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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에서 혁명까지! 스트라빈스키의 3대 발레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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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시간에는 발레 음악의 신분 상승을 이뤄냈던, 차이코프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의 발레 음악에 대해 알아봤어요. 차이코프스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작곡가로는, 올해 탄생 140주년을 맞이한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1882~1971)를 꼽을 수 있어요. 차이코프스키의 발레음악이 수려하고 우아하다면, 스트라빈스키의 발레음악은 독특하고 새로운 면이 많아요. 닮은 듯, 다른 두 천재 음악가인데요. 오늘은 스트라빈스키와 그의 3대 발레 음악에 대해 알아볼게요.   

 

무명 신인 작곡가에게 다가온 일생일대의 기회

  1882년에 러시아에서 태어난 스트라빈스키는 미국 국적을 가진 작곡가예요. 그의 아버지는 성 페테르스부르크 궁정의 오페라 수석 베이스였는데요. 정작 자신의 아들은 음악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어요. 음악가는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삶을 감내해야 했고, 음악가로서 성공하는 일은 무척이나 드문 일이었기 때문이었죠. 스트라빈스키도 차이코프스키처럼 부모님의 뜻에 따라 음악이 아닌 길을 택했어요. 페테르부르크 대학에서 법률을 전공했죠. 그러나 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그는 림스키 코르사코프(N. A. Rimskii-Korsakov, 1844-1908)를 찾아가 작곡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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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르 스트라빈스키 ⓒWiki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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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스키 코르사코프 ⓒWikimedia

 

  1908년, 무명의 신인 작곡가였던 스트라빈스키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게 되었는데요. 그가 작곡한 ‘불꽃(Fireworks)’을 듣고, 러시아 발레단의 수장이었던 세르게이 디아길레프(Sergei Diaghilev, 1872-1929)가 찾아온 것이었죠. 당시 러시아의 발레단 ‘발레 뤼스(Ballet Russes)’1)를 이끄는 공연 제작자로,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고 있었던 디아길레프는, 자신의 차기 작품인 불새의 음악을 만들어 줄 작곡가를 찾느라 애를 먹고 있었어요. 몇몇 작곡가들에게 부탁을 했으나, 시간이 촉박하다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거절당하기 일쑤였죠. 디아길레프는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적 재능을 알아보았고, 그에게 자신이 기획하고 있던 발레 작품, ‘불새(Fire Bird)’에 맞는 음악을 만들어 달라고 의뢰했어요. 

1) 발레 뤼스(Ballet Russes)는 1909년 세르게이 디아길레프가 세운 발레단이에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발레단으로 꼽히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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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진스키, 스트라빈스키, 디아길레프 ⓒWikimedia

 

  이렇게 해서 스트라빈스키의 3대 발레곡 중 첫 번째 작품인 ‘불새’가 탄생하게 되었어요. ‘불새’는 러시아의 동화와 민담이 섞인 이야기인데요. 황금사과를 따먹으려고 정원에 왔다가 왕자에게 붙잡힌 불새가 황금 깃털을 징표로 위급한 상황에서 도와줄 것을 약속한 이후, 왕자가 겪게 되는 모험을 그리고 있죠. ‘불새’는 스트라빈스키 음악적 특징 중 하나인 원시주의(Primitivism)2)적인 느낌이 잘 나타나는 곡인데요. 특히 관현악 파트가 무척이나 화려하답니다. 나쁜 카스체이와 그 무리들이 나올 때마다 나타나는 관악기의 불협화음과 끊임없는 템포 변화는 그 긴장감을 최고조에 이르게 해요. 첼레스타(Celesta)3)연주와 하프의 글리산도(Glissando)4)주법은 마법에 걸린 정원이나 불새가 나타날 때 신비롭고 음산한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드러내죠. ‘불새’는 1910년 파리에서의 초연 후 대성공을 거두었고, 이후 제작된 오케스트라를 위한 연주용 모음곡 역시 큰 호응을 얻었어요. ‘불새’의 성공에 힘입은 스트라빈스키는 바로 차기작 ‘페트루슈카(Petrushka)’의 음악 작업에 돌입했어요.

2) 원시주의(Primitivism) 음악은 현대음악의 한 흐름 중 하나예요. 후기 낭만주의의 화려함과 세련됨에 피곤함을 느껴, 원시적인 민족의 소박하고 야성적인 음악을 소재로 만든 음악이죠.

3) 첼레스타(Celesta)는 가정용 피아노보다 더 작은 건반 악기랍니다.

4) 글리산도(Glissando)는 음 높이가 다른 2개 이상의 음을 연결해서 연주하는 주법을 말해요.

 

첫번째 대작을 뛰어넘은 두번째 작품, ‘페트루슈카’

  ‘페트루슈카’는 플루트와 스트링의 빠른 반주로 신나고 즐거운 축제의 장을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해요. 이 작품에서는 많은 부분에서 피아노가 분위기를 주도하는데요. 예를 들자면, 세 명의 꼭두각시 인형들이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이나 페트루슈카의 절망과 탄식을 표현하는 장면이 그러해요. 일반 사람이 등장할 때보다 오히려 인형이 등장할 때 더욱 활기찬 음악을 사용해 꼭두각시 인형을 생생하게 연출해내고, 계속되는 오스티나토(Ostinato)5)반주와 불규칙적인 리듬에서는 원시적은 느낌을 강하게 드러내죠.

5) 오스티나토(Ostinato)는 일정한 음형을 같은 음높이로 계속 반복하는 주법이에요.

  프랑스 샤틀레 극장에서 발레 뤼스의 무대로 초연되었던 ‘페트루슈카’는 ‘불새’보다 성공적이었어요. 초연을 관람한 파리의 관객들은 주인공이 인형이라는 특이성과 비극적인 결말을 가지고 온 치정극이라는 점에 크게 환호했어요. 기존 자신들이 알고 있었던 낭만주의 시대의 전통적인 발레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기 때문이었죠. 페트루슈카 역을 맡았던 스타 발레리나, 바슬라프 니진스키(Vaslav Nizinskii, 1890-1950)의 연기와 몸짓 또한 빼놓을 수 없는데요. 무용의 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명성을 떨친 니진스키의 기묘한 동작과 공허한 얼굴 표정은 진짜 인형이라고 착각할 만큼 관객들의 몰입을 높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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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빈스키와 니진스키 ⓒWikimedia 
페트루슈카 역을 맡은 니진스키 ⓒWikimedia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봄의 제전’

  두 번의 연이은 성공을 이루고, 이 여세를 몰아 그는 그의 세 번째 발레 작품인 ‘봄의 제전(The Rite of Spring)’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봄의 제전’은 이전까지의 전통적인 음악 어법에서 탈피한 작품이에요. 스트라빈스키는 주로 현대적인 음악어법을 가지고 곡을 만드는 작곡가이긴 했지만, 차이코프스키의 영향을 많이 받은 그의 음악에는 음을 중시했던 전통적인 요소들도 같이 공존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봄의 제전’은 실로 ‘음악 혁명’이었죠. 악보 자체부터 너무 복잡했고, 불규칙한 리듬과 불협화음도 많이 등장해요. 때문에,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곡을 익히는데 유독 많은 시간이 걸렸고, 초연 역시 계획보다 1년 정도 미뤄야 했어요. 결국 1913년, 프랑스 샹젤리제 극장에서 니진스키의 안무로 초연하게 되었는데요. 관객들의 평은 어땠을까요? 두 작품의 대성공을 이룬 작곡가, 이 정도면 믿고 봐도 되는 것 아닌가요?

  하지만, 파리의 관객들에게 ‘봄의 제전’의 줄거리는 너무 야만적이었고,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은 ‘혁명’이 아닌, ‘충격’이었어요. 모든 것은 이전까지의 음악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에요. 한 곡 안에서조차 리듬이 변화무쌍했고, 심지어 종전에는 거의 볼 수 없었던 5박자, 7박자, 11박자가 난무했어요. 이전의 규칙을 파괴한 화성과 반음계 진행은 도저히 예측할 수 없었고 관객들을 불안하고 두렵게 만들었죠. 결국 지지파와 반대파로 나뉘어서 격한 논쟁과 소동이 일어났고, 극장 안은 함성과 야유로 아수라장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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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제전 ⓒKCBalletMedia 

  

  논란의 ‘봄의 대전’은 또 한 번의 반전을 이뤄낸 것으로도 유명해요. 초연 당일 소동으로 인해 ‘봄의 제전’은 오히려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되었고, 다음 해에 다시 무대에 올렸을 때는 큰 호응을 받으며 무사히 공연을 마치게 되었거든요. 현재, 이 작품은 불후의 명작 중의 하나로 남아있고, 발레 음악보다는 관현악곡으로 더 자주 연주되기도 해요. 

 

  차이코프스키가 발레 음악을 안무와 음악을 동등한 위치에 올려놓는 데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면, 스트라빈스키는 <봄의 제전>을 통해 발레 음악의 한계를 타파하고,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문을 활짝 열어 놓았어요. 이전의 두 번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실험적인 음악에 도전하기란,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거예요. 대중의 입맛에 맞추지 않고, 대중을 이끌어 가기란 용기가 필요한 법이니까요. 클래식 발레음악과는 다르게 그 어떤 안정감도, 즐거움도 선사하진 않지만, 오늘은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스트라빈스키처럼 새로움을 향한 용기가 필요하다면 말이에요.   

 

 

 

ㅇ 참고자료

 - 김효경. “스트라빈스키 <불새> 분석연구.” 석사학위논문, 국민대학교, 2021.

 - 권기배. “발레 뤼스와 원시주의음악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중심으로.” 외국학 연구 제56집, p.317-33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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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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