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의 그림으로 만나는 조선의 풍류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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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위의 두 그림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씨름>에서는 모두가 주목하고 있는 아슬아슬 한 순간의 긴장감과 엿 파는 아이의 무심함이, 그리고 <서당>에서는 아이의 훌쩍임과 학우들의 키득거림이 느껴지시지 않나요? 이 생생한 현장감이 위트와 함께 전해지는 그림은 ‘단원 김홍도(金弘道,1745-미상)’의 작품입니다. 두 작품 모두 특별할 것 없는 서민들의 생활이 담겨있죠. 그의 작품엔 ‘풍류’를 즐기는 선비들의 모습 또한 등장 하는데요. 그들의 모습은 어떠했을지, 김홍도의 세 작품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김홍도는 조선 당대 최고의 화가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정조가 어제문집에서 그의 그림 솜씨를 특별히 언급했을 정도로 임금의 사랑을 받았던 것으로도 유명하죠. 그는 영조, 정조, 순조의 시대를 거치며 도화서 화원(畫員)으로 활동했고, 왕의 특별 지시로 규장각 자비대령화원이 되기도 했습니다. 총 세 차례나 영조와 정조의 어진을 그렸다고 하죠. 그의 그림은 스펙트럼이 매우 넓습니다. 중국의 화풍을 따라 신선세계를 묘사한 화폭도 있는가 하면, 조선의 아름다운 자연을 그린 산수화나 백성들의 삶을 그려낸 풍속도도 있습니다. 시서화 삼절의 대표 인물로 꼽혔던 강세황의 제자답게, 김홍도는 그 역시 시서화에 능했다고 하죠. 이에 못지않게,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만큼 그의 그림 속에는 다양한 악기가 등장합니다.
<포의풍류도>에서 지향하는 김홍도의 풍류
아래의 그림은 <포의풍류도(布衣風流圖)>라는 그림입니다. 버선을 벗어 던진 선비가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데요. 문방사우도 빠지지 않았고 술병인 호리병도 곁에 두었습니다. 이 그림에서 김홍도는 향비파가 아닌 당비파를 연주하고 있죠. 공자가 즐겨 연주했던 악기로 알려진 생황을 등장시키며 선비가 악기에 꽤 능할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림 왼쪽의 시문에서는 ‘종이창에 흙벽 바르고 이 몸 다 할 때까지 벼슬 없이 시가나 읊조리련다.’라고 말하고 있죠. 출세에 연연하기보다는 악기를 연주하며 풍류를 즐기려는 선비의 삶을 그렸는데요. 그 이면에는 중인계층으로서 조선에선 신분의 한계를 지녔던 본인의 자화상을 그렸다고 추측해볼 수도 있습니다.

단원도에서 볼 수 있는 선비들의 풍류
다음 그림은 <단원도(檀園圖)>입니다. 소박한 초옥(草屋)의 단원 김홍도의 집. 대청마루에 거문고를 타는 김홍도와 벗들이 있습니다. 방에는 비파와 그의 책들이 놓여 있고, 그들 앞엔 붓과 종이, 그리고 함께 기울였을 법한 술병과 술잔이 놓여있습니다. 조선 후기, 당시의 선비들은 한데 모여 우정을 나누고 풍류를 즐기면서 심신을 수양했죠. 여러분, 김홍도의 거문고 가락이 들리시나요? 예로부터 거문고는 ‘선비들의 악기’라 불리며 즐겨 연주되었죠. 그래서인지 이 악기는 여섯 줄 모두 이름이 붙어있습니다. 몸에서 가장 가까운 줄은 ‘글’을 뜻하는 문현(文絃), 가장 먼 줄은 ‘무예’를 뜻하는 무현(武絃), 가장 많이 연주되는 줄은 유현(遊絃)이라고 하여 괘와 손, 술대가 노닌다는 뜻을 부여했고요. 가장 큰 소리가 나는 줄은 대현(大絃), 괘 위와 아래에 있는 줄은 각각 괘상청(棵上淸), 괘하청(棵下淸)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다른 악기들에 현과 지공의 이름을 따로 붙이지 않는 것에 비하면, 선비들이 거문고를 얼마나 깊이 향유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오원아집소조>의 거문고와 가야금
마지막으로 <오원아집소조(梧園雅集小照)>를 살펴보겠습니다. 위의 두 그림은 사랑방이나 대청마루에서 혼자 혹은 절친들 끼리 즐겼던 풍류를 그려내었는데요. 이 그림은 야외에서 기생과 함께 풍류를 즐기고 있는 선비들의 모습을 담아냈습니다. 많은 이들이 모여 스스럼없이 함께 시서화와 음악을 즐기는 모습이죠. 술 역시 함께 하고 있고요. 그는 <서원아집도>라는 그림도 남겼는데요. 여기서 ‘아집(雅集)’이란 ‘우아한 모임’이라는 뜻으로 선비들이 모여 시와 음악을 즐겼던 것을 뜻합니다. <오원아집소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림 속 선비와 시동이 연주하는 악기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엄격한 신분사회였던 조선에서, 신분이 낮은 소년에게 선비의 악기를 줄 수는 없었나봅니다. 때문에 선비들은 거문고를, 시동은 가야금을 타는 모습으로 그려졌습니다.

풍류를 담고 있는 단원 김홍도의 그림을 살펴봤는데요, 여러분들도 그들과 함께 여유로운 한 때를 즐기셨나요? 그가 그린 비파와 거문고의 한 곡절, 곡절은 그나 당시의 선비들이 추구하던 삶의 가치와 맞닿아 있습니다. 때론 신분제의 애환이 녹아들어 있기도 하고요. 이는 전문 역사서들이 품지 못한 조선의 작은 삶의 모습들을 보여주죠. 전혀 ‘특별하지 않은’ 그림이 우리에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까닭입니다. 그가 그린 궐 밖의 조선엔 또 어떤 모습들이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참고자료
- 오주석. 『단원 김홍도』. 솔, 2006.
- 조석연. 「조선시대 생황의 이중적 상징 의미에 대한 고찰」. 국악원 논문집 제 30호. 2014.
- 최준식, 송혜나. 『국악, 그림에 스며들다』. 한울, 2018.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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