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언제부터 쓰인 단어일까?
- 2,884
- 0
- 글주소
한 나라의 고유한 음악
고전음악(classical music), 방악(邦楽), 국악(國樂). 이 세 단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아마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인 ‘국악’에서 눈치를 채셨을 것 같은데요. 한 나라의 고유한 음악을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고전음악은 유럽의 전통 음악을, 방악은 일본의 것을, 그리고 국악은 우리나라와 중국, 대만에서 각각 자국의 고유한 전통 음악을 뜻하는 말입니다. 그럼, ‘국악’이라는 용어는 언제부터 사용된 것일까요? 어떤 대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의 이름과 그 의미부터 아는 것이 첫 단추이겠지요. 현재의 ‘국악’이란 이름은 어떤 변화를 거쳐 오늘날 우리의 음악으로 불리고 있는 것인지. 자, 첫 단추를 꿰러 같이 가보실까요?


한국 음악의 첫 명칭, 향악
한국 음악에 관한 첫 명칭은 <삼국사기>에서 ‘향악’이라는 단어로 등장합니다. ‘향악’, 여러분께 낯선 단어인가요? 사실 향악은 근래,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국악과 가장 비슷한 단어로 볼 수 있습니다. 최치원이 쓴 <향악잡영오수>에서, 향악에 대한 흥미로운 점이 언급되었는데요. 향악이 고구려 음악이나 서역 중국의 음악 같은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음악들도 포함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미 그 음악들이 토착화되어 많은 사람들이 향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고려 시대에도 역시, 향악이란 단어가 오늘날 국악이라는 단어로 사용되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중국의 고대 의식 음악(제례음악)인 ‘아악’이 처음 전해졌습니다. 이 음악은 훗날 조선의 제례음악으로 차용되어, 한국의 의식 음악을 대표하는 용어로 발전합니다. 고려 시대에 들어온 타국의 음악 역시 시간이 흐른 후, 향악화된 것이죠.
조선시대에도 여전히 향악이 고유 음악을 뜻하는 용어로 쓰였는데요. 몇몇 문헌에서 ‘국악’이라는 용어가 발견됩니다. 1519년 중종실록에 ‘국악’이 등장했죠. 이 단어가 뜻하는 음악은 ‘아악’이었습니다. 유교사상에 입각해 나라를 통치하던 조선시대에서는 예악(禮樂)사상에 의한 의식 음악이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아악을 국악이라고 표현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시기에 사용되었던 ‘국악’ 용어는 신라와 고려에서 사용했던 향악의 의미와는 사뭇 다른 의미로 쓰였던 것이지요.

공식 음악 행정기관의 명칭, 국악
이후 일본의 내정간섭이 본격화되었던 1907년에는 ‘국악’ 용어가 공식적인 음악 행정기관의 명칭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당시 『황성신문』의 기사에는 국악사장, 국악사 등에 관한 언급을 하고 있습니다. 종전에는 사용하지 않았던 국악을, 행정기관에서 사용한 이유는 대한제국의 관제를 개편했던 메가타 타네타로오의 영향 때문이었죠. 메가타 타네타로오는 일본에서 ‘근대화된 일본음악’을 ‘국악’이라 칭하며 국악창성론을 통해 일본의 제국주의를 주창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의미의 국악 용어를 가져와 관제개편 이후 차용하여 일본 제국주의를 표방하려한 것이지요. 1910년 한일병합조약 이후에는 ‘이왕직아악부’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지만, 이는 조선을 격하하는 명칭이었죠. 이 역시 메가타 타네타로오가 사용한 국악과 같은 결을 띄고 있습니다.

해방 이후에 ‘국악’이라는 용어는 본격적으로 그라운드에 등판되어 사용되기 시작합니다. 1945년, 음악인들은 조선 음악 건설 본부(이하 음건)를 설립하면서 국악 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국악 위원회는 민간에서 주도하여 만들어진 단체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후 국악위원회는 음건에서 독립해 ‘국악원’이라는 명칭 사용, 전반적인 조선 음악을 재정립하는 작업을 활발히 진행했습니다. 1948년에는 공식적으로 이왕직아악부의 명칭이 국립국악원으로 바뀌었죠. 이로써, 나라의 고유의 음악이 ‘국악’으로 사용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습니다.

시대에 따라 우리 고유의 음악이란 명칭은 ‘향악-아악-국악’이라는 변화를 거치며 각각 다른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시대를 거치며 때론 이방의 음악까지 포용했고, 때론 특별한 의식을 위한 음악이었고, 또 때로는 평가절하 되어 하대 받은 적도 있었죠. 그리고 우리의 손으로 다시 찾아 현재, 우리의 뿌리를 상징하는 ‘국악’이 되었고요. 이름만으로도 고리타분하다고 여겨지기 쉬운 ‘국악’, 이젠 다이내믹하게 느껴지시지 않나요? 아, 그렇다면 ‘국악’은 언제, 어떻게, 어디서 연주되는 음악인지 궁금하시다고요?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신 것 같습니다. 국악에 대한 많은 궁금증들은 앞으로 <하루예술>에서 풀어드리겠습니다.
참고자료
- 김수현 “근대시기 전통음악 장르용어에 관한 연구”. 한국음악사학회, 2012.
- 네이버 한국고전용어사전
- 노동은 “노동은의 '알고 싶다'2: '국악'이란 용어, 일본용어인가? 한국용어인가?”, 민족음악학회, 1992
- 이수정 “해방공간 전통음악계의 흐름”. 민족음악연구회, 1995
- 최재목·안선희 “國樂명칭을 통해 살펴 본 조선시대 음악사상” , 퇴계부산학연구원, 2015
지금 로그인하시면
하루예술의 모든 콘텐츠 열람이 가능해집니다!
이야기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