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노래하는 스릴러의 정석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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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약간의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스릴러라는 장르를 좋아하시나요? 이 장르는 보편적으로 긴장감과 약간의 공포감이 있을 때 사용하곤 하는데요. 실제로는 '긴장을 야기하는 객관적인 위험', '이 위험에 자발적으로 자신을 내맡기는 관객', '모든 것이 다시 좋아질 것이라는 확실한 희망' 이 세 가지 요소가 있는 것을 스릴러라고 한답니다. 스릴러의 이 세 가지 요소가 모두 들어있는 뮤지컬이 있는데요. 그야말로 스릴러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바로 뮤지컬 <사의 찬미>입니다. 1920년대를 살던 실존인물 윤심덕과 김우진의 동반자살 사건에 사내라는 캐릭터를 더하여 극을 풀어낸 팩션이죠. 누구나 그들을 둘러싼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고 위험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연출했지만 심덕과 우진 그리고 사내의 흥미진진한 관계성으로 인해 그 위험을 거부하지 않고 들여다보게 만들어요. 거부할 수 없는 위험. 감당할 준비되셨나요?
🎩사내, 그는 누구인가
뮤지컬 <사의 찬미>는 실존했던 인물인 윤심덕과 김우진의 이야기에 사내라는 가상의 인물을 더하여 내용이 진행돼요. 사내라는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그 시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데요. 공연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1926년 일제강점기랍니다. 일본 제국에 식민 통치를 받던 조선의 국민들은 염세주의에 빠져있었어요. 염세주의란 세계나 인생을 불행하고 비참한 것으로 보며, 개혁이나 진보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경향이나 태도를 말하는 것으로, 줄곧 비관적인 생각을 하는 태도라고 이해하면 쉬워요. 여기서 사내는 1920년대의 암울함을 나타내는 염세주의의 의인화라고 볼 수 있어요. 극의 초반에 심덕은 밝고 명랑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지만, 사내와 함께 할수록 점점 어두워지며 염세주의적인 가사로 가득 찬 노래를 부르기도 하죠. 심덕뿐만 아니라 우진 또한 사내와 함께 있을수록 불안에 휩싸인 모습을 보이고요.
우진과 심덕에게 보이는 사내의 묘한 말과 행동은 두 인물을 비롯하여 관객까지 그에게 홀리는 듯한 느낌이 들게 만들어요.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으며, 그것을 이룰 수 있게 만들어줄 것 같은 그의 모습에 전적으로 믿음을 보내게 되죠. 하지만 곧 심덕과 우진은 그들의 만남부터 시작해 모든 일은 사내가 만들어놓은 각본대로 흐르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엔 서로를 증오하고 죽음을 찬미하게 되죠. 이러한 과정 중 우리는 사내에게서 가스라이팅을 느낄 수 있어요. 가스라이팅이 뭐냐고요? 가스라이팅이란 사전적으로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를 말해요. 공연에서 사내는 의도적인 말과 행동으로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게 하고 의지하게 만든 뒤 질투심과 오해를 유발하여 극도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결국엔 죽음으로 몰아내죠.
🎤내 운명은 내가 결정해
하지만 심덕과 우진이 사내의 각본대로만 움직였다면 큰 재미를 이끌지 못했겠죠. 사내가 만든 각본의 결정적인 키를 쥐고 있었던 심덕은 욕심이 많은 여인이었어요. 조선 최고의 여성 소프라노로 일본 동경 음악학교에서 유학생 생활을 하며 반짝거리는 도쿄를 사랑했죠. 학교에서 윤심덕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었고요. 어디서나 당당하고 자유로운 모습으로 무대를 휘젓고 다니는 심덕은 당시 시대에서는 보기 힘든 사례였어요. 시대에 굽히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아주 당돌한 여성이죠. 자신에게 추파를 던지는 일본인에게도 능청스럽게 대하는 그녀의 모습은 매력으로 가득 차 보입니다.
사내는 그런 심덕과 우진의 사이를 조금씩 비틀어가는데요. 우진에 대한 심덕의 신뢰가 바닥을 향해 나아갈 때, 둘은 재회를 하게 되고 사내의 비밀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우진은 심덕에게 자신과 함께 가자며 손을 뻗어요. 하지만 심덕은 우진에게 총을 겨누며 말합니다. “내 운명은 내가 결정해” 그리고 탕! 하는 소리와 함께 암전이 됩니다. 과연 심덕은 우진을 향해 총을 쐈을까요?
✅솔직 핵심 정리 노트
ㅇ박수갈채드립니다
- 완성도 높은 넘버와 싱크로율 높은 캐스팅으로 공연에 더욱 몰입할 수 있어요.
- 무대의 배경이 되는 배! 갑판과 선실을 나누어 표현했어요. 공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공연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준답니다.
ㅇ요건 쫌 아쉬운데
- 세 사람 사이의 에피소드를 언급만 하고 풀지 않아 아쉬움이 남을 수 있어요.
- 세 사람의 긴장감 있는 심리전이 공연을 어렵게 느끼도록 만들 수 있어요.
💬Editor’s Comment
완전했던 세 사람의 모습을 보고 난 후 달라진 세 사람의 관계를 보면 심덕과 우진이 안쓰럽지 않을 수가 없어요. 행복을 향해 불도저처럼 달리던 심덕과 가문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었던 우진, 두 사람에게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사내. 세 사람의 심리전을 기대해보세요! 이번 시즌인 2022 <사의 찬미>는 10주년을 맞이하여 2차 캐스팅 공연이 이어질 예정이에요. 2차 공연의 배 문을 활짝 열어줄 새로운 배우들을 환영해주자고요! 동시에 곧 1차 캐스팅의 마지막 공연이 다가오고 있으니 원하는 배우가 있다면 꼭 챙겨보시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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