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오징어 게임> 명대사 아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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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드라마·연극 등, 배우 예술이라 불리는 콘텐츠들을 보고 있으면 종종 마음을 사로잡는 배우를 만나기도 해요. 어떤 배우를 좋아하는 이유는 저마다 매우 다양하고 많을 수도, 혹은 아예 없을 수도 있겠죠. 저의 경우에는 연세가 많은 배우들에게 남다른 애정이 생기곤 합니다. 연로함에도 더욱 기운차고 생기 있는 모습을 세상에 보여주는 일은 더욱 쉽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오늘은 이렇게 노익장을 과시하는 한 배우의 감격적인 소식을 들고 왔답니다!

 

깐부 할아버지는 다 알잖아😉

  사실 세상이 이미 떠들썩해서 알고 계신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해요. 바로 오영수(1944~) 배우의 골든글로브 수상 소식이죠! 오영수 배우는 <오징어 게임>에서 1번 참가자 ‘일남’으로 열연해,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어요. 한국인으로서는 역대 골든글로브 최초로 연기상 노미네이트에 이어 수상까지 이어졌다는 점 때문에 더욱 기쁘고 놀라운 일이랍니다.

 

골든글로브 수상자 발표 ©골든글로브 홈페이지

  수상작인 <오징어 게임>은 지난해 9월 공개된 이후 2주 만에 83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어요. ‘<오징어 게임> 왜 이렇게 인기 있는지 모르겠어!' 하시는 분도 계시겠죠? 많은 대중문화 전문가들은 이례적이고 범세계적인 성공 요인으로 리얼리즘, 사회 문제 반영, 한국적 놀이 요소 등을 꼽아요. 여기에 기묘한 서스펜스를 주는 배우들의 연기력도 빼놓을 수 없고요! 때문에 <오징어 게임>을 이야기하면서 ‘깐부 할아버지’라고 하면, 대부분은 바로 오영수 배우를 떠올릴 수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정작 캐릭터의 유명세 때문에 ‘배우 오영수’에 대해서는 잘 모를 수도 있고요.
  오영수 배우는 1967년, 극단 광장에 입단하며 연극계에 데뷔했어요. 1987년부터는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죠. 하지만 2000년대 이전까지는 주로 연극 무대에서만 활동했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인지도는 그다지 높지 않았는데요. 이후에는 종종 영화나 드라마 속 단역 혹은 조연으로 얼굴을 비추면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고, 조금씩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58년 동안 외길만을 걸어온, 그야말로 연기 인생만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배우죠. 그래서 한국인 최초 골든글로브 수상자가 오영수 배우라는 사실이 더 벅차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골든글로브가 그렇게 대단해?🙄

  골든글로브, 아카데미, 칸, 베니스 등등...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알 법한 영화·드라마 시상식들이 있죠. 그중 골든글로브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ollywood Foreign Press Association, 이하 HFPA)가 주관하는 시상식을 이야기하는데요. HFPA는 할리우드 영화와 TV업계를 취재하는 각국의 언론인들이 모여 1943년 출범했어요. 그 후로 1년 뒤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처음으로 개최했고요. 처음에는 20세기폭스필름 스튜디오에서 소규모로 시작했어요. 시상 또한 영화 장르에서만 진행되었지만, 1955년 이후로는 TV 장르까지 확장되었답니다. 현재는 뮤지컬·코미디와 드라마로 나뉘어 영화 장르 14개, TV 장르 11개 부문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사실 골든글로브 자체만으로도 세계에서 대단한 위상을 가지고 있지만, 이번 수상이 국내에서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한국인 최초’ 남우조연상 수상이라는 특수한 점 때문이기도 해요. 더군다나 골든글로브는 지금까지 해외 배우, 작품 등에 보수적인 성향을 띤다는 평을 받아왔거든요.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영화는 ‘외국어영화상’ 부문에서만 상을 받아왔기도 하고요. 2020년 골든글로브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2021년에는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어요.

👉여기서 잠깐!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은 한국계 미국인이에요!

고로 <미나리>는 한국 영화 같은 미국 영화, 미국 영화 같은 한국 영화인 셈이죠.

 제77회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 ©조선일보
제78회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영화 <미나리> ©골든글로브 트위터

  오영수 배우가 상을 받는 영광의 순간을 우리 모두 함께 바라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감동적이었겠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2022년 제79회 골든글로브는 시상식 없이 SNS에 수상자와 수상작만 발표하고 막을 내렸어요.

왜 올해는 시상식 안 했대⁉ (왜 그랬대... 궁금해 죽겠네...)

  골든글로브는 최근 몇 년간 불투명한 재정 관리·성차별·인종차별 의혹에 휩싸이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어요. HFPA의 회원 87명 중 흑인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고, 이에 더해 2021년 제78회 골든글로브에서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이 더 큰 논란을 빚었죠. 정이삭 감독은 한국계이지만 엄연한 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대사의 50% 이상이 영어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미나리>가 외국어영화로 분류되었거든요.
  잇단 비판에 골든글로브는 회원 수를 18개월 안에 50% 더 늘리고 흑인 회원도 받아들이겠다는 대안을 자체적으로 내놓았지만, 여전히 여론의 반응은 차가웠어요. 급기야 워너브라더스 등 할리우드의 대형 제작사와 영화 홍보대행사들이 줄줄이 골든글로브 보이콧 방침을 발표했죠. 작년에 시작된 이 행렬은 점점 더 확산되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어요. 톰 크루즈를 비롯한 여러 배우들이 골든글로브에서 받은 트로피를 반납했고요. 상을 받은 <오징어 게임> 역시 이정재를 비롯해 황동혁 감독과 제작진까지 시상식에 불참 의사를 밝혔어요. 특히 1993년부터 30년에 가깝게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중계해 온 미국의 NBC 방송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 중계를 거부하기까지 했다니까요. 결국 제79회 골든글로브 후보자 발표는 유튜브 생중계로 이루어졌고, 뒤이어 시상식도 아예 취소되었던 거죠. 오영수 배우는 넷플릭스를 통해 수상소감만을 전해왔답니다.

“수상 소식을 듣고, 생애 처음으로 내가 나에게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했다.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고 '우리 속의 세계'이다. 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안고, 세계의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란다.”

 

💬Editor’s Comment
  8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진 골든글로브가 점차 내리막을 걷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커요. 하지만 오영수 배우의 기쁜 소식이 골든글로브라는 두터운 벽에 보이는 실금 같다고 생각해보고 싶어요. 문제를 인식한 골든글로브가 비로소 ‘우리 속 세계’를 인정하기 시작한 거라고 말이에요. 더 높은 곳에서, 더 많은 곳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양한 나라의 이야기들이 들려왔으면 참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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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1-13

키워드

#문화일반 #드라마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오영수 #골든글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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