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의 백 스테이지, 사운드박스(Sound 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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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술과 클래식 음악. 지난번 소개해 드렸던 ‘옐로 라운지’가 떠오르시죠? 이번 클래식 음악의 무대도 밤, 술과 함께하는 공간입니다. 대신, 이번엔 클럽이 아닌 오케스트라 연주 홀인데요. 사실은, 연주홀 안쪽에 숨겨놓은 그들의 은밀한 공간! ‘리허설 룸’에서, 샌프란 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쇼팽이나 차이콥스키의 곡 대신 색다른 음악을 연주한다고 해요. 그들이 공개하지 않았다면 관객은 그 존재조차 알 수 없었을 그곳에서의 연주, ‘사운드박스’의 현장으로 가볼까요?
리허설룸에서 공연을, 사운드박스
사운드박스(Sound Box)는 2015년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뮤직 디렉터이자 지휘자인 마이클 틸슨 토마스(Michael Tilson Thomas, 1994~)가 시작한 새로운 형태의 클래식 음악 공연입니다. 그는 관객들에게 클래식이 낯선 이유를 ‘낯선 공간’에서 찾았다고 해요. 크고 단정하지만 늘 경직되어 있는 듯한 클래식 연주 홀. 매번 우리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게 되는 그곳의 분위기를, 여러분도 느껴본 적 있으시죠? 그는 좀 더 캐주얼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연주할 필요성을 느꼈죠. 관객들과 서로 호흡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그는 ‘리허설 룸’을 떠올렸습니다. 아마 그에게도 리허설 룸이란 그런 공간이었을 것 같아요. 마치 내 지인이나 가족과 함께 연주를 즐기는 느낌의 아담한 공간 말이죠. 더구나 리허설 룸은 ‘노는 공간’으로 방치되어 있기 일쑤였고요. 이렇게 출발한 사운드박스는 현재의 뮤직 디렉터인 에사-페카 살로넨(Esa Pekka Salonen, 1958~)이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운드박스 속으로!
자, 그럼 직접 사운드박스로 들어가 볼게요. 미로일까 싶은 작은 통로를 빠져나와 커튼 사이로 보이는 문을 열면, 그곳이 바로 히든 스테이지! 사운드박스입니다. 미지의 공간으로 초대받은듯한 느낌에 설레는데요. 간단한 음료를 마실 수 있는 바와 밤의 분위기를 띄워줄 현란한 조명도 함께합니다. 이 ‘클래식 나이트클럽’에서 연주되는 곡들 역시, 평범하지는 않습니다.


가장 최근의 사운드박스는 ‘Patterns’라는 이름의 공연이었어요. Patterns는 스티브 라이히의 ‘Clapping Music’과 에사-페카 살로넨이 작곡하여 세계 초연한 Saltat sobrius: Fantasy upon ‘Sederunt príncipes’ 등, 리듬이 강조되는 레퍼토리로 구성된 공연이었습니다. 특히, 라이히의 곡에서는 에사-페카 살로넨이 직접 ‘박수 연주’를 선보였죠. 무대 주위에는 여러 개의 프로젝터를 설치해 비주얼 아트와 음악이 어우러진 복합 예술 공연을 꾀하기도 했고요. 홍보 당시, 지휘자 ‘에사-페카 살로넨’은 ‘conducted by’가 아닌 ‘curated by’로 소개되었는데요. 단순한 지휘자가 아닌 기획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의미가 되겠죠. 사운드박스를 향한 그의 애정이 진하게 느껴집니다.

사운드박스를 더 알차게 즐기는 방법
다음 샌프란시스코 여행에서 사운드박스를 예약하고 싶으신가요? 팁을 하나 알려 드릴게요. 사운드박스에는 프로듀서 패스(Producers Pass)라는 일종의 VVIP 티켓이 있습니다. 원래 사운드박스의 일반 티켓에는 입장료와 음료 1잔의 값만 포함되어 있는데요. ‘프로듀서 패스’에는 공연을 좀 더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여러 혜택이 포함되어 있답니다. 하우스 오픈 30분 전에 미리 입장할 수 있고, 칵테일을 2잔까지 무료로 마실 수 있으며, 이 티켓의 소지자들은 무대 스크린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다음 사운드박스 공연에서 선 예매를 할 수 있고, 심포니 연주자들과의 프라이빗한 만남까지 제공한다고! 해요. 물론, 가격은 일반 티켓보다 높은 가격이지만요. 프로듀서 패스를 구입하려는 팬들이 많으니, 서두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오케스트라의 사적인 공간으로의 초대, 오늘 샌프란시스코 오케스트라 홀의 리허설 룸에서 열린 사운드박스 공연은 어떠셨나요? 샌프란 시스코 오케스트라는 이전부터 과감하고 참신한 시도를 보여주는 오케스트라로 명성을 떨치고 있죠. 그 실력 또한, 미국정상급으로 인정받고 있고요. 기존의 클래식 공연에 안주하지 않고 관객에게 더 신선하고 더 친숙한 클래식으로 다가가기 위한 그들의 고민이 얼마나 깊었을지, 짐작케 합니다. 그 고민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일 것이고요. 앞으로의 그들의 행보가 기대 되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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