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반주가 아니야, 차이코프스키의 3대 발레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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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까지, 발레음악은 비주류였어요. 단지 춤을 위한 반주 음악에 불과했기에, 당 시대의 잘 나간다 하는 유명한 클래식 작곡가들 중 어느 누구도 발레음악에 손을 대지 않았죠. 하지만 모두가 No!를 외칠 때 혼자 YES!를 외쳤던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차이코프스키였어요. 발표하는 작품마다 계속되는 혹평을 받아 좌절하고 다시는 발레음악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면서도, 그는 발레음악을 등질 수 없었죠. 차이코프스키는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공연되고 있는 레파토리들을 남겼는데요. 이 작품들은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 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으로, 그의 3대 발레음악으로 불려요.
판도를 뒤집은 ‘백조의 호수’

<백조의 호수(Swan Lake)>는 3개의 작품 중, 차이코프스키가 가장 먼저 완성한 작품으로, 1877년에 볼쇼이 극장에서 초연되었어요. 차이코프스키는 발레음악을 즐겼던 조카들을 위해 발레음악을 작곡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당대 최고의 음악가가 작곡한 첫 발레음악’에 대중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혹평도 그런 혹평이 없었을 거예요. 이에 실망한 차이코프스키가 다시는 발레음악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할 정도였으니까요. 차이코프스키의 발레음악은 ‘반주 음악’이었던 당시 발레음악의 눈높이와 맞지 않았어요. 당시 사람들에게는 ‘쓸데없이 수준 높은’ 음악이었던 셈이죠.
<백조의 호수>는 러시아에서 잘 알려진 전설에 음악을 입힌 총 4막으로 된 발레 음악이에요. 서주는 비극적인 이야기를 암시하듯 오보에의 슬픈 독주로 시작해요. 1막, 무대 위에는 성이 바라보이는 호화로운 정원이 펼쳐져요. 왕자 지크프리트의 성년식을 축하하며 모든 악기가 라장조의 힘찬 선율이 활기차게 연주됩니다. 그 전날 밤, 왕자는 사냥을 하러 숲에 갔다가 백조로 변신한 왕녀, 오데트를 만나게 돼요. 이 장면에서 나오는 음악이 바로, ‘백조의 주제’입니다. 처음 시작했던 나단조의 조성으로 오보에가 구슬프게 노래해요. 이 곡은 오데트가 등장할 때마다 흘러나오며 저주 속에 갇힌 운명을 암시하죠. 반면, 후반부에서 오데트의 마법이 풀리는 순간에도 다시 ‘백조의 주제’가 나오는데요. 이때에는 단조였던 조성이 장조로 바뀌면서 모든 악기가 함께 하는 희망에 찬 ‘백조의 주제’를 들을 수 있어요.
끝나지 않은 도전,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다음으로, <잠자는 숲 속의 미녀(The Sleeping Beauty)>예요. 1890년에 마리우스 프티파(Marius Petipa)의 대본으로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되었는데요. 관객들의 반응은 전작, ‘백조의 호수' 때와 다를 바가 없었어요. 음악이 너무 난해하고 복잡해서 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혹평을 받았죠.
<잠자는 숲 속의 공주>의 스토리는 프랑스 동화 작가 샤를 페로(Charles Perrault, 1628~1703)의 동명의 동화를 바탕으로 해요. 환상적인 극적 요소에 맞추어, 음악 또한 다채롭습니다. 공주 탄생을 축하하는 파티에서는 우아한 왈츠에 맞춰서 요정들이 평화롭게 춤을 추고 있어요. 갑자기 강렬한 음악이 터져 나오는데요. 초청받지 못한 요정, 카라보스가 등장한 것이죠. 자신만 초대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분노한 그녀는 공주를 저주해요. 고음의 반복되는 빠른 음표는 긴장감을 극대화하며 분노로 가득 찬 카라보스를 표현해요. 100년 후, 왕자의 도움으로 깨어난 공주는 왕자와 결혼을 해 성대한 파티가 열리고, 화려하고 즐거운 음악에 맞춰 환희에 찬 춤의 무대가 펼쳐져요.
크리스마스엔 언제나, <호두까기 인형>
마지막으로, <호두까기 인형(The Nutcracker)>은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에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이에요. 이 작품은 차이코프스키의 마지막 발레 음악으로 그가 죽기 1년 전인 1892년에 완성되었어요. 이 작품 역시 마리우스 프티파의 대본으로 1892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되었지만, 진가를 인정받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이 작품은 독일의 낭만파 작가 호프만(E. H. Hoffmann)의 동화인 <호두까기 인형과 쥐의 왕>을 각색했어요. 무대를 여는 서곡은 현과 목관악기만을 사용해 크리스마스를 앞둔 아이들의 들뜬 마음을 경쾌하게 연주해요. 시계가 12시를 알리자 극은 현악기의 트레몰로(Tremolo)1)와 플루트, 그리고 오케스트라의 음악과 함께 점점 고조되기 시작하는데요. 곧 장난감 병정과 생쥐의 치열한 싸움이 시작되기 때문이죠. 무서운 생쥐는 금관악기로, 생쥐는 피콜로(Piccolo)2)로 표현하고 있어요.
이 작품에서 ‘꽃의 왈츠’는 빼놓을 수 없는 곡인데요. 꽃을 피우는 듯 화려한 하프의 연주로 시작되는 이 왈츠는 스트링의 반주에 호른의 따스한 멜로디가 얹히고, 오보에와 플루트까지 가세합니다. 또한 연주회용으로 개작한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에서는 차이코프스키의 재미있는 시도들이 돋보였는데요. 작은 건반악기인 첼레스타(Celesta)와 장난감 북과 나팔, 여성합창을 편성해 큰 인기를 끌었어요.
1) 트레몰로(Tremolo)는 음이나 화음을 같은 속도로 여러 번 되풀이하는 주법을 뜻해요.
2) 피콜로(Piccolo)는 가장 높은 음역을 연주하는 플루트의 일종이랍니다.
이 세 작품 모두 초연 이후 혹평을 면치 못하다, 차이코프스키의 사후 빛을 보기 시작했어요. 안무를 위한 반주로 전체적인 흐름을 돕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던 발레음악이 예술성을 인정받으며 안무와 동등한 위치까지 올라서는 ‘신분상승’을 이루어 내었죠. 낭만파의 대표 작곡가인 차이코프스키가 남긴 수많은 불후의 명곡 중에서도, 그의 발레음악이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이유예요. 차이코프스키는 러시아의 후배 작곡가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데요. 그중, 특히 스트라빈스키는 차이코프스키의 영향을 받아 역사적으로 남을 발레 음악들을 작곡했어요. 다음에는 스트라빈스키의 3대 발레 음악을 갖고 찾아와 볼게요!
ㅇ 참고자료
- 정주리.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음악에 관한 연구.” 석사학위논문, 원광대학교, 2003.
- 이운작. “차이코프스키의 <잠자는 숲 속의 미녀> 감상지도 방법.” 석사학위논문, 한국교원대학교, 2012.
- 김강자. “차이코스프키의 <호두까기인형> 감상 수업에 관한 연구.” 석사학위논문, 경희대학교, 2007.
- 시도리 하찌오. 『명곡해설전집』, 서울: 현대악보출판사,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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