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들의 위대한 유산, 미발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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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들의 위대한 유산, 미발표곡
‘퀸’을 좋아하시는 분들, 2014년을 기억하시나요? ‘2014년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어!’라고 하실 것 같은데요. 퀸의 첫 내한 공연이 있었고, 프레디 머큐리의 생전 목소리가 담긴 미발표 곡이 발표된 해였습니다. ‘미 발표곡’이 늘 화제에 오르는 것은 팝 음악계에서나 클래식계에서나 마찬가지 일 겁니다. 모차르트 탄생 265주년을 기념해 ‘모차르트 페스티벌’에서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의 미발표 곡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 공연이었죠.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였기에 우리에겐 더욱 특별한 공연이었는데요. 모차르트 페스티벌의 예술 감독인 테너 롤란드 빌라손은 “모차르트의 새로운 94초 작품을 처음으로 듣는 기회”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클래식 음악계를 뒤흔들어버린 뮤지션들의 위대한 유산, 미발표 곡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알레그로 D장조

2021년 1월 27일.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알레그로 D장조’가 드디어 세상의 빛을 본 날입니다. 1773년 초에 작곡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곡은 당시 17살이었던 모차르트가 이탈리아에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로 여행하는 중에 작곡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오선지가 아닌 흰 종이에 오선을 그어서 작곡되었고 악보가 반으로 접혀 있었기 때문인데요. 학자들은 모차르트가 여행 중 받은 영감을 누이인 ‘마리아 안나 모차르트 (Maria Anna Mozart)’를 위해 작곡한 뒤 봉투에 넣어 보냈을 것으로 유추하고 있습니다. 누나를 위해 쓴 곡이라 그런지 알레그로 D장조는 모차르트 특유의 밝음과 유쾌함을 담고 있습니다.

이 악보는 이후 막내아들이 소장하고 있다가 분실한 뒤, 오스트리아의 아마추어 음악가 Aloy Fuchs의 손에 들어갔다가 다시 분실되었고, 1920년 한 엔지니어가 파리에서 구입했던 것을 2018년 모차르테움 재단(모차르트 연구기관)이 다시 구매한 것입니다. 아니, 이 길고 긴 여행을 거쳤는데, 이 악보가 진짜 모차르트의 것일까요? 모차르테움 재단 연구원들은 이를 확실히 하기 위해 네 명의 외부 인력으로부터 악보의 진위를 검증 받았다고 합니다.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

이렇게 작곡가의 사후, 미발표 곡이 발견된 경우는 또 있습니다. 모차르트의 음악을 사랑했던 낭만주의 작곡가, 프란츠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의 ‘미완성 교향곡(Unfinished Symphony)’인데요. ‘8번 교향곡‘이라 불리기도 하는 이 곡 역시 미발표 곡이었습니다. 미완성 교향곡은 슈베르트가 25세 때부터 작곡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가, 슈베르트 사후 40여 년 뒤에야 초연이 되었습니다. 혹자는 그 이유가, 슈베르트가 이 곡을 작곡하다 이를 중단하고 그의 역작인 ‘그레이트 교향곡 (The Great Symphony)’에 몰두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당시 슈베르트는 베토벤이 집필 중이었던 ‘합창 교향곡’에 대항할만한 곡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었죠. 후에 여러 후배 작곡가들이 미완성 교향곡을 완성하려고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총 2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진 이 곡은 오보에와 클라리넷의 유니즌으로 낭만적이면서도 음울한 느낌을 가지고 시작되는데요. 이 도입부가 유난히 친숙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1980년대의 만화영화 <개구쟁이 스머프>에 이 곡이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극 중 악당인 가가멜이 나쁜 일을 모의할 때마다 이 곡의 서두가 흐르며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곤 했습니다. 이후 톰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 2002>에도 이 곡이 사용되면서 영화의 톤 앤 매너를 더하기도 했지요. 이처럼 슈베르트의 8번 교향곡은 비록 미완성이지만, 그의 교향곡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곡이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오펜바흐, 자클린의 눈물
슈베르트가 죽기 10년 전 독일에서 태어난, 프랑스 작곡가이자 첼리스트인 자크 오펜바흐 (Jacuqueline’s Offenbach)는 <호프만의 이야기>, <천국과 지옥> 등 경쾌하고 재미있는 오페라를 100여 편이나 작곡하여 프랑스 오페레타의 창시자로 불리는 인물입니다. 이 오펜바흐에게도 미발표 곡이 있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미발표 곡은 오페레타가 아닌 첼로곡 ‘자클린의 눈물 (Jacqueline’s Tears)’입니다. 이 곡은 오펜바흐 사후 100년 뒤에 독일의 첼리스트 토마스 베르너 (Werner Thomas-Mifune, 1941-)에 의해 발견되었고, 베르너가 이 곡을 42세에 요절한 비운의 첼리스트 자클린 뒤프레 (Jacqueline du Pre, 1945-1987)에게 헌정함으로써 ’자클린의 눈물‘이란 제목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자클린 뒤 프레는 에드워드 엘가(Edward Elgar)의‘첼로 협주곡’을 재평가 받도록 만든 장본인입니다. 첼로 협주곡은 미발표 곡은 아니었지만, 1919년 곡을 발표했을 당시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였는데 엘가 사후 46년, 자클린 뒤 프레가 연주하면서 극적인 재평가를 이뤄냈었죠. 그 결과 현재까지도 수많은 첼리스트에게 영감을 주는 주요 레퍼토리로 남아있습니다.
당대 최고의 작곡가로 알려진 인물들이었죠. 모차르트, 슈베르트, 오펜바흐. 그리고 그들의 미 발표곡이었던 ‘피아노 소나타 알레그로 D장조’, 슈베르트의‘미완성 교향곡’, 오펜바흐 ‘자클린의 눈물’, 엘가의 ‘첼로 협주곡’. 수백 년 전, 누군가는 이 곡의 악보를 소장한 채 아쉬움의 탄식을 내뱉고 있었거나, 혹은 한낱 습작의 흔적으로 치부해버렸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그들의 미 발표곡은 사후에 재평가되기도, 처음 세상에 알려지기도 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백 년 후 미래로 날아간다면, 여러분은 누구의 미발표 곡을 듣고 싶으신가요? 상상만 해도 설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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