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여기도 보라, 저기도 보라?

  •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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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을 둘러싼 풍경이 오직 한 가지의 색으로만 되어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붉은 여왕도 아니고, 현실에서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시겠죠? 하지만 여기도 보라, 저기도 보라, 눈길이 닿는 곳마다 온통 보라 일색인 섬이 있는걸요. 게다가 바로 지난 주인 12월 2일, UN에서 제1회 UN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하기도 했다고요! 이 동화 같은 섬의 이름은 바로 전라남도 신안군에 위치한 ‘퍼플섬’이에요.

 

😮인스타그램에서 본 것 같은데... 더 자세히 알고 싶어!

  단 하나의 색으로 세계를 홀린 퍼플섬은 신안군의 쌍둥이 섬, 반월도와 박지도 두 곳을 가리키는 이름이에요. 신안군은 무려 1,004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그중 2개의 섬이 연결된 이 작은 마을에 2017년부터 새 바람이 불기 시작했어요. 마을 지붕과 외벽, 마을의 핵심 다리에 보라색을 입히고, 사계절 내내 볼 수 있는 다년생의 보라색 꽃들을 심어 1년 내내 보라색이 사방에 펼쳐진 퍼플섬을 조성한 거예요.

 

상공에서 바라본 퍼플섬의 일부 모습 ©노컷뉴스

  게다가 비슷한 시기에 마침 방탄소년단(BTS) 멤버 뷔가 ‘I PURPLE YOU(아이 퍼플 유)’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키며 그 관심은 배가 되었죠! ‘아이 퍼플 유’, ‘보라해~’라는 말은 무지개의 마지막 색 보라를 떠올리며 상대방을 끝까지 믿고 함께 사랑하자는 의미로 팬들 사이에서 널리 퍼져있는 말이에요. 유니세프 총재 헨리에타 포어(Henrietta H. Fore, 1948~), 아메리카 갓 탤런트의 심사위원 하위 멘델(Howie Mandel, 1955~) 등 유명인사들이 연이어 이 말을 사용하며 신조어 사전에까지 등재된 유행어죠. 퍼플섬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핵심 다리인 퍼플교에 ‘I PURPLE YOU’를 새기며 인증샷 장소를 조성했고요.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관광지가 움츠러들었던 2020년에도 퍼플섬은 관광객 20만 명을 유치하는 쾌거를 이뤘어요. 그 인기는 올해까지 이어져 2021년 또한 외국인 관광객 3500여 명을 포함한 20만 명의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았다고 해요.

 

퍼플섬의 핵심적인 다리인 퍼플교 ©혜택뉴스

  이색적인 볼거리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퍼플섬. 그렇다면 퍼플섬이 이름을 올린 ‘UN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은 어떤 사업일까요?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은 UN 세계 관광기구가 올해 처음으로 선정했는데요. 문화유산의 보존과 홍보, 관광을 통해 지속 가능한 개발을 하고 있는 전 세계의 각 마을을 평가하고 인증해주는 사업이에요. 이번 국제 공모전에는 총 75개국이 본선에 진출했고요. 무려 170개의 마을들을 제치고 퍼플섬이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되었으니 세계에 이름을 널리 알린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느슨했던 컬러 마케팅계에 긴장감을 주는 퍼플섬

  퍼플섬이 왜 이렇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요? 사실 지역적인 측면에서 이렇게 대대적인 컬러 마케팅을 한 사례가 이곳에만 있는 건 아니에요. 이 장소에만 있는 독창성이 있다면, 보라색을 활용한 컬러 마케팅과 해당 섬이 가지고 있는 역사, 관광문화 등이 잘 어우러진다는 점이랍니다. 
  컬러 마케팅은 색상으로 잠재적인 소비자의 관심과 행동을 유도하는 마케팅 수단인데요. 사람은 정보의 80%를 시각을 통해서 얻고, 색은 사람의 시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비롯되었어요. 색을 활용해 브랜드의 이미지를 강한 인상으로 남기는 거예요.
  컬러 마케팅을 지역에 도입한 사례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미 존재해요. 가장 대표적인 도시는 그리스의 산토리니! 흰색의 외벽들이 줄을 지어 서있고, 푸른 해변과 어우러지는 푸른 지붕이 보기만 해도 탁 트인 시원함을 선물하죠. 또 다른 예로는 스페인의 후스가르라는 마을을 들 수 있는데요. 스페인 남부 말라가주에 있는 작은 도시로, 마을 전체가 스머프와 비슷한 파란 색으로 칠해져 스머프 마을이라는 별명을 얻었어요. 이 마을은 원래 애니메이션 영화 <스머프 3D(2011)>를 홍보하기 위한 단기 프로젝트로 꾸며진 건데요. 하지만 프로모션이 종료된 이후에도 관광객들의 발걸음은 끊이질 않고 있어요. 이 외에도 알록달록 다양한 색의 외벽과, 아이유의 ‘하루 끝’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유명한 이탈리아 베니스의 부라노섬이 빠지면 섭섭하죠! 일본 나가현에는 흑백의 성인 마츠모토성이 있는데요. 때문에 마츠모토시에서도 이 성을 따라 흑백이 조화를 이루는 깔끔한 도시 풍경을 구축했다고도 합니다.

 

스페인의 스머프 빌리지, 후스카르의 모습 ©Getty Images
마츠모토시 거리 ©Nagano Japan Show Monkey Resorts

  그런데 반월·박지도는 왜 하필 보라색을 지역 색깔로 지정했을까요? 이 질문에 답을 하려면 처음 이야기했던 이 섬만의 독창성을 이야기하게 되어요. 이제는 퍼플섬으로 더 많이 불리는 반월도와 박지도 주변에는 예부터 유독 보라색 꽃을 피우는 농작물들이 많았어요. 바로 왕도라지, 꼴풀, 콜라비 등등이죠. 자연과 조형물들이 하나의 색으로 어우러지게끔 하기 위해 보라색을 선택한 거예요. 더욱이 보라색 옷을 입고 오면 무료입장을 할 수도 있고, 라벤더 정원이나 보랏빛 국화인 아스타 꽃 축제를 개최하는 등 보라색과 연계하여 섬을 운영한다는 점이 퍼플섬만의 매력이랍니다.

 

🤔사람들 반응은 어때?

  신안군의 퍼플섬이 관광지로 발전하게 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국내에 없었던 과감한 시도로 이제는 전라도의 대표 여행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널리 이름을 떨치게 되었어요. 신안군은 인구 150명이 채 안 되는 작은 섬을 세계적인 최우수 관광 마을로 조성함으로써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었다고 할 수 있는데요. 국내에서는 거의 최초로 컬러 마케팅을 지역에 도입하면서, 제2의 퍼플섬이 나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어요. 또, 우리나라 전체 섬의 반절은 전라남도에, 그중에서 또 반절은 신안군에 위치해 있는데요. 흔히 섬이라고 하면 접근성도 떨어지고 볼 것도 많지 않다는 인식이 있었던 반면, 퍼플섬은 독창적인 콘텐츠만 있다면 섬이라는 지형도 얼마든지 관광지가 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답니다. 
  물론 지역색깔을 활용한 컬러 마케팅은 부작용을 불러오기도 해요. 한 지역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지역색깔로 지정된 색을 좋아하기란 어려운 일이니까요.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모든 건물의 외벽을 한 가지 색으로 칠하는 경우가 사유권 침해나 획일화된 마케팅으로 여겨지기도 하고요. 때문에 단순히 색만 통일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특성과 이어지는 연결점이 필요해요. 단기적인 이미지 변신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지역 주민들에게까지 사랑받고 주민 스스로 호응하는 지역색깔이 되려면 앞으로도 많은 고민과 참여가 필요할 듯싶어요.

보라색 옷을 입은 주민들 ©아웃도어 뉴스


💬Editor’s Comment
  퍼플섬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한 가지 색으로 이렇게 많은 볼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그다음에는, 퍼플섬 안에 깃들은 요모조모를 살펴보며 주민들을 넘어 세계에서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 것 같아요. 보라색 일색이지만, 그 안에 담긴 다양성이라는 의미는 보라색을 싫어하는 분들께도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퍼플섬에서 또 어떤 재미난 일들을 궁리할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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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12-09

키워드

#문화일반 #컬러마케팅 #보라 #퍼플섬 #관광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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