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어떻게 볼 것인가
- 443
- 0
- 글주소
“그거 제목이 뭐더라. 그대들 어쩌려고 그러는가?”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가 SNS를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찾아온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인 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었죠. 벌써 작년이 된 2023년을 돌이켜 생각하면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극장가에 소소한 활기를 불어넣은 것 같습니다. 2023년,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애니메이션 영화는 무엇이 있었을까요?
😊 원작 팬들을 넘어 새로운 팬들을 사로잡다
그 시작은 농구 놀이 일명 ‘농놀’로 뜨거웠습니다. 전설적인 명작 만화 ‘슬램덩크’의 메인 에피소드 중 하나인 산왕전을 소재로 제작된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흥행 때문이죠. 작품의 흥행은 제법 놀라운 결과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원작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이미 20년도 넘은 과거에 완결이 났기 때문에, 새로운 세대들을 잡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거든요.
그치만 그런 우려가 무색하게도 영광의 시간이 2023년에 다시금 찾아오며 반짝이며 빛났습니다. 어쩌면 기성 세대 팬들과 신세대 팬들의 대통합이 이뤄졌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성공은 당시 뜨거운 밈이었던 ‘중꺾마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와 어울리면서도, 원작의 작화가 완벽히 재현된 덕분인 것 같습니다. 이와 동시에 새롭게 작품을 접하는 팬들을 위해서 배려를 한 것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방대한 원작의 이야기를 모두 풀어내는 대신에, 송태섭의 성장과 경기 과정에 온전히 집중하며 이야기를 풀어간 것이죠. 그 덕분에 연말이 다가오는 지금까지도 뜨거운 코트를 가르던 선수들을 떠올리는 젊은 팬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게임 시리즈를 고르라면, 무조건 떠오른 작품 중 하나인 ‘마리오 시리즈’. 유니버셜 픽처스가 이 시리즈의 애니메이션화를 결정하며, 전 세계 팬들의 시선이 쏠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원작이 아무리 대단했더라도, ‘게임의 영화화’ 성적이 늘 좋은 편은 아니었기에 사람들의 걱정도 있는 상황이었죠.
그리고 그 결과는? 제법 성공적인 출발이었습니다! 지난 5월 개봉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원작 세계관의 디테일한 설정들을 완벽하게 재현하며 팬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습니다. 단지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마리오 카트’, ‘동키콩’ 등 시리즈의 다양한 설정들을 적극적으로 가져왔습니다. 단지 그뿐일까요? 그저 게임의 설정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닌, 독자적인 스토리텔링으로 ‘평범한 개인이 영웅으로 거듭나는 신화’를 완벽하게 완성해냅니다. 원작 팬들은 그 디테일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하는 동시에, 다른 관객들을 사로잡기 위한 시도가 눈에 띄는 지점이었습니다.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 10월에는 가슴을 뜨겁게 태우는 작품이 개봉했습니다.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블루 자이언트>는 재즈 무대를 꿈꾸는 청년들의 도전을 다루고 있습니다. 원작은 그 특성상 많은 분량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작품의 핵심 사건을 위주로 러프하게 이야기가 진행되죠. 이런 지점은 앞서 설명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마찬가지로 새롭게 작품을 접하는 관객들을 위한 배려로 작용합니다. 원작 팬들은 아쉽지 않겠냐고요? 감독은 재즈 음악을 핵심 소재로 달려가는 작품이라는 특성을 활용해, 만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청각적 카타르시스를 선물해 줍니다! 영화관에서 드라마틱 하게 울리는 재즈 사운드트랙들은 화면과 섞이며 블루자이언트 팬, 나아가 재즈 팬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 한국인들이 사랑한 지브리의 동화, 이번에는?
처음 이야기했던 작품 이야기를 다시 꺼내볼까요? 최근 개봉했던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동명의 소설에 영감을 받아 제작한 작품입니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들이 보여온 동화 같은 이야기로 인해, 사람들의 기대감이 가득했던 상황이었죠. 그리고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SNS에서의 반응은 제법 극과 극으로 갈렸습니다. 한 편에서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일생을 동화적으로 잘 녹여냈다는 반응이 있었습니다. 작품 속에서는 반전주의를 표현했지만, 2차 대전 당시 군수 산업에 종사하는 아버지 덕분에 괜찮은 유년기를 보냈던 소년. 스튜디오 지브리라는 거대한 세계를 완성했지만, 은퇴를 앞두며 저물어가고 있는 거장. 이런 지점들이 작품에 충분히 잘 표현됐다는 반응이었죠.
한편 작품의 이야기가 너무 난해하다는 평도 많았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복잡한 내러티브 구성으로 인해서, 대중적으로 따라가기 어려운 작품이라는 얘기입니다. 마찬가지로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로의 모험을 다룬 지브리의 작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비교해 큰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 이어졌습니다. 어찌 됐던 국내에서는 가장 뜨거운 작품 중 하나가 아닐까 싶네요.
✨ 픽사와 소니의 놀라운 마법
한편 서양의 애니메이션 명가 ‘픽사’도 훌륭한 작품을 배출했습니다. 물, 불, 흙, 공기 4가지 원소들이 살아가는 세계관을 다루는 영화 <엘리멘탈>이 그 주인공이었죠. 이번에도 정말 놀라운 상상력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픽사의 애니메이션들은 모두 놀라운 아이디어를 보여주거든요. 장난감이 움직이는 ‘토이스토리’, 감정들의 세계를 보여주는 ‘인사이드 아웃’, 죽음 전후의 세계를 다루는 ‘코코’와 ‘소울’. 다음 작품들은 독특한 세계관에 동화처럼 가슴을 울리는 따뜻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픽사의 장점은 <엘리멘탈>에서도 그대로 이어지죠. 서로가 서로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물과 불 두 원소는 조심스럽게 서로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되찾는 여정을 보여주기도 하죠. 두 원소의 사랑은 현실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그것을 동화처럼 표현했습니다. 각 원소의 특성을 완벽하게 반영한 아름다운 작화도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2023년에 개봉한 영화들 중 관객들의 눈을 가장 즐겁게 만든 작품은 단언컨대 <스파이더맨 :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일 것입니다. ‘소니 픽처스’가 준비한 놀라운 마법은 멀티버스를 오가면서 전례가 없는 작화를 보여줍니다. 스파이더맨 캐릭터 특유의 아크로바틱한 웹스윙 액션이 다양한 세계관의 스파이더맨들을 만나며 놀라운 특색을 보여줍니다. 이때 실사 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 장르라는 지점이 매우 큰 강점으로 작용했어요. 일반적인 CG 혹은 스턴트 액션으로는 어려울 구도와 액션을 자유롭게 완성합니다. 한편 작품은 이전 시리즈들에 대한 오마주를 보여주면서도, ‘자신의 운명을 거부하고 스스로 이야기를 써내리는 스파이더맨’을 완성했습니다. 그 이야기와 작화에 압도되다 보니, 작품이 끝날 때 즈음이면 “아니 이걸 이렇게 끝내면 다음 시리즈는 어떻게 기다리라고?”라는 생각이 절로 나왔달까요? 애니메이션이 가진 놀라운 예술성과 대중성을 한 번에 느낀 경험이었습니다.
최근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월트 디즈니’가 100주년을 기념하며 단편 애니메이션을 공개했습니다. 바로 지금까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디즈니 작품 속 캐릭터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원스 어폰 어 스튜디오>가 디즈니 플러스에서 개봉했죠.
참 뜨거웠던 대중의 반응을 보며, 애니메이션 영화 역사의 한 챕터를 돌이켜 본 것 같았습니다. 지난 시간, 애니메이션 영화가 이토록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던 것은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한 동화적 환상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장르를 넘나들며 팬들을 사로잡고, 현실적인 한계를 초월한 이야기와 연출이 그곳에 있죠. 관객들은 그 안에서 꿈을 꾸는 소년이 되기도, 자신을 찾아가는 소녀가 되기도 합니다. 이 환상적인 경험은 이번 2023년을 넘어 앞으로의 시간에도 펼쳐질 겁니다. 다가올 2024년에는 어떤 애니메이션 영화가 관객들을 찾아올까요?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영화 팬이라면, 그 미래를 함께 기대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Editor’s Comment
애니메이션은 유치한 장르라는 생각이 아직도 제법 많은 것 같습니다. 이 장르를 사랑하고 있는 팬의 입장에서는 조금은 아쉬운 상황이죠. 하지만 매년 꾸준히 좋은 애니메이션 영화가 스크린에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끔씩 정말 좋은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어린 시절의 동심,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놀라운 상상력, 각자의 특징이 가득 담긴 작화 등의 매력이 여러분을 반길 것 같습니다!
지금 로그인하시면
하루예술의 모든 콘텐츠 열람이 가능해집니다!
이야기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