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오랜 역사를 담은 세계 3대 콘서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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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서트홀’은 웅장하고 멋들어진 외관을 갖고 있죠. 건물을 딱 보기만 해도 대규모 이벤트가 열리는 곳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인데요. 콘서트홀은 사실 그냥 한껏 멋을 낸 건축물이 아닌, 과학이에요. 무대 위의 다양한 소리들을 관객석 곳곳에 조화롭고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객석과 벽의 형태, 무대의 생김새와 높이, 관객석에 쓰인 재질 등 홀 안의 모든 것이 고안되죠. 이를 위한 음향학과 과학 측정 기술들은 20세기에 들어서야 시작되었는데요. 그럼, 현대로 올수록 더욱 완벽한 콘서트홀이 만들어졌을까요? 세계 최고의 음향을 자랑하는 ‘3대 콘서트홀’은, 우리의 예상과는 다르게 길고 긴 역사를 갖고 있답니다.  

 

세상에서 가장 음향이 아름다운 빈 무지크페라인

  먼저, 오스트리아의 빈 무지크페라인(Wiener Musikverein)은 150여 년의 긴 역사를 가진 콘서트홀이에요. 1812년 일어난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부를 축적한 상공인 층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요. 그들 중 베토벤을 추앙하는 무리와 요제프 라이트너(Joseph Sonnleithner, 1766~1835)1)의 주도로 빈 애호가협회라는 음악 모임이 만들어졌어요. 이들은 안정적인 경제력을 바탕으로 정기 연주회를 열고 음악원을 설립하며 빈 음악 문화를 선도했죠. 베토벤의 제자였던 루돌프 대공은 이들을 적극적으로 후원했고요. 1870년, 이들이 마침내 건립한 자체 콘서트홀이 바로 무지크페라인 홀입니다. 지금의 빈 필하모닉(Vienna Philharmonic)의 상주 홀이기도 하죠.         

1) 요제프 라이트너는 베토벤의(Ludwig van Beethoven,1770 ~ 1827) 오페라 ‘피델리오( Fidelio)’의 대본을 쓴 작가이기도 해요! 

무지크페라인 외관 ⓒ월간중앙

  무지크페라인의 외관에서, 웅장한 그리스 신전이 연상되시나요? 무지크페라인은 덴마크 건축가, 테오필 폰 한젠(Theophil von Hansen, 1813~1891)에 의해 설계되었는데요. 그리스에서 유학했던 한젠은 그 영향을 받아 그리스 건축 양식을 따랐다고 해요. 내부도 외관 못지않게 화려해요. 내부는 프란츠 멜니츠키(Franz Melnitzky, 1822~1876)가 조각한 32개의 여신상이 발코니석 기둥을 받치고 있고, 아우구스트 아이젠멩거(August Eisenmenger, 1830~1907)의 ‘아폴로와 아홉 명의 뮤즈들’은 천정을 장식하고 있어요. 양 벽면의 창문 사이사이에는 금치장이 되어 있는 화려한 입체 장식들도 가득해서 ‘황금홀’이라 불리기도 한답니다.

 

무지크 페라인 내부 ⓒ명랑낙타의 따뜻한 클래식 36.5

  무지크페라인은 1870년에 개관한 1,700여 석의 황금홀과 실내악이 연주되는 600석의 브람스홀로 이루어져 있어요. 특히, 대극장인 황금홀은 음향학의 기적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하는데요. 어떤 과학적 도움도 받을 수 없었던 19세기에 지어진 황금홀이 이미 음향을 완벽하게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황금홀은 높은 천정을 갖고 있어 음의 반사와 소리가 줄어드는 흡음에 효과적이고, 홀에 배치되어 있는 조각상들은 음들이 다양한 방향으로 퍼질 수 있게 하죠. 베토벤, 브람스, 브루크너, 말러 등의 고전주의나 낭만주의 교향곡을 연주하기에 적합한, 세계에서 가장 음향이 아름다운 콘서트홀로 알려져 있어요.

 

암스테르담의 시민들이 함께 세운 로열 콘서트헤보우

  다음은, 암스테르담에 있는 로열 콘서트헤보우(Royal Concertgebouw)입니다. 콘서트헤보우는 네덜란드어로 콘서트홀이라는 뜻이에요. 당시 암스테르담에 있었던 연주홀들은 너무 낡고 작은 데다가 음향이 너무 나빠 콘서트홀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암스테르담의 시사주간지에 수도에 걸맞은 콘서트홀과 오케스트라가 없다는 기사가 실렸고, 이에 충격받은 시민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였어요. 은행가 H.J 드마레즈 오옌즈와 클래식 음악 애호가 6명이 콘서트홀을 건립을 추진했고, 시민들의 성금이 더해져 1882년 콘서트헤보우 재단이 탄생했어요.      

 

로열 콘서트헤보우 외관 ⓒ곽근수의 음악이야기

  2번의 세계대전에도 큰 손상 없이 고풍스러운 자태를 잘 간직하고 있는 로열 콘서트헤보우의 건축은 네덜란드 건축가 반 헨트가 설계를 맡았어요. 라이프치히 노이에게반트 하우스 홀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지붕 꼭대기에는 콘서트헤보의 로고인 리라로 장식해 상징성을 더했답니다. 1888년에 개관했을 때만 해도 ‘콘서트헤보우’라는 명칭이었는데요.  2013년에 개관 125주년을 기념해 베아트릭스 여왕이 ‘로열’이라는 칭호를 내려주면서 ‘로열 콘서트헤보우’가 되었어요. 현재 로열 콘서트헤보우 오케스트라(Royal Concertgebouw Orchestra)의 상주 공연장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로열 콘서트헤보우 내부 ⓒ곽근수의 음악이야기

  로열 콘서트헤보우는 1975석의 메인홀인 그로테 잘(Grote Zaal)과, 437석의 리사이틀 홀로 이뤄져 있어요. 현재 그로테 잘의 구조는 다른 공연장과 달리 조금 독특한데요. 개관했을 때만 해도, 그로테 잘(Grote Zaal)은 좌석 위치에 따라 메아리가 울렸고, 무대가 높아 금관 파트만 크게 들리는 등 음향의 문제가 있었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년 후, 무대를 2m 이상 낮추고 무대의 경사도 완만하게 줄였죠. 그 결과, 그로테 잘은 평평한 관객석과 계단식의 무대를 갖게 되었어요. 한 가지 더 특이한 점은, 지휘자와 독주자들의 출입구인데요. 무대 뒤쪽 계단 꼭대기에 출입구가 있어 그들이 등장하고 퇴장할 때 계단에서 종종 발을 헛디디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답니다.

 

현대 음향학의 시초를 마련한 보스턴 심포니홀

  마지막 세 번째는, 미국의 보스턴 심포니홀(Boston Symphony Hall)입니다. 보스턴 심포니 홀은 보스턴 뮤직홀의 최대 주주였던 헨리 리 하긴슨(Henry Lee Higginson, 1834~1919)에 의해 건립되었어요. 하긴슨은 피아니스트를 꿈꾸었던 음악 애호가로, 보스턴 심포니의 창설자이기도 해요. 당시 보스톤 심포니는 시민들에게 5달러, 10달러의 티켓을 제공하며 음악적 저변을 넓히기에 힘썼고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어요. 어느 날, 보스톤 심포니의 상주 공연장이었던 보스톤 뮤직홀이 고가 철도 건설 계획안으로 철거의 위기에 놓이게 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보스톤 심포니 애호가들의 적극적인 반대로 뮤직홀은 구사일생하게 되었어요. 이때, 하긴슨은 새로운 부지에 새로운 콘서트홀을 짓기로 마음먹었죠.

 

보스턴 심포니홀 외관 ⓒExpedia

  하긴슨은 새로운 콘서트홀을 건립하기 위해, 당시 미국 최고의 건축가이자 보스턴의 공공도서관을 지었던 맥킴(Chales Follen McKim, 1847~1909)을 지명했어요. 맥킴은 화려한 장식과 조각상으로 고대 그리스의 반원형 극장을 모델로 할 것을 계획했는데요. 하지만 예산이 넉넉지 않았던 하긴슨은 그에게 건축비 절감을 끊임없이 요구했죠. 결국, 맥킴은 당시 세계적인 콘서트홀로 손꼽혔던 독일의 두 번째 게반트하우스2)를 모델로 콘서트홀을 설계했어요. 화려함보다는 실용성을 택한 것인데요. 실제로, 보스턴 심포니홀은 동판으로 마감된 지붕을 가진 일반 관공서 건물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외관의 치장만으로 그 가치를 결정할 순 없겠죠. 보스톤 심포니 홀은 미국 특유의 미니멀함과 실용성이 반영된 건축물로, 미국의 역사적인 건축물(National Historic Landmark)로 선정되어있어요.

2) 게반트 하우스는 전쟁과 개보수 및 해체로 총 세 개의 버전이 있어요. 첫 번째는 알테 게반트 하우스(altes Gewandhaus, atles는 구舊라는 뜻), 두 번째는 노이에 게반트 하우스(Neues Gewandhaus, neues는 신新이라는 뜻), 세 번째는 오늘날 게반트 하우스Gewandhaus)로 불린답니다.

  대신, 하긴슨은 콘서트 홀인 만큼 음향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어요. 하버드대 물리학과 교수인 클레멘트 새빈(W.C. Sabine, 1868~1919)을 초빙했는데요. 새빈은 공간의 잔향 시간3)에 대해 수많은 실험을 진행했어요. 그는 극장의 수 백 개의 의자 쿠션 덕분에 잔향 시간이 감소하며, 관객 한 명이 의자 6개의 쿠션과 맞먹는 잔향 감소 효과를 알아내었어요. 그는 더 나아가, 홀의 크기와 객석의 쿠션 수로 잔향 시간을 계산하여 과학적으로 분석했어요. 이런 연구 결과 끝에 건립된 보스턴 심포니홀은 현대 음향학의 시초를 마련한 최초의 콘서트홀이 되었어요. 1900년에 2569석으로 완공된 보스턴 심포니 홀은 개관 연주회가 끝난 후, ‘콘서트홀의 스트라디바리우스4)’라는 극찬을 받았답니다.

3) 잔향 시간은 실내에서 어떤 소리의 크기가 60db(소리의 세기가 100만분의 1)로 줄어들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초로 산정한 것을 뜻해요.

4)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바이올리니스트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한다는 명품 악기예요. 이탈리아의 악기 제작자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Antonio Stradivari, 1644?~1737)이 제작했는데요. 음색이 예리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하답니다.

보스톤 심포니홀 내부 ⓒChris Harnish Photography

  세계에서 가장 음향이 좋기로 소문난 세 곳의 콘서트홀은 우리의 예상과는 다르게 꽤 오랜 역사를 갖고 있죠? 현대 과학의 도움 없이도 이토록 좋은 음향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노하우가 궁금해지는데요. 과거로부터 축적된 경험과 더 나은 콘서트홀에의 요구와 열망이 그 비밀이 아닐까 해요. 참, 음향 좋기로 정평이 나 있는 이 세 곳의 콘서트홀 모두, 네모상자 구조의 슈박스(shoe-box) 형태를 갖추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하지만 현대의 많은 공연장들은 네모 구조에서 벗어나 부채꼴 구조를 하고 있죠? 아이러니하기도, 재미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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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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