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오페라의 러브콜을 받은 한국인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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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세계적인 바이올린 거장 핀커스 주커만(Pinchas Zukerman, 1948~)이 한국인에게는 음악적 DNA가 없다는 망언을 해서 많은 이들에게 질타를 받은 일을 기억하시나요? 그의 발언이 민망할 만큼, 국제무대에서 한국 클래식 음악인들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어요. 최근 소프라노 박혜상(1988~)이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이하 메트 오페라, New York Metropolitan Opera) 무대에 주역으로 데뷔한다는 소식이 전해져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주커만, 이 소식 들었나요? 뉴욕 메트 오페라는 성악가들이 죽기 전 꼭 서보고 싶은 꿈의 무대예요. 소프라노 홍혜경(1959~)과 조수미(1962~)의 계보를 이어갈 프리마돈나(prima donna)로 부상한 소프라노 박혜상. 서른 넷, 젊은 나이에 세계적인 오페라 스타가 된 만큼 앞으로의 활약은 무궁무진하겠죠?
🎉뉴욕 메트 오페라 무대 주역 데뷔
박혜상은 오는 12월 10일부터 내년 1월 10일까지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의 오페라 <마술피리(Die Zauberflöte, 1791)> 주역으로 뉴욕 메트 오페라 데뷔 무대에 올라요. 그는 공주 파미나 역을 맡았는데요. 성악가에게 꿈의 무대라 불리는 뉴욕 메트 오페라 주연으로 데뷔하는 것은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에요. 박혜상은 이미 뉴욕 메트 오페라와 인연이 있었어요. 메트 오페라 영 아티스트로 선정되어 이곳에서 3년 동안 교육을 받았죠. 그러다 보니 이번 주역 데뷔도 꿈같은 일이지만, 집처럼 익숙한 곳이라서 크게 긴장되지는 않는다고 해요. 오페라를 배운 무대에서 주연으로 데뷔 무대를 선보인다니 감동을 주는 무대가 될 것 같아요!
👉오페라 <마술피리>의 내용이 뭐야?
마술피리에는 밤의 여왕과 그의 딸인 파미나 공주, 타미노 왕자 그리고 밤의 여왕의 라이벌인 자라스트로가 등장해요. 파미나 공주는 자라스트로에게 남치를 당하고, 타미노 왕자는 밤의 여왕의 부탁으로 마술피리와 함께 파미나 공주를 구하러 가요. 왕자는 공주를 만나기 전까지, 공주를 가둔 자가 악당인 줄 알았어요. 그러나 밤의 여왕이 나쁜 사람이었고, 공주를 데리고 있는 자라스트로는 착한 철학자였죠. 왕자는 철학자의 편에 서게 되고, 여왕에게 맞서며 공주와 함께 고난과 시련을 극복해요. 결국 둘은 사랑을 이루게 되죠. 그 후 밤의 여왕의 세계는 무너지고 말아요.
마술피리는 1791년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작곡되었는데요. 독일어를 사용해 대사와 음악이 주고받는 악극의 형태를 갖고 있는 데다 서정적인 음악과 민속음악적 특징이 어우러져 서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어요. 또한 스토리에서도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환상적인 배경 속에 진지한 이야기와 익살스러운 내용이 공존해요.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게 말이죠.
🎤조수미의 계보를 이을 박혜상이 궁금해

그가 단번에 주역의 자리에 오른 건 아니에요. 박혜상은 미국 줄리아드 음악대학(석사, Juilliard School of Music)을 장학생으로 졸업하고 2014년 퀸 엘리자베스 국제 음악콩쿠르(Queen Elizabeth International music competition) 5위와 2015년 플라시도 도밍고(Placido Domingo, 1941~)가 주최하는 오페랄리아 콩쿠르(Operalia music competition) 2위에 오르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어요. 단역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목표를 향해 달려갔죠.
2017년 메트 오페라 영 아티스트로 선정되어, 안토닌 드보르자크(Antonín Leopold Dvořák, 1841~1904)의 오페라 <루살카>, <피가로의 결혼>, <헨젤과 그레텔>에서 조연으로 무대에 올랐어요. 여기서 박혜상은 메트 오페라단 총감독이었던 피터 겔브(Peter Gelb, 1953~)의 눈에 들게 돼요. 그 후 피터 겔브 감독의 추천으로 2018년 잡지 ‘보그’와 함께 주최한 <2018 메트 갈라> 무대에서 또 한 명의 귀인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클래식 음반 기획사 *도이치 그라모폰의 회장인 클레멘스 트라우트만(Clemens Trautmann, 1977~)인데요. 트라우트만 회장은 박혜상의 아리아에 푹 빠져들었고 그에게 3년 동안 러브콜을 보냈어요. 덕분에 박혜상은 세계 정상의 클래식 레이블인 도이치 그라모폰과 전속 계약을 체결하며, 차세대 디바로 우뚝 서게 되었죠.
2019년에는 영국 글라인드본 페스티벌(Glyndebourne Festival) <세비야의 이발사> 로지나 역으로 성공리에 주역으로 데뷔했어요. 그리고 메트 오페라에서 <헨젤과 그레텔>과 <돈 조반니>의 주역 데뷔를 앞두고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극장이 올해 9월까지 휴관을 결정하며 연기되고 말았어요. 그리고 드디어 2021년 다시 메트 오페라의 주인공 자리를 꿰차며 새로운 역사를 쓰게 돼요.
현재 그는 가장 높은 음역대의 어렵고 복잡한 멜로디를 소화할 수 있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Coloratura soprano)로서 화려한 기교와 뛰어난 연기력을 갖추었다고 평가받고 있어요. 단역을 시작으로 약 5년여 만에 세계가 주목하는 성악가로 떠오른 소프라노 박혜상. 그의 성장 스토리에서 단단한 힘이 느껴지지 않나요?
* 도이치 그라모폰(Deutsche Grammophon) : 1898년 세워진 독일의 클래식 음반사로 세계 최정상 클래식 레이블이에요. 도이치 그라모폰과 전속 계약한 한국 아티스트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소프라노 박혜상 그리고 2021년 합류한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까지, 총 세명이 소속되어 있어요.
* 콜로라투라(Coloratura) : 오페라 아리아에서 즐겨 쓰는 양식이에요. 빠른 템포에 의한 화려한 선율을 말하죠.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는 소프라노 중 가장 높은 음역을 담당하는데요. 고음 부분의 음을 정확하고 경쾌하게 발성하는 것이 특징이에요.
🎻뉴욕 메트 오페라 극장는 어떤 곳?

미국 뉴욕 메트 오페라 극장은 1883년 문을 열었어요. 전통성 있는 오페라극장이라 불리는 이탈리아 라 스칼라(La Scala Opera, 1778), 영국 왕립 오페라극장(Royal Opera House, 1732년)보다 역사는 짧지만, 도전과 성장을 멈추지 않았어요. 영화와 같은 화려한 무대 연출과 최고의 성악가 초청, 막강한 제작비(한 해 예산이 무려, 약 3434억 원)는 메트 오페라의 성공 요소라고 할 수 있죠. 덕분에 극장은 명문 오페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죠. 메트 오페라에는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가들이 다녀갔어요. 특히,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 1935~2007)와 플라시도 도밍고가 메트 오페라에서 많은 공연을 했죠.
오페라 극장 중 최초로, 2006년부터 영화관에서 만나볼 수 있는 중계 서비스를 도입했어요. 당시 보수적인 오페라계는 오페라를 팝콘 먹으며 보라는 것이냐며 비아냥거렸다고 해요. 그러나 덕분에 오페라의 대중화를 도모했다는 평을 받고 있어요. 이렇게 공연을 위한 전폭적인 지지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성악가들의 꿈의 무대로 인정받고 있는데요. 그렇기에 특히 메트 오페라의 주연으로 발탁되면 평생의 영광이라고 할 수 있죠.
👏뉴욕 메트 오페라에 선 국내 소프라노
우리나라 3대 소프라노를 꼽자면 홍혜경, 조수미, 신영옥(1961~)이 떠오르는데요. 그중 소프라노 홍혜경은 메트 오페라와 인연이 깊어요. 그는 1984년 한국인 최초로 메트 오페라 무대에 올랐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메트 오페라에서만 약 21개의 역할로 총 371회 이상의 무대를 선보였죠. 특히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의 오페라 <라 보엠(La Bohème)>의 주인공 미미 역만 66회나 했다고 하는데요. 그만큼 그녀는 메트 오페라의 디바로 불리고 있어요. 그 후 조수미, 신영옥, 캐슬린 킴 등 소수의 한국인 소프라노만이 이 무대에 올랐죠. 최근에는 소프라노 박소영이 2019년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밤의 여왕 역으로 뉴욕 메트 오페라하우스에 데뷔했어요. 메트 오페라에서 동양인 성악가가 주연을 차지하는 상황은 드물다고 하는데요. 우리나라는 예외인가 봐요:)
남성 성악가로는 테너 김우경이 2007년에 첫 메트 오페라 주연으로 무대를 선보였는데요. 메트 오페라 역사상 최초로 한국인 남녀가 오페라 주역을 맡은 공연으로 더욱 의미가 있었어요. 베르디(Giuseppe Fortunino Francesco Verdi, 1813~1901)의 <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에서 소프라노 홍혜경과 테너 김우경이 각각 주역 비올레타와 알프레도 역을 맡았어요. 당시 한국인 테너가 메트 무대에 선 것도 처음이고, 백 년이 넘는 메트 역사상 동양인이 한 공연에서 남녀 주역으로 등장한 것도 처음이었다고 해요!
🔴그러나, 현재 국내 오페라 시장은 빨간불!
이렇게 우리나라 성악가들이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그 명성을 모르는 이들이 많은데요. 그만큼 오페라에 대한 국내 관객이 관심이 낮기 때문이죠.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예경)가 2018년도를 조사한 ‘2019 공연예술실태조사’에 따르면 공연 시장의 전체 규모는 약 8,232억, 이 중 티켓 판매 비중은 3,917억 원이라고 추정했는데요. 티켓 판매액 중에는 뮤지컬이 64.1%인 2511억 원으로 압도적인 1위의 자리를 지켰고, 오페라는 59억 원으로 1.5%를 차지하며 최하위라는 결과를 보여줬어요. 그리고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 전체 매출액은 1,303억 원으로 줄었지만, 뮤지컬로의 관객쏠림 현상은 83.5%나 증가했다고 해요. 이에 비하여 오페라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낮은 상황이 아쉽네요. 오페라에 대한 무관심은 우리나라만의 상황은 아니에요. 전 세계적으로 오페라가 위기라는 평가가 있는데요. 특히 한국은 오페라의 뿌리가 깊지 않아 더욱 관심 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죠.
최근 한국에서도 젊은 관객을 위해 변화를 시도한 오페라를 선보여서 화제가 되었어요. 지난 7월 23일과 24일 구로아트밸리 예술 극장 무대에 오른 서울오페라앙상블의 모차르트 <돈 조반니(Don Giovanni)>인데요. 당시 공연은 오페라의 고전 이미지에서 벗어나, MZ세대의 공감을 끌어내는 변화를 시도했죠. 코로나19를 반영한 공연 홍보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현재 상황을 극에 도입하여 현실감을 높였어요. 그리고 음악에 충실하면서, 연극적 대사 처리를 시도해서 관객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등 어렵고 딱딱하다는 오페라의 장벽을 낮추기 위해 노력했어요.
😌해외 오페라, 젊어지기 위한 노력 중
최근 세계 오페라 시장은 젊은 층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를 인지하고, 오페라가 위기를 맞이했다고 보고 있어요. 그리고 다각도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새로운 변화를 도모하고 있죠.
우선, 내용적인 측면에서 오페라가 젊은 층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전통적인 오페라는 가부장적인 가치관으로 여성 캐릭터의 성격을 남성을 위해 희생하는 극단적 캐릭터로 그리고 있죠. 여성 인권이 기본 권리인 현시대와 배경적 차이가 크죠. 그래서 고전 작품을 현시대에 맞게 재구성해야 한다는 시각을 반영해서, 최근에는 드라마에서 벗어나 인권, 공포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요. 지난 2016년 영국 BBC가 뽑은 위대한 현대 오페라 6편에 포함된 작곡가 제이크 헤기(Jake Heggie, 1961~)의 <데드맨 워킹(Dead Man Walking, 2000년 초연)> 등은 전통적인 오페라 형식을 지키면서도 현대 사회에서 관심 있는 주제를 다룬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죠. 형식적인 면에서도 변화를 꾀하고 있는데요. 기존에 있는 무성영화에 음악을 더하거나, 기존 음악 형식을 깬 실험적 음악을 선보이는 등 과감한 도전이 진행 중이죠.
또한 뮤지컬의 인기에 따라, 뮤지컬을 오페라단(극장)의 레퍼토리로 포함하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발 빠른 실행력으로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Houston grand Opera)와 뉴욕 시티 오페라(New York City Opera)가 1984년 스티븐 손드하임(Stephen Sondheim, 1930~)의 뮤지컬 <스위니 토드(Sweeney Todd)>를 선보여서 신선하다는 평을 받았죠. 그러자 뮤지컬을 레퍼토리로 하는 오페라단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시카고 리릭 오페라(Lyric Opera of Chicago)의 경우 코로나19 이전 시즌에서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 1918~1990)의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를 올리는 등 점점 다양한 레퍼토리로 확장하고 있어요.
이렇게 뮤지컬과 오페라의 만남은 음악과 배우의 교류로 이어졌어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 오페라단들은 뮤지컬 작곡가들에게 신작을 의뢰하고, 뮤지컬 배우들이 성악가들과 나란히 오페라 무대에 출연하고 있어요. 최근 뉴욕 메트 오페라에서는 브로드웨이의 켈리 오하라(Kelly O’Hara, 1976~)가 종종 무대에 올랐는데요. 오하라는 2014년 출연한 오페라 <메리 위도(The Merry Widow)>를 시작으로, 2016년 바로크 시대 오페라 <디도와 아이네아스(Dido and Aeneas)>, 2018년 모차르트의 <코지 판 투테(Cosi fan Tutte)>까지, 점점 다양한 오페라 무대로 활동을 넓혀가고 있어요.
💬Editor's Comment
주커만의 발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클래식의 고향인 서양에서는 동양인 음악가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편견을 깨고, 명성 있는 해외 무대에 서는 것은 그만큼 훌륭한 실력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소프라노 박혜상의 오늘날 성공 스토리 안에도 보이지 않는 땀과 눈물이 가득했을 것 같아요. 이렇게 해외에서 우리나라의 명성을 드높이는 예술가들에게 축하와 감사의 박수를 보냅니다.👏👏👏 우리 관객들도 클래식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에서 나아가, 재미를 알기 위해 노력하고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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