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작품이 어떤데?

  선반에 물 한잔이 올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대뜸 저건 참나무라고 하는 거 아니겠어요? 갑자기 무슨 이야길 하는 거냐고요?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대표작 <참나무(An Oak Tree, 1973)>에 대한 이야기예요. ‘선반과 물 한 잔’을 참나무라고 명명한 이 작품은 개념 미술사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어요. 작품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의 작품관이 잘 드러나죠. 

 

<참나무(An Oak Tree, 1973)> ©dohny.com

 

  선반과 물 한 잔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물체들은 대부분 일상적인 물건들이에요. '일상의 사물을 들여다보고 주변의 평범한 물건의 성질을 이해하는 것이 삶의 본질에 더 가깝다'는 작가의 가치관 때문이죠. 작가가 어떤 오브제2)를 사용했는지 주목해보세요. 그의 작품 속에는 실제로 작가 주변에 있던 물건들이 사용되었답니다. 작가가 어떤 물건을 표현했는지, 그리고 그 물건이 나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보며 관람하는 것은 어떨까요?

  작가의 작품 제작 방식도 흥미로워요. 일반적인 연필 드로잉이 아니라 ‘테이프 드로잉’을 하고 있거든요. 테이프를 이용해 사물의 윤곽선을 그리는 거예요. 그렇게 그려진 그림 위에 적게는 5번에서 많게는 40번까지 원색의 물감을 덧칠한답니다. 이런 작업을 통해서 검은 윤곽선과 파격적인 색이라는, 작품의 정체성이 탄생하는 것이죠. 사물을 표현하는 그의 방식은 ‘크레이그 마틴식 회화’로 유명해요. 간단하지만 선명한 윤곽선과 면을 채운 대담한 색, 원근법을 무시한 구도는 그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특징이죠. 그는 이렇게 사물의 디테일을 지우고 색을 바꾸는 작업에 집중해요. 강렬한 색과 단순한 선을 통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시키기 위해서랍니다.

2) 생활에 쓰이는 갖가지 물건들을 작품에 그대로 이용한 것을 오브제라고 해요.

 

✅솔직 핵심 정리 노트

ㅇ박수갈채드립니다

  1. - 150여 점의 ‘원화’에서 작품의 아우라가 고스란히 느껴져요.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이 작품의 색 표현에 진심인 만큼 작품을 실제로 보았을 때 오는 인상을 더욱 크게 느낄 수 있어요.
  2. -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전시예요. 작품 배치와 작품 특성을 고려한 배경색은 작품에 더욱 몰입하게 해 줘요.
  3. - 간결하고도 핵심적인 해설이 좋아요. 전시회 특성상 자세한 해설은 제시되지 않지만 중간중간 꼭 필요한 해설들을 배치에 더 깊은 감상을 유도해요.

ㅇ요건 쫌 아쉬운데

  1. - 도슨트 이용이 복잡해요. 개념미술이라는 장르가 잘 알려지지 않은 만큼 전문가의 설명을 듣고 싶어 하는 관객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해설 도슨트는 미리 예약을 해야 하고 오디오 도슨트는 어플을 설치한 뒤, 추가적인 결재를 해야 이용할 수 있어 접근성이 낮은 것 같아요.
  1.  

💬Editor’s Comment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은 작품 자체로는 오래된 작품인지, 최신작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일관된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요. 하지만 작품 속 그가 ‘일상’의 물건이라고 제시한 물건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이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그의 그림이 시대상을 기록한다고 표현하죠.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들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지만 각 물건들에 담긴 우리의 추억들은 영원해요. 그렇기 때문에 일상의 물건들을 그림 속에 저장하는 그의 예술이 더욱 의미 있게 느껴지네요. 전시회에서 꼭 개념미술의 개념이나 크레이그 마틴의 작품관을 떠올릴 필요는 없어요.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의아해해도 좋아요. 단지 작품을 보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자유롭게 즐기면 된답니다. 그 어떤 화폭보다 넓은 여러분들에 머릿속에 상상력으로 그림을 그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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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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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마이클크레이그마틴 #전시 #개념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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