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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악기 시리즈 ⑧] 아이폰 그 벨소리의 주인공, '마림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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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더 마이 텀 (Under my thumb)’. 영국의 록밴드 ‘롤링스톤즈’의 명곡 중 하나로 꼽히는 노래인데요. 가사 없이 들었다면 아마 이토록 발랄하고 경쾌한 노래도 없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하지만 가사와 함께라면? 순식간에 이 곡은 음침하고 어두운 곡으로 변해버립니다. 자신을 깔보던 여성이 이제는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왔다는 소름 끼치는 내용이죠. 동심을 자극하는 통통 튀는 음색에 씌워진 퇴폐적인 가사라니, 반전 중의 반전이 아닐 수 없는데요. 이 곡의 분위기를 확 뒤바꾼 사랑스러운 악기는 무엇일까요? 여러분들은 모르고 계시겠지만, 사실 이 악기는 우리 일상 속 무척 가까운 곳에 있답니다. 흔히 들을 수 있는 아이폰 벨소리의 주인공이기도 하거든요. 네, 오늘 ‘오케스트라 악기 시리즈’의 여덟 번째 주인공은 바로 쾌활함이 가득! 명랑함이 넘치는 마림바(Marimba)입니다.

 

👀익숙한 악기 마림바, 이건 몰랐죠?

  마림바는, 악기 자체를 손이나 ‘채’와 같은 도구를 이용하여 두드리거나 흔들거나, 긁어서 소리를 내는 타악기예요. 또, 음의 높낮이를 가진 ‘유율 악기’이자, 악기 몸통이 직접 진통하여 소리를 내는 ‘체명 악기(몸울림 악기)’이기도 하죠. 조금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아랫부분에 공명관이 달린 큰 실로폰쯤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어요.

 

 마림바 ⓒWikipedia

 

  마림바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이 단어는 아프리카의 종족 중 하나인 반투족이 쓰는 언어, 반투어에서 비롯되었는데요. ‘마(Ma)’는 ‘많은’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림바(Rimba)’는 건반, 음판을 의미한답니다. 마림바의 조상은 아프리카의 악기 중 하나인 발라폰1)으로 알려져 있어요. 현재까지도 연주되고 있는 발라폰이 과테말라에서 ‘마림바 데 테코마테스(Marimba de tecomates)’로 발전했고, 이곳의 흑인들이 노예로 이주하며 마림바는 남아메리카와 미국, 유럽 등지, 그리고 일본 등에까지 퍼지게 되었죠.

1) 발라폰(Balafon)이라는 단어를 풀어볼까요? 지금은 악기 자체를 발라폰이라고 하지만, 원래 이 단어 중 악기를 의미하는 부분은 ‘발라’ 뿐이었어요. 발라는 ‘발로’라고도 불렀는데요. 이 발라/발로를 연주한다는 뜻으로 발라폰이라는 단어가 탄생했답니다!

 

서아프리카에서 발전한 타악기이자 마림바의 조상인 ‘발라폰’ ⓒWikipedia

 

🤔우리, 어쩌다 친해졌더라…?

  (원래 친한 사이는 왜 친해졌는지 기억 안나는 것이 국룰 아닙니까) 실제로 마림바를 마주할 일이 많지 않은데도 여러분께 마림바가 낯설지 않은 이유는 아마 마림바의 닮은꼴 악기들이 이미 익숙하기 때문일 거예요. 마림바의 닮은꼴 악기로는 실로폰이나 비브라폰, 글로켄슈필을 꼽을 수 있는데요. 이 악기들은 재료와 사이즈로 구분할 수 있답니다. 마림바와 실로폰은 목재로 된 음판을, 비브라폰과 글로켄슈필의 재질은 쇠로 된 판을 사용해요. 실로폰을 목재로 만든다고…? 하시는 분들은 아마 금속 재질의 악기를 실로폰으로 기억하고 계실 거예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금속 재질의 악기를 자연스레 실로폰이라 불렀는데요. 하지만 이 악기는 실로폰이 아닌 글로켄슈필이라는 말씀! 또, 실로폰과 글로켄슈필은 휴대가 가능한 작은 사이즈인 반면 마림바와 비브라폰은 누가 봐도 휴대용은 아니랍니다. 쉽게 말해 실로폰의 목재 음판을 확장하고, 아래에 공명판을 부착한다면 마림바로 변신할 수 있는 것이죠.

 

마림바 닮은꼴 악기들 ©makeamarimba.com

 

🔍마림바 요모조모 뜯어보기!

  피아노의 건반 역할을 하는 마림바의 음판은 ‘톤 플레이트(Tone Plate)’라고 불리며 보통 자작나무로 만들어져요. ‘바 서스펜션 코드(Bar suspension cord)’라 불리는 줄로 연결되어 있는 이 음판은 길이가 길어질수록 낮은음을, 길이가 짧아질수록 높은음을 내죠. 마림바는 4옥타브를 넘나드는 음역대를 가지고 있는데요. 피아노처럼 2단으로, 아래는 ‘도, 레, 미, 파, 솔, 라, 시’ 음을, 위에는 ‘도#/레b, 레#/미b, 파#/솔b, 솔#/라b, 라#/시b’음이 자리 잡고 있어요. 2인의 연주자가 함께 연주할 수 있을 정도의 긴 폭을 자랑하죠. 프레임 아래에는 금속 재질의 원통의 파이프로 만들어진 공명통이 달려있어 음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해요. 이 공명통의 밑은 막혀있어 건반의 진동이 공명통 안에서 증폭하는 구조예요.

 

마림바의 구조 ©yamaha.com


  마림바는 ‘말렛(Mallet)’이라고 불리는 채로 음판을 두드려서 소리를 내요. 말렛의 재질은 다양한데요. ‘타구봉’, 즉 둥근 끝부분은 쇠, 경질 고무, 나무, 털실, 펠트 등의 다양한 재질로 만들어지죠. 재질의 종류에 따라 소리는 더 경쾌하거나 강하기도, 더 밝거나 부드럽기도 해요. 한 손에 하나씩 잡고 연주하기도 하지만, 솔로 연주를 할 때나 여러 화음이나 트레몰로와 같은 테크닉이 들어가는 작품을 할 때에는 한 손에 2개씩 총 4개나, 한 손에 3개씩 총 6개의 말렛을 쥐고 연주하기 때문에 보는 재미까지 쏠쏠하답니다.

 

다양한 말렛의 종류 ©merschenstudios

 

  마림바 협주곡으로는 프랑스의 작곡가 엠마누엘 세조네(Emmanuel Sejourne. 1961-)나 덴마크 작곡가 앤더스 코펠(Anders Koppel, 1947-), 과테말라의 작곡가 호르헤 사르미엔토스(Jorge Sarmientos, 1931-2012) 등의 작곡가들이 작곡한 오케스트라 협주곡이 있어요. 마림바는 20세기 중반에서야 현대식으로 개량된 악기라 오케스트라의 일원으로 연주되는 작품은 여타의 악기에 비해 매우 드문 편인데요. 그렇지만 악기의 특별한 음색과 폭넓은 음역 등 개성이 뚜렷한 장점이 있어, 다양한 악기들의 작품들이 마림바로 재편성되어 연주되고 있죠.

 

 

  마림바의 명랑한 소리. 그 뿌리는 아프리카 인들의 꾸밈없는 즐거움이 아니었을까 해요. 노예가 된 이들과 함께 아메리카와 유럽 대륙으로 퍼진 마림바에는 특유의 경쾌함이 그대로 전해져 내려왔는데요. 가사와 분위기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언더 마이 텀’처럼, 마림바가 이어온 밝은 음색 속에는 고달픈 일상을 견뎌야 했던 저들의 고난이 숨어있겠죠. 이제 마림바는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의 OST ‘언더더씨(Under the sea)’의 주 멜로디를 이끄는 악기로, 국민 휴대폰 벨소리로, 또 다른 다양한 음악에서 쓰이고 있어요. 앞으로도 마림바의 승승장구를 기대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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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8-29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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