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캣츠>, <오페라의 유령>! 너무나도 잘 알려진 뮤지컬 작품들이죠.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뮤지컬들은 각각의 개성이 뚜렷하고 확실한 존재감을 뽐내요. 그리고 이 작품들은 모두 기존에 존재하는 뮤지컬 작품이 큰 성공을 거두게 되면서 영화로 재탄생되었다는 공통점을 가지죠. 이처럼 뮤지컬을 영화로 각색하는 시도는 종종 일어나고 있어요. 그렇다면 반대로 영화가 뮤지컬의 형태로 재탄생 된다면 어떨 것 같나요? 여기, 영화로 태어나 뮤지컬로 더 큰 성공을 거둔 이야기가 있어요. 바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입니다.

👨‍👦아이와 어른, 모두의 이야기

  1980년대 말 영국 북부 작은 마을의 한 탄광촌에 빌리라는 소년이 살고 있습니다. 그는 광부로 일하는 아버지와 형, 그리고 할머니와 함께 지내고 있죠. 어느 날 빌리는 권투 연습을 하던 도중 발레 수업에 참여하게 돼요. 아주 우연한 계기였죠. 그런데 혹시 이 우연한 사건이 운명이었던 걸까요? 빌리는 이 수업을 기점으로 발레를 배우고 싶어졌어요. 하지만 아버지는 빌리가 발레 하는 것을 단호하게 반대하죠. 발레는 남자답지 못하다는 것이 이유였어요. 대신 빌리의 재능을 발견했던 선생님이 빌리를 발레의 길로 데려와야겠다고 결심합니다. 이에 못 이겨 결국 아버지도 빌리를 영국 로열 발레 스쿨에 보내게 되고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어두운 탄광촌과 가혹한 어른들의 세계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한 소년의 이야기예요. 주인공이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빌리를 포함해 아이들이 많이 등장하는 작품인데요. 그렇다고 해서 마냥 어린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만 담고 있는 건 아니에요. 빌리의 아버지는 가부장적이고 전통적인 남성성을 강요하는 모습으로 등장하는데요. 이와 반대로 빌리는 ‘여성적’이라 치부되던 발레를 배우고 싶어 해 아버지와 갈등을 보이죠. 누나의 옷을 입으며 놀고, 빌리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친구 마이클을 등장시켜 동성애 요소를 보여주기도 해요. 이를 통해 당시의 가부장적 사상과 동성애 혐오를 비판하고 지적한 작품으로 평가받기도 했어요. 좀처럼 나아질 것 같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꿈에 도전하는 빌리의 이야기는 2000년에 영화로 먼저 제작되었는데요. 실제 탄광 파업 노동자의 아들인 한 영국 무용수의 실화를 바탕으로 집필된 이야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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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 빌리 엘리어트와 관계 있다고?

  빌리 엘리어트는 1984년부터 1985년까지 영국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영국 광산 파업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영국이 장기 불황에 시달리고 있어 철의 여인이라 불리는 마가렛 대처(Margaret Hilda Thatcher, 1925~2013) 총리가 수익성 낮은 탄광을 폐쇄하던 시기죠. 당시 대처 총리는 탄광 산업의 소유권을 국가로 넘겨 폐광하려고 했어요. 이에 탄광 노동자들은 반대했고, 파업을 결심하죠.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는 이러한 시대 상황과 환경에 대한 묘사가 자세히 드러납니다. 탄광 파업의 슬픈 패배를 노동자 가족, 즉 빌리와 빌리 가족의 시선으로 그려내었죠. 실제로 극에서 탄광 노동자들은 대처 총리의 죽음을 기념하는 파티를 벌이기도 했는데요. 이때 발레리노를 꿈꾸는 빌리와 탄광 노조 파업 성공을 기원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교차하며 보여줍니다. 삶의 전부인 탄광이 폐쇄될 위기에 놓여 노동자들이 파업을 강행하던 그 시절, 빌리의 미래 또한 탄광처럼 깜깜했어요. 영국 국민들은 예로부터 발레와 오페라 등의 예술이 상류층에게만 허용된다고 인식했었거든요. 그러니 당장 밥줄이 끊길 위기였던 빌리네에서 발레라는 뜬금없는 꿈은 외면당할 수밖에 없었죠. 거친 것이 남자답다고 여겼던 당시의 성적 고정관념도 빌리의 꿈을 막는 데 한몫했고요. 이처럼 빌리 엘리어트는 어린아이의 성장 이야기에 그치지 않아요. 당시 영국 사회의 일면을 보여주는 어른들의 이야기이기도 하죠. 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했던가요? 발레를 끈질기게 반대하던 아버지도 아들의 열정을 보고 결국에는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답니다. 빌리의 이야기와 영국 사회가 얽혀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암울했던 어른들의 상황 역시 한 줄기 희망을 꿈꾸는 듯하죠?

😎영화부터 뮤지컬까지 섭렵한 원작의 힘!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원작 영화를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사실, 기억하시나요? 영화와 뮤지컬 모두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연출, 안무, 음악 등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에요. 그중에서도 가장 큰 매력은 이야기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작 영화와 뮤지컬의 대본을 쓴 작가 리 홀(Lee Hall, 1966~)은 영국 탄광촌 출신 발레 무용수의 실화에서 영감을 얻어 빌리 엘리어트를 탄생시켰어요. 작가 본인 또한 노동자 집안에서 자라 고된 노력 끝에 작가로서 큰 성공을 거두었고요. 실제로 리 홀은 다음과 같이 말했는데요!

빌리 엘리어트가 내 직접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고향의 실화에서 영감을 얻어서 쓴 작품이다.
그리고 빌리 엘리어트는 춤에 대한 나의 환상을 채워준다.

  아마 리홀은 빌리 엘리어트를 쓰는 동안 주인공 빌리에게 깊게 빠져들었을 거예요. 본인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서요. 그 진정성과 간절함이 작품에 녹아들었기 때문에 관객 또한 영화와 뮤지컬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요?

🌈다 같은 빌리가 아니죠, 각양각색 Electricity!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다른 뮤지컬처럼 뛰어난 가창력을 요구하는 뮤지컬은 아니에요. 대신 볼거리가 다양하며 극의 연출이 뛰어나고 창의적인 뮤지컬로 평가받죠. 다양한 볼거리 중 단연 으뜸이 되는 것은 춤과 음악인데요. 특히 춤이 굉장히 고난도라고 전해져요. 이야기 전반을 이끄는 발레부터 탭댄스, 스트릿댄스, 아크로바틱, 현대무용까지! 듣기만 해도 복잡하고 어려운 춤들이죠.

  이렇게 빌리 엘리어트는 춤으로 시작해서 춤으로 끝나는 뮤지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런데 이 어려운 안무를 아역배우들을 중심으로 7세부터 80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들이 소화해낸다는 사실! 여러 사람이 합을 맞춰 춤을 춘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닌데요. 아역배우들이 고난도의 안무를 소화해야 하니, 빌리 엘리어트는 무려 1년이라는 긴 시간이 준비기간으로 소요된답니다.

  특히 발레에 대한 빌리의 열정을 보여주는 'Electricity'는 뮤지컬에서 손꼽히는 명장면이에요. 빌리는 왕립 발레 학교 오디션을 볼 때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하고, 면접관에게 질문을 받는데요. “너는 춤을 출 때 어떤 기분이 드니?”라고요. 그때 빌리는 ‘Electricity’라는 노래를 부르며 춤으로 답해요. 그것도 온갖 장르가 뒤섞인 엄청난 춤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출한답니다. 춤을 출 때 짜릿하고 자유롭다고 말이죠. 이때 빌리가 추는 춤은 특별히 안무가 정해져 있지 않아요. 배우들이 각자의 개성에 따라 자유롭게 표현하죠. 빌리마다 다르게 표현하는 춤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겠는데요?

  꿈을 쫓는 아이의 기적 같은 이야기, 빌리 엘리어트! 극에 등장하는 상당수 인물이 어린이지만 결코 가볍고 유치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한 소년의 성장, 그리고 어른들의 세상을 나름대로 해석하는 아이들의 시선이 담겨 있답니다. 다양한 입장과 상황이 켜켜이 쌓여 있는 작품이니,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삶에 지쳐 무언가를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빌리 엘리어트를 떠올려 보세요. 아이들의 순수하고 강렬한 에너지가 여러분을 치유해 줄 테니까요.

1. ㅇ참고자료
2. - 강종훈, “<인터뷰> '빌리 엘리어트' 작가 리 홀”, 연합뉴스, 2010.
3. - 장병호, “[뉴스+]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 마거릿 대처는 왜 나올까?”, 이데일리,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