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2021년을 살아가는 햄릿이 있다면? 연극 <햄릿맨>

  • 2,884
  • 0
  • 글주소
연극 <햄릿맨> 포스터


  무대 위 어느 경찰서의 취조실, '여긴 어디? 너는 누구?'를 외치는 저 사람은 바로 햄릿이 아닌 ‘햄릿맨’이에요! 어딘가 어수룩해 보이는 모습은 단순 잡범 같기도, 돌연 진지해지는 모습을 보면 지능적인 싸이코패스 같기도 한데요. 연극 <햄릿맨>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을 고전 작품의 어려운 해석에서 벗어나 블랙 코미디 형태로 새롭게 재구성한 연극이에요. 1601년에 완성된 셰익스피어의 <햄릿>이 400년의 시간을 지나 2021년에 <햄릿맨>으로 어떻게 재탄생했을지. 연극 <햄릿맨>에서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요.

 

💬400년 전 햄릿과 오늘날 햄릿맨의 대화

  아마추어 극단에서 잡일을 하며 무명배우로 살아가는 김시봉. 그가 경찰서에서 취조를 받는 장면으로 연극은 시작돼요. 김시봉에게는 본드 흡입 전과가 있어요. 본드를 불 때마다 환각 속 누군가가 나타나곤 하고요. 어느 날은 연습실에서 본드를 부는 데 환각 속에서 햄릿이 나타난 거죠. 그렇게 그는 매일 밤 본드를 흡입했고, 환각 속에서 햄릿을 만나 속마음까지 터놓는 친구가 됐어요. 서로 사적인 이야기를 주고받고, 환각 속의 햄릿은 김시봉이 출연하는 연극 <햄릿>에 대한 조언을 불사하죠. 그러다 김시봉이 연출자를 폭행해 경찰에 입건되었어요. 하지만 이 사건을 파헤치던 경찰은 더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김시봉의 아버지, 어머니, 연인 오하나, 오하나의 아버지까지 그와 관련된 인물들은 모두 사라졌다는 점이에요. 과연 그 주변인들은 어떻게 된 걸까요?

 

👨햄릿맨, 너는 누구?

연극 <햄릿맨> 포스터
연극 <햄릿맨> 포스터

  김시봉은 상상하는 게 좋아 배우가 되길 꿈꾸는 인물이에요. 상상은 본드 흡입과 연기의 공통점이기도 하죠. 그는 여태껏 주로 장승, 신호등, 전봇대와 같은 생명도 없고 비중도 없는 역할들을 해왔는데요. 그러다 연극 <햄릿>에서 햄릿의 라이벌인  '포틴브라스 왕자' 역할을 맡아요. 현실 세계에서는 중졸에 전과자지만, 극 중에서는 노르웨이의 왕자가 되었으니 그야말로 엄청난 신분상승이죠. 하지만 ‘본드’ 때문에, 그가 햄릿과 만나게 되면서 비극은 다시 시작돼요. ‘햄릿맨’은 김시봉을 취조하던 최반장이 사건에 붙인 제목이죠.

 

🧍햄릿맨을 이끌어가는 주역

연극 <햄릿맨> 커튼콜 장면 ©하루예술

  연극 <햄릿맨>은 올해 봄, 세친구의 우정을 다룬 연극 <괜찮아 해피엔딩이야(2021)>를 마친 강봉훈 연출의 2021년 두 번째 연극이에요. 강봉훈 연출은 연극 <시비노자(2019)>, 뮤지컬 <햄릿:얼라이브(2017)> 등을 연출하며 연극 연출가 겸 극작가로 활동하고 있죠.

  <햄릿맨> 극 중에서 주인공 김시봉이 출연하는 연극 <햄릿>의 출연자가 스무 명이 넘었다가, 어느 평론가의 말 한마디에 의해 배역이 절반으로 줄어버리는 내용이 등장하는데요. 연극 <햄릿맨>에는 단 세 명의 배우만 등장해요. 세 명의 배우가 무대를 가득 채우고, 한 명의 연기자가 3인의 배역을 찰떡같이 소화해내기도 하거든요.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극강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햄릿맨 역할은 김구택, 나인규 배우가 맡았어요. 김구택은 1,761만 명 관객을 동원한 영화 <명량(2014)>, 호평을 받은 <범죄도시(2017)> 등에 출연한 천만 배우예요. 나인규는 드라마 <우아한 가(2019)>에서 의리 있는 강력계 오형사 역을 맡았었는데, 이번 연극에서는 본드에 취한 전과자 연기를 완벽하게 선보이죠.

  배우 최용민은 드라마와 연극, 영화를 넘나드는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예요. 햄릿맨을 취조하며 실마리를 풀어가는 최반장 역할부터, 김시봉의 아버지, 오하나의 아버지 역할까지 세 개의 배역을 소화하죠. 그는 지난 2017년 뮤지컬 <햄릿:얼라이브>에서 호레이쇼 역할을 맡아 홍광호, 고은성, 양준모 배우와 함께 무대에 오른 적이 있어요. 햄릿과 엄청난 인연이죠.

  카리스마 넘치는 안형사 배역부터, 김시봉의 연인 오하나 그리고 김시봉의 어머니까지 3인을 연기하는 역할에는 배우 안경희, 김영지가 더블 캐스팅 되었어요. 극과 극의 캐릭터 배역을 한 작품에서 연기해내며 놀라움을 선사해요.

 

👻고전 중의 고전 <햄릿> 이해하기

  독일에서 유학 중이던 덴마크의 왕자 햄릿. 그는 아버지가 낮잠을 자다 뱀에 물려 목숨을 잃었단 부고를 듣고 귀국하게 되는데요. 아버지를 대신해 왕위에 오른 사람은 죽은 선왕의 동생 클로디우스였어요. 클로디우스는 형의 아내이자, 햄릿의 어머니인 거투르드를 자신의 아내로 맞이하죠. 그러던 어느날 햄릿은 죽은 아버지의 유령을 만나게 되는데요. 유령은 자신이 뱀에 물린 게 아니라, 동생 클로디우스에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햄릿에게 복수를 부탁해요. 한편 햄릿은 유령의 말을 100% 신뢰하지 못해, 진위 확인을 위한 연극을 상연해요. 비엔나의 공작이 자신의 형을 독살하고 그의 아내의 사랑을 얻는다는 내용인데요. 클로디우스는 관람 도중 자리를 떠버리고, 햄릿은 유령을 말을 신뢰하게 되죠.

  어느 날 어머니의 방에서 거트루드와 말다툼을 하던 햄릿은 누군가 대화를 엿듣는 것을 발견하고, 클로디우스라는 확신으로 그를 찔러 죽이는데요. 하지만 칼에 찔린 사람은 햄릿의 사랑하는 연인 오필리아의 아버지 폴로니우스였어요. 부친의 죽음으로 충격에 빠진 오필리아는 물에 빠져 죽게 되고, 오필리아의 오빠 레어티스는 복수를 위해 햄릿에게 결투를 신청해요. 햄릿은 이 과정에서 독이 묻은 칼에 찔리게 되죠. 거투르드는 클로디우스가 햄릿을 살해하기 위해 준비한 독배를 마시고 사망해요. 햄릿은 죽어가는 순간 자신을 찌른 독이 묻은 칼로 클라우디스를 죽여 복수하고 자신도 숨을 거둬요.

 

 

💬 Editor’s Comment

  연극을 보러 가기 전,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꼭 읽어보고 가시길 추천드려요. 햄릿의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읽어야 극에 대한 몰입감이 높아지고, 극중 인물관계를 이해할 수 있거든요. 연극을 보고난 후, 다시 한번 <햄릿>을 읽어봐도 색다른 즐거움이 있을 것 같아요. <햄릿>은 셰익스피어 시대에도 가장 많이 공연되었던 작품이고,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공연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하죠. 수백 년이 흘러도 끊임없이 재창조될 수 있는 고전의 힘. 그리고 기존의 작품을 계속해서 탐구하는 새로운 햄릿들이 있기에 <햄릿>은 영원히 빛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로그인하시면
하루예술의 모든 콘텐츠 열람이 가능해집니다!

등록 : 09-16

키워드

#연극 #햄릿맨 #햄릿

이야기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