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왜 거기서 나와? ‘주크박스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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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서 공연이 한창인데요.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건 비단 배우들만이 아닙니다. “넌 정말 최고의 댄싱퀸~” 관객들은 팔을 들어 좌우로 흔들며 후렴구를 따라 부르고, 바로 그 박자에서 정확하게 손가락으로 포인팅합니다. “아~아아~아아아 아아~”, 곡에 깔린 코러스까지 놓치지 않네요. ABBA의 22곡 노래가 불러재껴지는, 마치 콘서트와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이곳은 뮤지컬 <맘마미아!>의 공연장입니다. 이렇게 대중음악을 소재로 플롯을 엮어 만든 뮤지컬을 주크박스 뮤지컬이라고 하는데요. 오늘은 이 뮤지컬들이 어떤 주크박스를 장착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주크박스 뮤지컬이란?
주크박스는 동전을 넣고서 단추를 눌러 곡을 지정하면 그 음악이 자동적으로 나오는 장치를 의미합니다. 주크박스 뮤지컬이란 주크박스처럼 흘러간 예전의 대중음악을 무대용 콘텐츠로 재가공한 뮤지컬을 말하고요. 17세기와 18세기 유럽에서는 많은 코믹 오페라가 제작되었는데 당대 인기곡의 가사를 수정하여 패러디했습니다. 최초의 발라드 오페라이자 가장 유명한 오페라인 '거지 오페라(1728)'는 주크박스 뮤지컬의 시발점으로 불렸고요. 그 이후로 ‘파리의 아메리카인(An american in Paris, 1951)’,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 in the rain, 1952)’, ‘락락락(Rock, rock, rock, 1956)’ 등 다양한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들이 등장하며 인기를 끌었죠.

주크박스 뮤지컬은 1999년 런던에서 초연한 <맘마미아!>의 대흥행 이후 급속하게 확산되었는데요. 당시 대중들은 70년대의 향수가 가득한 ABBA의 노래와 뮤지컬의 만남에 신선한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쥬크박스 뮤지컬’이 <맘마미아!>처럼 하나의 특정 뮤지션의 음악으로만 구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주크박스 뮤지컬‘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요. 바로 ‘컴필레이션 뮤지컬’과 ‘어트리뷰트 뮤지컬’ 입니다.
컴필레이션 뮤지컬
‘컴필레이션 뮤지컬(Compilation Musical)’은 극의 줄거리에 맞춰 여러 가수의 노래를 엮어 만드는 형식을 가집니다. 우리나라의 인기 창작 뮤지컬 <젊음의 행진>이 좋은 예이죠. 8,90년대 인기 TV 음악 프로그램에서 따온 뮤지컬 이름에서부터 복고의 느낌이 팍~ 오는데요. 이 뮤지컬은 90년대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배금택의 만화 <영심이>의 서른셋 시점에서 시작됩니다. 지금, ‘영심이!’ 하고 반색하시는 분들, 계시죠? 네, 그 철없던 영심이가 훗날 공연기획자가 되었습니다.
‘오영심'이 ‘왕경태'와 재회한 뒤 과거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죠. 추억 속 명장면들을 재연할 때, <보이지 않는 사랑>, <그녀를 만나기 100m 전>, <흐린 기억 속의 그대>, <바람아 멈추어 다오>, <보랏빛 향기>등이 등장합니다. 이 곡들은 80~90년대를 풍미했던 인기곡들이죠! 뮤지컬에 등장하는 음악들을 듣고 있자면 그 때의 추억 또한 따라 등장합니다. 관객들은 과거의 향수에 흠뻑 젖어들게 되죠. 이처럼 ’컴필레이션 뮤지컬’은 특정 기획이나 주제에 어울리는 노래로 구성하기 때문에, 굳이 하나의 음악가를 고집하지는 않습니다.
어트리뷰트 뮤지컬

한 명의 작곡가 또는 한 가수의 노래들로만 이뤄진 작품은 ‘어트리뷰트 뮤지컬(Attribute Musical)’이라고 합니다. <맘마미아!>가 이에 해당하죠. 우리나라에서는 <광화문연가>가 어트리뷰트 뮤지컬로서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2017년 CJ E&M에서 초연한 이 뮤지컬은 작곡가 이영훈의 곡 중 이문세의 노래만으로 넘버를 구성했습니다. 이 노래들은 지금의 40, 50대에게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자 청춘의 산물이기도 하죠. 다수의 곡들이 후배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되었기 때문에 어린 관객층에게도 익숙한 경우가 많습니다. ‘옛사랑, 추억, 삶의 깨달음’을 다룬 이야기에 추억이 깃든 음악까지 더해지면서 풍성한 감성을 담은 뮤지컬이 되었죠.
어트리뷰트 뮤지컬엔 <올슉업(All Shook Up)>도 있습니다. 이 작품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십이야>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상대방이 어떤 사람이건 그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자’는 메시지에 1950년대 로큰롤의 왕 ‘엘비스 프레슬리’의 흥겨운 넘버들이 더해지는 작품이죠. 덕분에 관객들은 약 2시간 반 동안 제목 ‘All shook up'의 뜻처럼 사랑에 빠져 미칠 듯 행복한 감정과 분위기 속에서 작품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어트리뷰트 뮤지컬’ 또한 대중의 향수를 불러일으켜 뚜렷한 관객층을 겨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반면, 주요 인물의 설정과 스토리의 개연성 등 플롯의 완성도에 대한 비판이 따를 때도 있습니다.
익숙한 음악이 매력적인 이야기와 함께 하나의 작품으로 재탄생하는 ‘주크박스 뮤지컬’. ‘그 시절’의 진한 향수를 느낄 수 있는 반가움의 시간이 될 수도, 혹은 웰메이드 올드 팝(가요)의 가치를 새롭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자신만의 주크박스를 갖고 계신가요? 나의 ‘그 시절’을 함께했던 나만의 플레이 리스트말입니다. 그 음악들과 함께해온 우리의 이야기 자체가, 바로 주크박스 뮤지컬이 아닌가 싶어요. 오늘도 나만의 뮤지컬은 계속 되겠죠? 다음 시간에는 ‘이머시브 뮤지컬’을 가지고 돌아올 테니 많은 기대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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