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

늙지 않은 106세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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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린 크레이머, 출처: Eileen-kramer.com

  ‘나이’, ‘고령’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으면 아주 혼쭐 내주는 예술가가 있어 화제예요! 바로 호주의 106세 무용수 아일린 크레이머(Eileen Kramer)인데요. 최근 영국 BBC가 그의 사연을 방송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어요. 무용수의 평균 수명이 40세를 넘기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한 세기를 넘은 나이에도 현역 무용수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아일린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지는데요. 우리에게 ‘인생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멋진 언니 아일린 크레이머!(멋있으면 다 언니!) 그의 삶을 집중 조명해봐요.

 

💃아일린 크레이머의 106년 인생

아일린 크레이머, 출처: bbc

  아일린 크레이머는 1914년 시드니(Sydney) 모스만 베이(Mosman bay)에서 태어났어요. 1940년 어머니를 따라 방문한 자선콘서트에서 무용을 보고 한눈에 사랑에 빠졌죠. 그리고 보덴 와이저 발레단(Bodenwieser Ballet)에 무작정 찾아가 3년간의 훈련 기간을 보내고 정식 단원으로 입단해요. 10년 동안 보덴 와이저 소속으로 호주 전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죠. 1953년에는 호주를 떠나 인도, 프랑스, 미국 등 세계를 누비다가, 2014년 오랜 해외 생활을 마치고 고향 시드니로 돌아왔는데요. 그때 그의 나이가 99세였어요!

  호주에 돌아와 2년간 <부처의 아내(A Buddha's Wife)>라는 무용극을 기획하고, 103세에 크라우드 펀딩으로 이 작품에 대한 제작비용을 모금해요. 그리고 동시에 <더 얼리 원스(The Early Ones)>의 안무 기획과 의상 디자인을 담당하며 무용수로 무대에도 올랐죠.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역할로 참여하는 그녀의 열정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게다가 호주 국립연극예술연구소(National Institute for Dramatic Art, NIDA)와 독립 극장에서 대규모의 무용 작품을 3개나 공연했고요. 또한 애들레이드(Adelaide)와 브리즈번(Brisbane)에서 열리는 댄스 축제와 다수의 소규모 공연들에 참가하며 그는 지금까지도 춤을 추고 있어요.

 

🤭노령 무용수의 공연, 무리이지 않을까요?

  사실 아일린 크레이머는 노화로 인해 한쪽 시력을 잃었어요. 그래서 늘 아침에 일어나면 발레로 하루를 시작해요. 잃어버린 한쪽 시력으로 불균형하게 망가질 수 있는 신체를 발레가 주는 균형감각으로 극복하는 거죠. 아일린 크레이머는 고령의 무용수이기에, 젊은 무용수처럼 무대에서 고난도 동작을 보여주지는 못해요. 주로 상체 위주의 안무를 무대에서 선보이죠. <부처의 아내 (A Buddha's Wife)>에서도 무릎을 꿇거나 의자를 활용하는 등 하체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안무를 선보였어요. 자신의 의지로 조절하기 힘든 노화를 스스로 극복하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의 열정이 정말 대단해요! 최근에는 고향에서 받은 영감을 표현한 작품 <신의 나무(The God Tree)> 안무 영상을 촬영하는 등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일반적인 무용수의 은퇴시기는?

  2017년 전문 무용수 지원센터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무용수의 은퇴 시기는 40대가 19.8%, 30대 후반이 19.4%로 3, 40대 때 가장 많이 은퇴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그만큼 무용수로서의 수명이 짧은데요. 이러한 상황 해결을 위해 세계적으로 ‘무용수 직업전환 국제기구’(IOTPD)가 운영되고 있어요.

 

👉무용수 직업전환 국제기구’(IOTPD)

  IOTPD(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the Transition of Professional Dancers)는 은퇴 시기가 빨리 찾아오는 무용수의 직업전환을 돕기 위해 1993년 설립되었어요. 네덜란드, 독일, 미국, 스위스, 영국, 캐나다, 프랑스, 한국 등 8개국이 회원국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 왜 무용수의 수명은 짧은 거죠?

  무용수는 높게 점프했다 착지하고, 파트너를 들어 올리는 등 힘든 동작이 많아요. 그래서 늘 부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죠. 부상을 입더라도 대다수의 무용수들은 되도록 수술 대신 재활로 회복하려 하는데요. 그 이유는 수술로 인한 공백으로 몸이 굳으면 다시 무대에 오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에요. 여성 무용수의 경우, 골반과 관절이 틀어지는 임신과 출산은 곧 은퇴로 이어지기도 해요.

 

💪한국에도 현직 고령 무용수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아일린 크레이머처럼 고령의 나이에도 현역 무용수로 활동하시는 분이 있어요. 바로, 한국 무용가 김매자(1943~) 명인이에요. 최근 79세라는 나이가 무색한 춤 동작을 선보여 화제가 되고 있어요. 그가 선보인 <명인시리즈>는 일생을 한국 예술에 헌신한 국악계 명인의 일대기를 재조명하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는데요. <명인시리즈>는 2019년 명창 안숙선(1949~)을 시작으로 2020년에는 명인 김덕수(1952~)를 위한 공연을 선보였죠. 그리고 올해 세 번째 명인으로 선정된 김매자 명인의 무대가 지난 6월 12, 13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올랐어요. 사계절 중 가장 화창한 여름처럼, 그의 예술은 언제나 여름 같다는 의미의 공연명, <깊은 여름>이 인상적이에요. 그는 그저 춤이 좋고, 제자들과 춤에 대해 이야기하고 연습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해요. 지난 무대에서도 깊이 있는 동작과 신명나는 무대로,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았어요!

💁‍♀️김매자 명인이 궁금해

  김매자 명인은 1943년 강원도 고성에서 태어났어요.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 당시, 북한으로 갔으나 그의 아버지가 반동분자로 몰리면서 고초를 겪자 결국 탈북하고, 부산에서 새롭게 삶을 시작하죠. 그는 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에 12살의 나이에 민속연구소를 찾아가요. 그리고 그곳에서 무용가 황무봉(1930~1995)을 만나 춤과 연기를 배우면서 무용인으로 성장했어요. 

  1975년 한국 무용의 전통인 비단옷과 버선발을 벗고, 맨발에 삼베와 모시옷을 입고 공연을 선보여 한국 무용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어요. 또한 1976년 창작무용예술원을 설립해 후학을 양성했고, 한국 춤의 새로운 틀을 제시하는 연구도 지속하여  <춤본 Ⅰ, Ⅱ(1987~1989)>를 선보였어요.  <춤본 Ⅰ, Ⅱ(1987~1989)>는 한국예술연구소가 예술 분야별 전문가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무용 분야에서 ‘20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고전 작품’ 1위로 선정될 만큼 가치를 인정받고 있어요. 그는 세계 무대에서 한국 춤의 우수성을 알리는 일에도 적극 참여했는데요. 러시아 크렘린 궁내 국회의사당,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중국 베이징 국가대극원 등 세계 무대의 초청 공연 참가하여, 세계인의 박수를 받았어요.

 

👀늙은 것이 아니에요, 오래 있었을 뿐!

아일린 크레이머, 출처: Eileen-kramer.com

  아일린 크레이머는 현재 노인 돌봄 시설에서 생활하면서, 다양한 예술 방면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어요. 무용 외에도 미술, 영화 제작, 출판 등 다양한 예술 활동에 관심이 많은데요. 이미 자신이 설립한 출판사에서 세 권의 책을 내고, 호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초상화 미술 대전인 아치볼드상(Archibald Prize)의 최고령 입상자가 되기도 했어요. 다양한 분야에서 그 누구보다 바쁜 삶을 지내고 있죠.

  그의 열정 비결은 ‘늙음’과 ‘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에서 나온다고 해요. 그는 “늙은 것이 아니라, 그저 세상에 조금 더 오래 있는 것이고, 그 와중에 몇 가지를 배웠을 뿐”이라고 말해요. 사람들이 늙었다고 생각하는 기분을 자신은 느낄 수 없다고 전했어요. 오히려 창작을 할 때는 어릴 때와 같은 마음일 뿐!

 

 

💬 Editor’s Comment
  많은 이들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나이가 많은 것이 아니라, 오래 머물고 있는 것”이라는 아일린 크레이머의 말이 이들에게 용기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나이를 떠나 자신의 꿈을 향한 지치지 않는 열정을 간직하고 도전한다면, 무언가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란 없지 않을까요? 두 분 모두 앞으로도 멋진 예술 활동을 통해, 우리 곁에 ’멋진 언니’로 남아주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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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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