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마당에서 무대로 전해진 흥! 사물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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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흥’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세요? 끊임없이 이어지는 구수한 장단과 리듬, 날카롭게 들어와 부드럽게 흩어지는 쇳소리. 네 가지의 우리네 전통 타악기는 요상하게 튀는 음 없이 한데 어우러져 귀에 들어와 박힙니다. 그것들을 연신 두드려대는 연주자들의 모습까지 보고 있자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를 정도인데요. 정신 줄을 쏙 빼놓죠. 대신 나도 모르게 ‘얼쑤~’를 내뱉고, 어깨춤을 추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던 경험, 있으시죠? 오늘은 우리를 ‘흥부자 민족’으로 만들어 주는 사물놀이와 함께 한민족의 기운을 북돋아 볼까 합니다.

 

 

사물놀이의 탄생

사물놀이 ⓒ국악아카이브

 

  ‘징, 꽹과리, 장고, 북’으로 이뤄진 ‘사물(四物)놀이’는 언제 탄생했을까요? 아마 많은 분들이 아~주 오랜 역사를 가졌을 것이라 추측하실 것 같은데요. 사실, 사물놀이가 현재의 틀을 갖추어 연주된 것은 겨우 4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답니다. 사물놀이는 1978년 2월, 남사당패 출신의 김용배, 김덕수, 최종석, 최종실이 풍물 가락을 재구성하여 무대에 올리면서 시작되었어요. 그러니까 풍물놀이는 오리지널 버전, 사물놀이는 풍물놀이의 또 다른 버전이라 할 수 있겠네요. 첫 공연 이후 최종석이 나가고 이광수가 영입되면서 본격적으로 ‘사물놀이 예술단’의 틀이 갖춰졌고요.

 

 

풍물놀이와는 뭐가 달라?

  사물놀이는 뭐고 풍물놀이는 뭘까? 갸우뚱하시는 분들 계시죠. 사물놀이의 오리지널 버전인, 풍물놀이의 특징을 먼저 살펴볼게요. ‘풍물놀이’는 농악(農樂)이라고도 합니다. 주로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거나 특별한 마을 행사가 있을 때 흥을 돋우기 위해 연주되었는데요. ‘상모’가 등장하는 공연을 떠올리시면 이해가 쉬워집니다. 풍물놀이에서는 보통 10명 이상의 대인원이 원을 그리며 연주하고, 상쇠의 소리에 따라 장단을 바꾸거나 맺었습니다. 놀이 전 어떤 장단으로 얼마나 연주할지, 솔로 파트는 누가 맡을 것인지 정해놓기는 하지만, 연주 상황에 따라 즉흥적이고 유연하게 변화를 주기도 했어요. 때문에 연주의 흐름을 주도하는 상쇠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죠.

 

 

풍물놀이도 그 종류가 달라!

풍물놀이 ⓒ국악아카이브

풍물놀이에는 크게 세 종류가 있는데요. 바로 웃다리 풍물, 호남농악, 영남농악입니다.

웃다리 풍물은 경기·충청 지방의 ‘남사당패’같은 전문예술인들에 의해 행해졌는데요. 웃다리 풍물에서는 높은 수준의 재주를 앞세우기 때문에, 연주자들이 모두 상모를 돌리며 자진가락, 칠채, 육채, 자진삼채 등을 연주한답니다. 장단의 종류는 많지 않지만 연주자들의 수준이 높은 만큼, 다양한 변주를 들을 수 있죠. 

호남농악일부만 상모를 돌리고 나머지는 ‘고깔’을 착용합니다. 이때 고깔은 하늘로 뾰족하게 솟은 형태에 형형색색의 종이꽃으로 장식됩니다. 호남농악 중에서도 ‘호남우도농악’은 세밀하고 체계적인 가락으로 높은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고요. 사물놀이의 주요 레퍼토리인 ‘삼도사물놀이’에서 호남의 가락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입니다.

마지막으로, 영남농악대표 격인 ‘진주삼천포농악’을 살펴볼게요. 이 농악은 ‘개인놀이’가 발달되어 있어요. ‘개인놀이’란 꽹과리, 장구, 북 등의 연주자가 가운데로 나와 개인의 기량을 뽐내는 파트랍니다. 개인놀이에서 각 악기만의 멋진 기교가 발휘되는 동안, 다른 악기 연주자들도 솔로에 맞춘 장단을 이어가며 상모를 돌립니다.

 

 

오늘날의 사물놀이

사물놀이 ⓒ국악아카이브

 이렇게 농사일에 흥을 돋우기 위해 행해졌던 풍물놀이는 산업화 이후 농업이 쇠퇴하면서 함께 그 필요성이 줄어들었죠. 대신, 무대 위 공연에 적합한 형태발전오늘날의 ‘사물놀이’로 이어졌습니다. 명칭 역시 그대로, 웃다리 사물놀이와 영남 사물놀이, 호남 사물놀이로 불리죠. ‘삼도 사물놀이’처럼 여러 가락을 모아 재구성하기도 하고요. 사물놀이에서는 인원수와 악기의 규모도 작아지고 춤사위와 발재간 같은 화려함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는데요. 하지만 핵심 정수인 가락만은 짜임새 있게 구성함으로써 네 명의 소수 인원만으로도 충분히 풍성한 소리를 낸답니다. 덕분에 특별한 상황에서만 연주되었던 전통 음악을, 오늘날 우리는 공연장을 찾아 즐길 수 있는 것이고요. 그 뿐만 아니라 우리의 가락이 한국을 넘어서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게 된 것도 ‘사물놀이’의 탄생 덕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풍물놀이를 적어도 한 번쯤은 관람해 본 적이 있을 거예요. 학교의 축제, 마을이나 국가적 행사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늘 행사의 말미를 장식하는 퍼포먼스죠. 이제 풍물놀이의 가락과 연주는 사물놀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의 무대 위에 서있습니다. 그들이 전하는 한국이 흥 또한, 변하지 않았고요. 기분이 좋으면 좋은 대로, 기분이 처지는 날에는 기운 업~ 할 수 있는 묘약으로 말이죠. 여러분, 흥이 필요하신가요? 자, 그럼 삼도 사물놀이 공연으로 함께 놀아 보면 어떨까요?

 

 


참고자료
 - 문화재청국립문화유산포털 (http://www.heritage.go.kr/heri/idx/index.do)
 - 이성재, 『재미있는 우리 국악 이야기』, 서해문집,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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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6-04

키워드

#사물놀이 #풍물놀이 #김덕수 #남사당패 #국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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