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클래식에 진심이었던 SM
- 1,671
- 0
- 글주소
여러분은 어떤 플레이리스트를 즐겨 들으시나요? 가장 최근에는 듣기만 해도 분위기가 확 청량해진다는 역대 서머퀸 아이돌의 노래들을 들었는데요, 벌써 날씨가 꽤 따듯해서 잘 어울리더라고요. 역대 서머퀸이라 하면 씨스타부터, 소녀시대, 브레이브걸스, 여자친구까지 꽤 다양하죠. 그리고 절대 레드벨벳을 빼놓을 수 없고요! 벌써 발매된 지 5년이나 지났지만, 여름이 가까워지기만 하면 ‘빠빠빨간 맛!’하고 ‘빨간 맛’ 가사를 흥얼거리게 되는 것 같아요. 그만큼 서머퀸의 대표주자 중 한 명으로 달리고 있던 레드벨벳이 올해는 조금 이르게 ‘스프링 퀸’을 노리며 돌아왔습니다!
🍃새 봄과 함께 돌아온 ‘Feel My Rhythm’

3월 21일 발매된 ‘The ReVe Festival 2022 – Feel My Rhythm’은 타이틀 곡 ‘Feel My Rhythm’을 비롯해 총 6곡이 수록된 레드벨벳의 새로운 미니앨범이에요. 멤버 웬디는 “‘봄’하면 봄노래, 봄 캐럴을 많이 찾지 않나. 이번 봄에는 레드벨벳이 한번 책임지고 싶다. ‘서머 퀸’이 아닌 ‘스프링 퀸’으로 돌아왔으니 꼭 한 번 이루고 싶다”라고 전하며 스프링 퀸에 대한 의지를 한껏 드러냈는데요. 과연 이번 타이틀곡에는 청량하고 쨍한 분위기보다 포근하고 신선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더라고요. 오랜만의 컴백인 만큼 여러 군데에서 재미있는 비하인드가 속속 등장하는데요.
그중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뮤직비디오에 다수의 명화가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Feel My Rhythm’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첫 장면부터 익숙한 명화의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거든요. 어떤 명화인지 정확히는 알지 못하더라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하고 한눈에 알아볼 수는 있죠. 흥미로운 점은 노래처럼 부드럽고 풋풋한 명화뿐 아니라, 괴상하고 기이한 장면을 담은 명화까지 차용했다는 점인데요. 어느 장면에서는 존 에버렛 밀레이(John Everett Millais, 1829~1896)의 <오필리아(Ophelia, 1852)>,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의 <양산을 쓴 여인(Woman with a Parasol, 1875)>과 같이 전원적이고 고요한 작품을 보여주는 반면, 또 다른 장면에서는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 1450?~1516)의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Garden of Earthly Delights, 1504)>에 등장하는 섬뜩한 모습의 생명체를 보여주기도 하죠. 이처럼 다양한 명화의 사용 덕분에 뮤직비디오는 레드벨벳, 그리고 나아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세계관을 다채롭게 해석할 수 있는 바탕이 돼요. SM은 매번 섬세한 연출과 숨은 장치들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해석의 즐거움을 펼칠 새로운 장을 만들어준다는 생각이 듭니다.



💭꿈의 축제로 이끄는 ‘G선상의 아리아’
‘Feel My Rhythm’이 고전 작품들로부터 여러 영감을 얻은 것이 단순 명화, 발레와 비롯된 시각적 요소에 의해서만은 아니에요. ‘우릴 <오만과 편견>에 가두지 마’라는 문학적인 가사를 포함해서, 곡 전반부와 후렴부에 흐르는 익숙한 멜로디도 있죠. 바로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가 작곡한 ‘G선상의 아리아’ 말이에요. ‘Feel My Rhythm’에서는 ‘G선상의 아리아’를 샘플링1)해서 곡의 가장 중심 부분에 보란 듯이 사용했어요. 서정적이고 느린 곡을 댄스곡으로 재탄생시키다니, 언뜻 듣기에는 부자연스럽고 아이러니하게 느껴져요. 하지만 레드벨벳은 그 속에서 빼꼼히 드러난 에너지의 가능성을 찾아냅니다. 멤버 슬기는 “‘G선상의 아리아’는 클래식하면서도 에너지 넘치고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했어요.‘”라고 전하며 봄에 어울리는 우아한 이 곡이 레드벨벳의 새로운 음반과 방향성을 같이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요.
1) 샘플링(Sampling)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곡의 멜로디를 그대로 따서 사용하는 음악 기법을 뜻해요.

원래 ‘G선상의 아리아‘는 1717년에서 1723년 사이, 바흐가 작곡한 관현악 모음곡 3번 라장조의 일부였어요. 이를 19세기 후반 바이올린 연주자 아우구스트 빌 헬미(August Daniel Ferdinand Victor Wilhelmi, 1845~1908)가 바이올린 연주곡으로 편곡하면서 현재의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죠. 아리아는 이탈리아어로 서정적인 선율을 뜻하는데요. 오페라, 오라토리오, 칸타타 등에 등장하는 독창곡으로, 서정적인 멜로디부터 극적인 것까지 다양하고 정해진 형식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에요.
’G선상의 아리아‘에 ’G선상의‘라는 말이 붙게 된 것은, 편곡 과정 때문인데요. 바이올린은 G(솔), D(레), A(라), E(미), 이렇게 4개의 선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곡을 편곡한 빌 헬미는 오직 바이올린의 G선만을 사용해서 연주하게끔 했답니다. 하나의 선, 그것도 가장 낮은음을 내는 G선으로만 연주하기 때문에 제약이 많겠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이 곡은 오히려 현악기로서의 바이올린이 가진 매력을 한껏 드러낸답니다. 현악기는 손가락의 위치, 활의 사용에 따라 미묘하게 다른 무궁무진한 음을 내는 악기이니까요. 한 줄 안에 있는 다양한 멜로디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아름답고 차분한 선율을 만들어내는 일이란 얼마나 정성스러운 일이겠어요! ’G선상의 아리아‘는 드라마 혹은 영화음악 등 BGM으로 자주 사용되며 오늘날까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명곡이 되었답니다.
🤔그런데 SM은 왜 갑자기 클래식을...
사실 그렇게 갑자기는 아니에요. SM은 이전부터 클래식 음악계와 꾸준히 협업할 의지를 보여왔거든요. 심지어 클래식을 위한 레이블2)을 따로 설립하기까지 했다고요! 2020년에 SM 산하 레이블인 ‘SM 클래식스’를 설립한 이후,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과 업무협약을 맺었어요. 이때 함께 작업한 결과로 레드벨벳의 ‘빨간 맛’, 종현의 ‘하루의 끝’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연주해 뮤직비디오와 음원을 발매하기도 했고요. 지난 2022년 2월에는 서울시향과 두 번째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고, 3월 31일에는 서울대학교 음악대학과도 업무협약을 맺었다는 따끈따끈한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어요. 알고 보면 SM은 레드벨벳 이전에도 신화, HOT, 동방신기 앨범 등을 통해 꾸준히 K팝에 클래식 요소를 접목하려는 시도를 보여왔는데요. 레이블 설립에 기업-단체 간 업무협약까지, 확실히 단순 소속 아티스트의 앨범에 클래식을 더하는 것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죠? SM, 클래식에 꽤나 진심이라니까요...
2) 레이블은 각각 뚜렷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음반 회사를 뜻해요.
오늘날에는 음반 업계에서 한 회사 내 다양한 레이블이 존재하기도 해요!
이와 같은 경우에 레이블이란 뚜렷한 음악색을 지닌 브랜드를 의미하게 된답니다.

💬Editor’s Comment
저는 무엇보다도 SM클래식스의 장대한 포부가 레드벨벳의 이번 미니앨범을 통해 다시금 대중들에게 알려진 것 같아 앞으로의 움직임이 더욱 기대되더라고요! SM클래식스는 설립 당시에 “클래식, 재즈, 월드뮤직이 접목된 K팝을 더 넓은 음악의 장르로 확장하고 소개하며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설립되었다”고 밝히며 앞으로 K팝 오케스트라 공연 혹은 영화와 애니메이션 OST까지 활동범위를 넓힐 계획이라고 전하기도 했거든요. 머지않아 영화 크레딧에서 SM클래식스를 발견하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요? 혹은 OST로 익숙하지만 훨씬 웅장한 버전의 K팝을 만나게 될지도요!
지금 로그인하시면
하루예술의 모든 콘텐츠 열람이 가능해집니다!
이야기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