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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희화화한 발레 작품? 당장 수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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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발레단의 <말괄량이 길들이기> 속 일부 장면이 장애인을 비하하고 희화화했다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이 들어왔어요. 이슈의 중심에는 발레 공연의 팬이자, 발달장애를 가진 한 아이의 엄마가 있었는데요. 결국 국립발레단은 초연 6년 만에 안무를 수정하기로 결정했어요. 그리고 이로 인해, 문화예술계의 ‘정치적 올바름’과 ‘예술의 자유, 고전의 예술성 침해’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되고 있어요.

 

🔎국립발레단 <말괄량이 길들이기> 안무 논란

  1969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 원작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드라마 발레의 거장이라 불리는 존 크랑코(John Cranko, 1927~1973)에 의해 독일에서 발레로 만들어졌어요.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이탈리아 파두아의 부자 밥티스타의 말괄량이 큰딸 카테리나와 얌전한 둘째 딸 비앙카의 결혼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데요. 국립발레단은 이 작품을 2015년 레퍼토리로 만들어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였어요. 6월 15일부터 30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지고 있는 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 다시 무대에 올리기 위해 준비하던 중 한 발레 커뮤니티에 장애인 비하 논쟁이 벌어지면서 화두로 떠올랐어요.

  발레단은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저작권을 가진 존 크랑코 재단에 이 논란을 전달했고, 재단 측은 이 논란을 이해하고 장애인 비하가 연상되는 부분의 안무를 변경하기로 결정했어요.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원작에 여성 혐오와 성차별 문제가 제기된 적은 있었지만, 발레에서 장애인 희화화 논란이 된 적은 드믈었어요. 2016년 영국 버밍엄 로열 발레단이 공연했을 때, 장애 희화화를 부분적으로 지적하는 리뷰가 있었던 적이 있어요.

👉문제의 장면 

  논쟁이 된 장면은 작품의 2막 1장이에요. 카테리나와 결혼한 페트루키오는 아내를 길들이기 위해 밥을 굶겨요. 이때 페트리로의 하인들이 주인의 명령에 따라 카테리나를 괴롭히면서, 뇌성마비나 뇌병변 환자 등 지체장애인의 흉내를 내요. 셰익스피어의 원작에서는 하인들이 페트루키오의 명령으로 음식을 치우는 것뿐이지만, 존 크랑코가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추가한 장면으로 약 2분가량 공연돼요.

 

🧐예술계의 정치적 올바름?

  이러한 논란은 최근 예술계에 불고 있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PC)’을 필두로 등장했어요. 정치적 올바름이란 인종이나 종교, 성차별과 같은 편견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인데요. 예술계에서 이와 관련된 이슈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우리는 예술가들의 윤리성에 대하여 자유와 창작이라는 이름으로 관대하게 대했죠.

  그러나 예술의 도덕성이 단두대에 오르는 사건이 발생해요. 바로, 2018년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에요. 이때부터 예술계에는 아무리 훌륭한 작품을 생산한다 하더라도, 도덕성이 결여된 미학은 인정받을 수 없다는 의견이 대두되면서, 예술의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관심도 함께 부각되었어요.

👉정치적 올바름

  인종과 성별, 종교, 성적 지향, 장애 등 모든 종류의 편견이 섞인 표현을 사용하지 말자는 정치적, 사회적 운동을 말해요. 문화상대주의와 다문화주의를 배경으로 언어뿐만 아니라, 차별적 행동도 지양하는 것이 중요해요. 198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시작되어,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어요.

 

👀고전의 예술성 침해?

  이번 논란에 대하여 고전 작품이 가진 예술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의견도 등장했어요. 고전은 작품이 만들어질 당시의 시대적 영향을 반영하였기 때문에, 고전 작품을 현대적인 기준으로 판단하기 보다 그 당시의 시대성이 작품에 반영되었다는 것을 감안하고 보아야 한다는 거죠. 고전 작품에 이데올로기를 강요하는 것은 예술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며, 고전을 현재의 기준에 맞게 수정하는 것은 작품의 가치를 훼손한다고 말해요.

 

🤔유사한 사례가 있나요?

  최근 발레계에서 ‘정치적 올바름’으로 인하여 안무가 수정되는 일들이 왕왕 발생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는 블랙 페이스(black face)에요. 블랙 페이스는 백인이 얼굴을 검게 칠해서 흑인 흉내를 내는 것을 말해요. 발레 작품 <라 바야데르(La Bayadère)>는 흑인 노예 연출을 위해 백인 발레리나가 얼굴을 검게 칠하면서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을 받았어요. 이러한 정치적 올바름 분위기에 따라, 최근 국립발레단도 <라 바야데르> 공연에서 흑인 분장을 빼며 예술계의 흐름에 동참하고 있어요. 또한 최근 디즈니가 애니메이션의 고전인 <피터팬(1953)>도 인디언에 대한 차별적 내용을 담고 있다며, 7세 이하 어린이의 시청을 차단하는 일도 있었어요.

 

💬Editor’s Comment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눈살을 찌푸리게 하거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작품들이 있어요.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윤리와 도덕성이 무시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고전 작품을 지금의 시각으로 대대적인 수정을 한다면, 과연 이 작품을 고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까 싶은 생각도 드는데요. 뜨거운 감자인 이번 이슈,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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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6-16

키워드

#국립발레단 #말괄량이길들이기 #발레 #셰익스피어 #존프랑코 #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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