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의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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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 경매사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미술 경매 역사상 가장 비싼 그림이 탄생했기 때문이죠! 당시 낙찰가는 4억 5천만 달러로, 한화로는 약 5209억 원입니다. 2021년 현재까지도 그 낙찰가를 뛰어넘는 작품은 없습니다.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으로 알려진 ‘살바토르 문디’의 이야긴데요. 그동안 쉼 없이 진품 논란이 있어왔죠. 게다가 최고가의 몸값을 찍은 이후로는 이 그림이 어디에 소장되어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 미스터리한 행적을, 함께 따라가보실까요?

 

 

세상을 구원하는 이, 살바토르 문디

살바토르 문디 ⓒ wikipedia

 

  이 그림의 제목은 ‘살바토르 문디'. 라틴어로 ‘세상을 구원하는 이’죠. 쉽게 말해, ‘구세주’라는 뜻입니다. 1505년경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그림은 목판 위에 그려진 유화 작품입니다. 푸른 로브를 입은 예수 그리스도가 오른손은 손가락을 교차시킨 상태로, 왼손은 수정구를 든 채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오른손의 손동작은 십자가를 의미하며 축복을 내린다, 행운을 빈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왼손에 쥐어진 수정구는 지구, 곧 세상을 뜻하고요. 즉, 세상에 축복을 내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초상화로 볼 수 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자화상 ⓒ wikipedia

 

  손의 굴곡, 고운 머리카락 등 매우 섬세한 묘사와 완벽한 얼굴 대칭을 이루고 있죠. 이 작품은 ‘남자 모나리자’라고 불리는데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모나리자’와 비슷한 시기에 그렸을뿐더러, 윤곽선이 뚜렷하지 않고, 부드럽게 번지듯 그려 연기나 안갯속에 있는 느낌을 주는 스푸마토 기법을 사용한 것이 서로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입니다. 이 그림이 진짜 다빈치의 작품이 맞는지는 글쎄요... 아직도 논란 중에 있습니다. 천재 화가라 불리는 다빈치의 그림이 어쩌다가, 가품 논란에 빠졌을까요?

 

 

4세기 만에 나타난 작품

  17세기 영국의 찰스 1세의 로열 컬렉션에 포함되어 있었던 이 그림은 무려 4세기 동안 행방이 묘연했습니다. 그러다 1958년, 한 경매장에 등장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죠. 당시 낙찰가는 45파운드, 한화 6만 원에 낙찰되었습니다. ‘정말 단돈 6만 원으로 다빈치의 그림을 살 수 있다고?’ 네, 믿어지지 않으시죠? 당시만 해도, 대부분 사람들은 이 작품이 다빈치의 작품인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원화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덧칠이 되어있던 상태라, 다빈치에게 그림을 배운 제자가 비슷한 화풍으로 그렸거나 다빈치를 추종하던 사람이 후대에 모방해서 그린 그림이라고 생각되었죠. 실제로 다빈치의 제자들이 ‘살바토르 문디’를 여러 번 모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자들이 따라 그린 모방작만 해도 12점이 넘는다고 합니다.

 

복원 전 오버페이팅된 살바토르 문디 (1908~1910) ⓒ wikipedia
다빈치의 제자 Cesare da Sesto의 살바토르 문디 (1516~1517) ⓒ wikipedia 
레오나르도 다빈치 학교에서 그려진 살바토르 문디 (1503) ⓒ wikipedia

 

  다빈치 풍의 그림으로 팔렸던 ‘살바토르 문디’가 진짜 다빈치의 그림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5년 미국의 한 경매장에 다시 등장하면서였습니다. 그림을 구매한 사람은 미국 아트 딜러 협회 컨소시엄에 속해 있던 로버트 시몬과 알렉산더 파리시. 그들은 1만 달러, 약 1천 1백만 원을 주고 이 그림을 구입했습니다. 이들은 ‘이 그림 심상치 않아! 진짜 다빈치의 그림일지도 몰라!’라고 발표하면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죠. 그리고 이들은 옛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복원 담당자였던 다이애나 모데스티니에게 복원 작업을 의뢰했습니다. 이미 다빈치의 작품을 복원했던 경험자였던 모데스티니는 3년에 걸쳐 작품 복원에 성공했습니다.

 

복원 중인 모습 (2006~2007) ⓒ wikipedia


 
  그리고 그 해, 세계적인 미술사 학자들로부터 ‘살바토르 문디’는 다빈치의 진품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이는 1908년, 러시아 에르미타슈 미술관 창고에서 ‘브누아의 성모’가 발견된 지 무려 100년 만에 등장한 다빈치의 작품이었죠. 미술사 학계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살바토르 문디’는 2011년, 영국 내셔널 갤러리에 전시되면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이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온 세상에 알렸습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13년, 로버트와 알렉산더는 러시아의 거부인 드미트리 리볼로브레프에게 ‘살바토르 문디’를 판매합니다. 드미트리는 고흐, 마티스, 모딜리아니, 피카소 등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컬렉터이기도 했습니다. 이 부자 컬렉터가 ‘살바토르 문디’에게 지불한 가격은 얼마였을까요? 그는 10년 전 1만 달러였던 이 그림을, 1억 2천만 달러, 한화 약 1천4백억에 사들이게 되었죠. 10년 사이에 어마 무시한 몸값이 된 우리의 구세주는 이렇게 드미트리의 개인 컬렉션 속에 고이 소장되었는 줄 알았지만. 다시 큰 이슈를 들고 세상으로 나오게 됩니다.

  바로 2015년, 드미트리가 자신의 미술품 대리인을 사기죄로 고소하면서였습니다. ‘살바토르 문디’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드미트리는 대리인이 그동안 작품들을 시장 가격에 비해 과하게 부풀려진 금액으로 자신에게 판매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거든요. 화가 난 드미트리는 그를 고소하면서 작품들을 처분하기 시작했고, 이때 ‘살바토르 문디’를 유명 미술 경매 회사인 크리스티에 위탁하게 됩니다.

 

 

미술 역사상 최고가 그림 탄생

  이후 2017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미술 역사상 최고가의 그림이 탄생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익명의 구매자가 크리스티 ‘살바토르 문디’를 구매했는데요. 뉴욕 타임즈에 의하면, 실구매자는 사우디의 실세인 무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인 것으로 알려졌고요. 한 달 뒤, 아랍에미리트 문화관광부에서는 ‘살바토르 문디’를 루브르 아부다비에 전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사람들은 희귀한 다빈치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는 것에 들떠했죠.

  하지만 아부다비 루브르 박물관 개관을 약 2주 앞두고 갑자기, ‘살바토르 문디’의 전시 일정은 무기한 연기되었는데요. 이에 대해 루브르 아부다비 관계자는 특별한 이유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리도 그 그림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른다.”라고 말해 그림의 행방은 더욱 묘연해질 뿐이었죠.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사우디 금고에 있다더라, 빈 살만 왕세자의 초호화 요트에 있다더라 등 ‘살바토르 문디’에 관한 각종 소문은 끊이질 않았고요. 일각에서는 ’살바토르 문디‘가 다빈치의 그림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질까 두려워 숨기는 것 아니냐는 짝퉁 논란이 일기 시작합니다.

 

무하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 왕세자 (2017) ⓒ wikipedia

 

 

끝 없는 논란

  프랑스의 예술사 학자이자 루브르 박물관의 자문 위원인 자크 프랭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죠. 그는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와 한 인터뷰에서 “살바토르 문디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이 아닌 그의 제자가 그린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옥스퍼드대학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연구자인 매슈 랜드루스 교수 역시 “다빈치가 해당 그림 작업에 20~30%만 참여했을 뿐 나머지 상당수는 그의 제자 베르나르디노 루이니가 그린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대체 작품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여인의 초상 (1515), 베르나르디노 루이디 作 ⓒ wikipedia

 

  2021년 1월, ‘살바토르 문디’가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경찰에 의해 발견됩니다. 사람들은 ‘이탈리아? 그게 왜 거기서 나와?’ 하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알고 보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가 아닌 다빈치의 제자 중 한 명이었던 자코모 알리브란디의 모방작이었습니다. 나폴리 산 도메니코 마조레 성당의 도마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가 도난당했던 작품이었죠. 이 사건을 계기로 빈 살만 왕세자가 구매한 ‘살바토르 문디’ 역시 제자의 모방 작품이 아니냐는 논란에 다시 휘말렸습니다. 여전히 그림이 어디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태지만요.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박식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리고 오랜 논란 끝에 이제야 다빈치의 작품으로 인정받나 싶었던 ‘살바토르 문디’. 세상에 축복을 내리는 구세주도 별 수없이 세상의 미궁 속으로 빠져드나 봅니다. 그림에 담긴 진실 궁금하시죠? 그림의 원작자가 누구인지, 그림은 대체 어디에 있는지 말입니다. 그 미스터리가 풀리는 날, 우리도 눈앞에서 직접 ‘살바토르 문디’를 다시 감상할 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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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5-26

키워드

#살바토르문디 #레오나르도다빈치 #크리스티경매 #미술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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