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표정연기의 대가를 꿈꾼다면, ‘얼굴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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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얼굴은 몇 개의 근육으로 구성되어있을까요? 2014년 영국 글라스코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총 42개라고 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근육들이 있죠? 이 작은 부위에 그토록 많은 근육이 존재한다니 신기할 따름인데요. 우리는 이 42개의 근육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감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기본 감정엔 6가지가 있죠. 기쁨, 슬픔, 놀라움, 두려움, 분노, 혐오. 심리학자 폴 에크만은 인간이 이 감정을 표현할 때 어떤 근육을 사용하는지를 알면 인간의 감정을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적용해 제가 ‘얼굴 훈련법’을 만들었는데요. 표정연기의 대가를 꿈꾸셨던 분들, 오늘 글을 읽으시며 함께 따라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폴 에크만의 FACS

그림1 Paul Ekman ⓒPaul Ekman Group Website


  진화론자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은 최초로 ‘인간의 표정은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이다’라고 주장한 과학자인데요. 이러한 주장은 폴 에크만의 ‘비교 문화 연구’ 결과가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에크만은 다윈의 이론에 기초하여 FACS(Facial Action Coding System, 얼굴 동작 부호화 시스템)를 만들었어요. 그에 따르면, FACS를 이용해 세계 어느 곳에서든 오로지 표정을 통해서 상대방의 감정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해요. 이후 FACS는 심리학, 신경과학, 인지과학, 범죄 심리학, 애니메이션 등 범위를 넓혀가며 다양한 곳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얼굴훈련 한번 시작해볼까요?

  폴 에크만의 FACS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얼굴 훈련’. 그 원리는 이렇습니다. 얼굴 근육 훈련은 상위 근육에서 하위 근육 순으로 진행되고, 단계별로는 자각화, 중립화, 감정화라는 3단계를 밟아 나갑니다. 중요한 것이 바로 이 순서인데요. 먼저 근육을 ‘자각’한 뒤, 나쁜 습관들을 ‘중립화’하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는 특정 근육을 조합하여 ‘감정’을 환기시킬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림2  상위 얼굴 AU의 기초 근육들(Upper Face Action Units) 근육 해부학(왼쪽), 근육 행동(오른쪽) ⓒFACS Manual

  [그림2]의 왼쪽 사진은 해부학적인 근육의 위치를 보여주고 있고, 오른쪽 사진은 얼굴 근육이 움직이는 방향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여기서 에크만은 어려운 명칭보다는 숫자를 이용하는데요. 덕분에 근육의 동작 단위(Action Unit)로 끊어서 움직임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죠. 이마 근육의 움직임을 예로 들어볼까요? 1번 근육은 눈썹 앞쪽을 컨트롤 합니다. 그래서 AU1, 안쪽 눈썹 올리기(inner brow raiser)라고 명명했죠. 2번 근육은 눈썹 뒤쪽을 컨트롤 하고 있습니다. AU2, 바깥쪽 눈썹 올리기라고 불러요. 이런 방식으로 식별된 AU들은 1번부터 98번까지 있어요. 우리가 이 98개의 AU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무려 ‘1000개 이상’의 표정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해요.
 

그림 3 <햄릿>. 로젠크란츠 노기용(왼쪽), 햄릿 이봉련(중간), 길덴스턴 김예림(오른쪽) ⓒ국립극단 블로그

  [그림3]에서 ‘햄릿’ 역을 맡은 오른쪽 연기자의 얼굴을 볼까요. 웃고 있는 ‘로젠크란츠’와 ‘길덴스턴’ 사이에서 ‘햄릿’은 눈썹을 찌푸리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눈썹 1번 근육이 올라간 것이 보이시나요? 1번 근육이 활성화된 것은 ‘슬픔’이라는 감정이 환기된 것을 의미합니다. 이제 여러분도 눈썹에 양 손을 살포시 얹어보세요. 그 다음, 눈을 감고 눈썹 앞쪽 근육을 움직이려고 해보는 겁니다. ‘정말 억울해요’ 또는 ‘너무 슬퍼요’라고 대사를 내뱉거나 슬픈 상황을 떠올리는 것이 도움이 될 거예요. 1번 눈썹이 움직이는 것을, 느끼셨나요?

그림 4 <파우스트 엔딩>. 파우스트 김성녀(왼쪽), 메피스토 박완규(오른쪽) ⓒ국립극단 블로그

  다음은 [그림4]를 보며 AU2를 훈련해 보겠습니다. 오른쪽 ‘메피스토’의 올라간 눈썹이 눈에 확 들어오시죠? 이번에는 2번 근육, 즉 바깥 눈썹 근육을 사용했어요. 이 근육을 활성화시키면 뭔가를 의심하고 회의적인 감정을 표출할 수 있게 됩니다. 양 손가락을 눈썹 위에 올려놓고 ‘감히 네가?’ 또는 ‘하찮군!’이라는 대사를 내뱉어보세요. 2번 눈썹이 여러분의 의도대로 움직이나요? 눈썹은 모르겠고, 콧구멍만 벌렁거리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거울보고 훈련하기

  거울을 이용하면 더 효과적입니다. 앞서 얼굴 훈련의 기초는 ‘자각’이라고 말씀드렸었죠. 거울을 들여다보면 내 눈썹 근육을 명확히 자각할 수 있죠. 바르게 근육을 움직이는지 확인할 수도 있고요. 눈썹 전체를 이등분하여 안쪽을 1번, 바깥쪽을 2번으로 분류하여 자유롭게 움직여 보려고 해보세요. 근육의 힘을 풀어 중립화 한 다음, 목표로 하는 근육에 다시 힘을 주어 보세요. 희한한 표정이 나오고 세상 못생긴 내 얼굴이 나와도 계속 하는 겁니다! 반복적인 연습이 필요하답니다. 혹시 그동안 자신이 너무 단조롭거나, 과한 방식으로 표정을 만들어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진 않으셨나요? 훈련을 통해 얼굴 근육을 좀 더 유연하게 사용하게 되면 이러한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거예요.

  오늘은 ‘마음의 창’인 ‘얼굴’을 사용해 감정을 표현하는 ‘얼굴훈련’에 대해서 알아보고 같이 해봤는데요. 어떠셨나요? 아마 많은 분들이 처음으로 얼굴 근육을 훈련해봤을 것 같아요. 처음 춤을 배우면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하느라 온 몸이 뻐근해지는 것처럼, 얼굴도 마찬가지죠? 이런 훈련을 통해 점점 더 수월하게, 얼굴로도 여러분의 마음을 말할 수 있게 될 겁니다. 덧붙여, 표정에 관심을 갖는 것도 좋은 훈련법중 하나인데요. 연기력이 뛰어난 개성파 연기자들의 사진이나 영상을 찾아보면서 각각의 표정과 표현법을 익혀본다면, 여러분의 표정 훈련에도 도움이 될 거예요.

 

 

 

 

참고자료
- Konstantin Stanislavski, 『An Actor Prepares』, trans. Elizabeth Hapgood, Pergamon Press, 1936, 72p
- Martin S. Remland,『Nonverbal communication in everyday life』, SAGE Publications, 2016
- Paul Ekman, 『Facial Action Coding System(FACS)』, A human face, 2002
- 안경희, 『FACS를 활용한 연기자의 얼굴표현력 증진 프로그램 적용 및 효과』,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교; 예술학협동과정, 박사학위논문, 2019, 36쪽
- 안경희, 연기자의 얼굴 훈련을 위한 자각화 프로그램적용과 효과-FACS를 바탕으로, 『연기예술연구』, 20, 2020, 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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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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