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기타의 꼬북좌(이)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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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를 여행하고 있던 때였어요. 가이드 선생님께서 이탈리아 저녁놀이 질 때는 이 노래를 꼭 들어야 한다며 송신기 너머로 전해준 노래가 있는데요. 바로 이탈리아의 가곡, 칸초네 중에서도 대표곡으로 손꼽히는 ‘Volare’입니다. 처음 들어보신다고요? 일단 들어보기만 하면 ‘아~ 이 노래!’하실 거라고 장담해요. 우리에게는 소녀시대가 찍은 바나나맛 우유 CM송으로 더 익숙할지도 모르겠어요. (바나나맛~ 우유~ 주세요~)
‘Volare’, ‘날아오르다’는 뜻을 가진 단어인데요. 가끔 문득 여행지에서의 공기와 분위기가 그리워질 때면 이 곡을 찾게 되곤 합니다. 오늘은 이 노래처럼 특히나 여행지에서 듣기 좋은 음악을 추천해드리고 싶은데요. 영상 속의 사람들이 친근한 친구처럼 하나씩 부둥켜안은 악기가 그 주인공이랍니다.
🤔제가 아는 그 기타 아닌가요?
‘그냥 기타 아냐?’하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 기타는 우리가 통기타로 흔히 알고 있는 ‘어쿠스틱 기타’와는 조금 다른, ‘클래식 기타’랍니다. 클래식 기타는 쇠줄로 되어있는 어쿠스틱 기타와는 달리 나일론 줄로 이루어져 있어요. 줄의 소재가 다르기 때문에 소리에서 가장 큰 차이가 나는데요. 어쿠스틱 기타는 밝고 경쾌하며 찰랑찰랑한 소리가 나는 반면, 클래식 기타는 부드럽고 따스한, 동시에 조금은 묵직한 소리가 나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차이점은 연주하는 부분이 다르다는 것인데요. 어쿠스틱 기타는 주로 반주를 연주하는데, 클래식 기타는 멜로디를 연주하거든요. 똑같은 기타처럼 보일지라도, 이런 차이점들로 인해 각 악기의 매력이 더욱 진해지는 것 아닐까요? 그리고 이 아티스트 역시 클래식 기타의 매력을 아주 깊이 이해하고 한껏 폭발시키는 연주를 보여준답니다.
💥박규희의 동기화! 효과는 엄청났다!

그의 이름은 박규희. 클래식 기타 애호가 분들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연주자예요. 발레계의 강수진, 빙상계의 이상화 같은 인물이랄까요? 무려 9번의 콩쿠르 수상, 그중에서도 가장 권위 있다는 비엔나 프렝탕 국제 기타 콩쿠르 우승이 눈에 띄게 빛납니다. 기타는 판이 넓고 힘의 사용이 중요해 지금까지 여성에 비해 남성들에게 더욱 최적화된 악기로 여겨져 왔어요. 하지만 그는 비엔나 프렝탕 국제 기타 콩쿠르에서 최초의 여성, 더욱이 최초의 아시아인으로서 당당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런 화려한 이력 외에도, 클래식 기타를 잘 모르시는 분들까지 마음을 뺏겨버릴 법한 연주 특징이 있어요. 기타리스트 박규희를 이야기하며 짙은 호소력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거든요. 연주를 통해 생생하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그 호소력이 과연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궁금해졌어요. 그리고 곧 그것은 다름 아닌 ‘기타를 친구처럼 여기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의 연주는 마치 수를 놓듯 작은 부분까지 꼼꼼히 연주한다는 평을 많이 받는데요. 작품을 나노 단위로 해석한 뒤, 이를 연주에 차용하고자 수많은 변주를 연구하고 시도하기 때문입니다. 박규희는 클래식 기타의 매력이 섬세하고 다채로운 소리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손가락의 살 부분으로만 연주했을 때, 손톱과 살 부분을 반반씩 걸쳐서 연주했을 때, 손톱으로만 연주했을 때 모두 소리가 다르고요. 줄을 뜯는 부분이 위쪽이냐 아래쪽이냐에 따라 확연한 소리의 차이를 보여준다고요. 심지어 손가락의 각도, 손톱에 난 흠집까지도 소리를 변하게 하기 때문에 연주 전에는 무조건 사포로 손톱을 갈고 있다고도 하죠.
이처럼 아주 까다로운 클래식 기타 연주를 해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그가 기타와 깊은 교감을 나누기 때문입니다. 또 그 결과물인 음악을 통해 관객과 교감하는 것을 가장 큰 가치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그는 자신의 친구 기타에 대해 이야기하며 ‘기타에도 수명이 있는데, 20-30년 되었을 때가 가장 전성기’라고 설명합니다. 연주하는 한 음이 다른 기타에 비해 더 지속되기 때문에 ‘자연히 노래를 길게 해 준다’고 표현하기도 하고요. 그 이야기를 들으며 그가 자신의 기타를 얼마나 살아있는 존재처럼 여기는지 새삼 깨닫게 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그가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기타와 대화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하나의 뮤지컬을 보고 있는 듯 풍성한 느낌을 받기도 한답니다. 이쯤 되면 연주할 때마다 기타와 동기화되는 것은 아닌가 싶은 거 있죠.
지금까지는 유럽과 일본 위주의 해외 활동이 더 많았지만,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삼아 국내에서의 활동에 주력하고 있어요.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새 앨범도 있다고요!
😌감성 끝판왕... 플레이만 했는데 홈카페 뚝딱

네, 뼛속까지 한국인인 저, 10번째라고 하면 일단 의미 있다고 본답니다. 그리고 박규희가 준비한 이번 앨범은 그의 10번째 앨범이에요. <Letters>라는 제목으로 세상에 나온 이 앨범은 지금까지 박규희가 발매한 9장의 앨범 중 그가 직접 엄선한 곡들이 담긴 베스트 앨범이랍이다. <Letters>는 그간 팬들로부터 받은 사랑에 보답하는 마음을 마치 편지에 쓰듯 꾹꾹 눌러 담았다는 것을 의미해요. 연주 한 곡 한 곡에 빽빽이 사랑을 쓴 박규희만의 따스한 답장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가 이야기했듯, 음악이란 연주자에게 언어와도 같은 존재니까요. 그는 한 인터뷰에서 연주자로서 유명해지기보다는 클래식 기타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그 마음까지 담긴 이번 앨범은 일상 속에서 편안히 즐길 수 있도록 달콤하고 포근한 음악들로 구성되었답니다.

무엇보다 눈이 번쩍 뜨이는 소식은 이렇게 아늑함이 가득한 앨범을 LP로도 제작해 한층 더 도톰한 감성을 자아낸다는 거예요. LP 특유의 질감이 느껴지는 소리와 그의 클래식 기타 연주가 만나면 어떤 시너지가 날지 벌써부터 궁금해져요. 잠깐, CD도 LP도 저마다 매력이 있지만요. 실제로 듣는 일에 비할까요. 다가오는 6월 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박규희와 하모니시스트 박종성의 듀오 콘서트가 개최된다는 소식도 함께 살짝 전해드릴게요. 지금까지 살롱 음악회처럼 작은 연주회를 위한 악기로 생각되었던 클래식 기타와 하모니카. 둘의 만남이 웅장한 콘서트홀을 어떻게 채워나갈지도 기대해보자고요!
💬Editor’s Comment
음악에 추억을 담는 일은 행복한 일이에요. 훗날에도 그 노래만 들으면 즐거운 기억이 생생히 살아나니까요.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던 노래에 클래식 기타가 목소리를 냈다는 것을 알고 나니, 이번 앨범의 음악에도 좋은 기억을 넣고 싶어 졌어요. 여러분도 낯선 골목길을 걸으면서,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면서, 푸른빛의 새벽녘에, 박규희가 연주하는 클래식 기타 선율을 따라가 보는 것은 어떨까요? 절로 기억될 만큼 특별한 추억이 생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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