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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코로나19 적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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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극복을 위한 셧다운도 한계에 다다른 것 같습니다. 이제는 ‘코로나와 함께’하며 코로나를 이겨내고 있는 모양새인데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초반에는 많은 음악가들이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굉장한 타격을 입었어요. 공연장과 오케스트라 단체도 파산을 신청하는 등 클래식 음악계 전체가 휘청거리는 느낌이었죠. 많은 사람들은 위기감 속에서 이대로 클래식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업계는 곧 적응하기 시작했어요. 클래식 공연업계와 클래식 음악은 어떤 모습으로 코로나를 이겨내 오고 있을까요? 그들의 코로나 적응기, 어땠는지 같이 살펴볼게요.

 

코로나19에 대처하는 클래식의 자세

  좌석 띄어 앉기, 유/무료 온라인 공연, 공연 생중계 등의 새로운 변화들이, 이젠 여러분께 당연하게 느껴질 거예요. 그중에서도 온라인을 활용한 방법은 점차 진화해 왔어요. 내로라하는 유명 연주자들의 ‘거실 음악회’, ‘잠옷 연주’, ‘홈 연주’등의 영상이 등장했죠. 각자의 연주 영상을 합쳐 편집한 ‘모자이크’식 연주는 여러 연주단체로 빠르게 퍼져나갔고요. 같은 장소에 있지 않아도 앙상블과 오케스트라 연주, 음악 페스티벌까지 관람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는데요. 공연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객석의 거리 두기가 실천되면서 클래식 공연업계는 다시 기지개를 켰습니다. 물론 아직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다행히 철저한 방역수칙 아래 많은 공연들이 관객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8월 초에 막을 내린 ‘대관령 음악제’ 역시, 올해에도 엄격한 방역수칙 하에 계획했던 모든 공연들을 무사히 마침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받았죠. 올해 축제는 ‘산’이라는 이중적인 주제로 (alive, mountain) 기획되었는데요. 현재를 살아가는 의미와 삶의 무게를 돌아보게 하는 페스티벌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021년 평창 대관령 음악제 포스터

 

코로나 바이러스 연습곡

  아티스트들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연주하기도 했어요. <코로나 바이러스 연습곡(coronavirus etude)>의 영상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피아노와 소독용 물티슈를 위한’이라는 부제를 갖고 있는 이 곡은 미국의 한 음악 교사에 의해 작곡되었어요. 악보를 보면, 피아노 건반의 가장 낮은 음에서부터 시작해서 높은 음까지 하얀 건반을 모두 훑어내게 되어있습니다.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이 아닌 물티슈로 말이죠. 그다음은 검은 건반이고요, 쉼표와 셈여림표 까지, 악보를 따라 건반을 구석구석 문지르게 됩니다. 팬데믹 상황을 풍자하면서도 피아니스트들은 여느 때처럼 진지하기만 해 우리에게 웃음을 주었어요.  

코로나 바이러스 연습곡 악보

 

코로나19 백신 음악

  이번엔 더 나아가, 코로나 항체와 백신까지 만들어 냅니다. 물론 음악으로요. 그 주인공은 바이올리니스트 원형준 감독인데요. 코로나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위해 병원에서 위로 공연을 해오던 그는 올해 초, 린덴바움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함께 4분 30초짜리의 오케스트라 곡 ‘단백질 항체’를 선보였어요. 제목부터 신박한 이 음악의 작곡가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도시환경공학 학장인 ‘마르쿠스 뷸러’ 교수입니다. 뷸러 교수는 “생물학적 소재와 과학적인 도구로서의 음악의 관계를 보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고, 바이러스의 진동 주파수를 음계로 전환하는 음악적 모델을 만들었다”고 밝혔어요.

피아노와 현악기를 위한 코로나19 백신(protein antibody) 악보

 

  원형준 감독은 이미 2020년에 ‘코로나19 백신’을 발표한 적 있어요. 코로나 바이러스 자체를 멜로디화해서 만든 그 곡은 장장 1시간 50여분짜리의 긴 곡이었습니다. 이 곡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단백질 스파이크 구조를 악보로 변환한 뒤, 항체 단백질을 오케스트라 악보로 전환해 완성했습니다. 이 작품 역시 ‘마르쿠스 뷸러’ 교수와 함께 했는데요. 뷸러 교수는 단백질 내에 있는 20개의 아미노산을 고유한 진동 톤으로 표현함으로써 과학과 음악의 진정한 융합을 이뤄냈습니다. 원형준 감독은 ‘코로나 19 백신’이 전체적으로 느리고 긴 음악인데 반해, 두 번째 ‘단백질 항체’는 역동적이고 빠르다고 평했죠. 이는 악보로만 보아도 바로 확인할 수 있는데요. ‘단백질 항체’에는 피아노, 알토 색소폰과 현악기들이 어우러져 빠른 음표들을 주고받는 부분에서는 익살스럽고 유쾌한 분위기까지 느껴진다고 하네요.

*음악 연주는 1:30부터 시작됩니다.


  지루하리만큼 오래 지속되고 있는 팬데믹이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클래식계는 다양한 모습으로 적응해 왔습니다. 처음엔 많이 위축되었었지만, 새로운 시도로 클래식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나 싶어요.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관객을 맞이했던 클래식 공연도 있었고요. 아직 백신 접종을 기다리는 분들 있으시죠? 백신 접종은 마쳤지만, 또 다른 변이에 불안해하는 분들도 계실 테고요. 그럼 이번엔 ‘백신 음악’을 맞아 보는 건 어떨까요? 짧은 ‘코로나 연습곡’ 동영상으로 지친 마음을 달래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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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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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코로나바이러스 #코로나19 #팬데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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