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천재로 태어나 신으로 남은 음악가

  • 1,504
  • 0
  • 글주소

  클래식계의 ‘천재 음악가’라고 하면, 누가 떠오르세요? 우리 모두의 머릿속에 아마 이 한 음악가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을까 싶은데요. ‘천재’라는 말로 그의 재능을 표현하는 것조차 역부족이죠. 그래서 소위 ‘음악의 신’이라는 별명을 붙인다면 좀 더 적절한 수식어가 될지 모르겠어요. 그는 당대 최고의 피아노 연주자이자, 35년이라는 짧은 생애 동안 600여 개의 불후의 명곡들을 남긴, 심지어는 음악의 모든 장르에서 최고 수준의 작곡 실력을 보여주었던 작곡가였어요. 베토벤, 슈만 등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음악가들이 한 결 같이 칭송했고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칭송받고 있는 음악가로 남아있는데요. 감 잡으셨나요? 바로, 모차르트입니다.  

 

모차르트, 천재의 탄생?!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Wikimedia
레오폴드 모차르트 ⓒWikimedia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 그는 정말 타고난 천재였을까요? 그는 3세부터 피아노에 관심을 보였어요. 몇 시간 동안 피아노 앞에 앉아서 피아노 건반을 눌러보곤 했는데요. 무작위로 아무 건반이나 뚱땅거렸던 것이 아니라, 3도 음정이나 협화음을 만들었다고 해요. 바이올린을 배우지도 않은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솜씨는 당시 바이올리니스트로 명성이 자자했던 아버지보다 뛰어날 정도였고요. 또, 모차르트는 5세에 작곡을 시작했어요. 6세에는 피아노곡을, 8세에는 교향곡을, 12세에는 오페라를 작곡하기에 이르렀죠.

  모차르트는 뛰어난 청력도 겸비했어요. 소리 예술을 하는 음악가에게 이보다 더 큰 축복이 어디 있을까요. 모차르트의 귀는 1/4음의 오차도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했어요. 약음기1)를 사용한 트럼펫 소리에도 놀라 기절한 적도 있었다고 해요. 당연히, 음이나 화음을 듣고 박자에 맞게 악보에 옮겨 적는 ‘청음’에도 뛰어났죠. 모차르트는 그가 들은 화음 속 어느 하나의 음도 놓치지 않았어요. 이렇게 보면 그는 모든 음악적 영역에서 탁월한 재능을 갖춘 천재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타고났다고 해서 세계적인 명성이 저절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죠. 모차르트가 이름을 날리기까지, 그의 아버지 레오폴드의 지대한 노력이 있었어요.

1)  악기의 음진동이나 전파를 제어해 음질에 변화를 주는 기구예요. 이 약음기를 사용하면 소리가 작아진답니다. 

 

맹모삼천지교… 아니, 맹부삼천지교!

  레오폴드(Leopold Mozart, 1719~1787)는 당시 인정받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였는데요. 아들의 숨길 수 없는 천부적 재능을 알아본 그는, 음악가로서 가지고 있던 자신의 모든 야망을 단념한 채 오로지 모차르트를 교육하는데 헌신했습니다. 그는 모차르트가 7세가 되던 해부터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지로 함께 연주여행을 떠났어요. 각국의 유명한 스승들을 섭외해 사사하고 연주회를 열어 모차르트의 기량을 뽐낼 기회를 마련해 주었죠. 그는 직접 모차르트의 연주회 티켓을 팔며 아들의 매니저 역할을 자처했던 ‘열혈 아빠’였습니다.

  고단했던 아버지와의 연주여행은 훗날 모차르트의 다재다능함을 꽃피게 해 줄 자양분이 되었어요. 국제적인 감각을 습득했고, 각 나라들의 다양한 음악적 양식을 배울 수 있었죠. 모차르트는 각 나라 음악을 단순히 익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음악 양식을 만들었어요. 그가 독주곡, 협주곡, 교향곡, 성악곡, 오페라 등 모든 영역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명곡들을 남길 수 있었던 까닭입니다.

 

샘솟는 영감을 바로바로 작곡으로

   진짜 실력은 정말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드러나기 마련이죠. 그의 즉흥 연주 실력은 동료 음악가들 사이에서 늘 화젯거리가 될 정도였어요.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리더(Ambros Rieder, 1771~1855)는 모차르트의 즉흥 연주를 듣고 감격에 차올라 이렇게 말했죠. 

“나는 운 좋게도 신과 같은 모차르트가 많은 사람 앞에서 연주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이때 느낀 엄청난 경이는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것이었다. 그는 치고 있는 곡을 뛰어난 솜씨로 변주시켰을 뿐만 아니라 즉흥연주 또한 그 누구보다도 탁월했다. 나는 아직까지 그렇게 위대하고 훌륭한 연주는 들어보지 못했다.”

   모차르트는 연주뿐 아니라, 작곡도 즉흥적으로 하곤 했어요. 연주 여행을 하면서 기차 안에서 작곡을 하기도 하고, 당구대에서도 작곡을 했다고 해요. 35세에 요절한 그가 무려 600여 개의 명곡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는 모차르트에게 얼마나 많은 음악적 영감이 샘솟았는지, 또 그가 이를 음악으로 표현할 충분한 역량을 갖췄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죠.

 

모차르트 자필 악보 ⓒWikipedia

  자, 오늘 이 글을 읽으시고 ‘역시, 타고 난 게 다했네’라고 생각하신다면, 섣부른 판단 일 수 있어요. 모차르트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천재이지만, 아버지 헌신과 함께 자신 스스로의 노력 역시 게을리하지 않았어요. 모차르트는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습니다. ‘아버지, 사람들은 나의 작품들이 쉽게 흘러나온다고 크게 착각합니다. 그러나 누구도 작곡을 위해 나만큼 많이 생각하고, 오랜 시간을 들이며 노력하지 않을 겁니다.’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았을 겁니다. 이런 노력으로 모차르트는 ‘음악 천재’가 아닌 ‘음악의 신’으로 남은 것이 아닐까요.

 

 

 

 ㅇ 참고자료
 - 쇤베르크(H. C. Schonberg). “위대한 피아니스트” 나남출판사, 2003, p.66
 - 강민지. “모차르트 Sonata No.18 in G Major K.301 분석 및 연구.” 석사학위논문, 수원대학교, 2021.

지금 로그인하시면
하루예술의 모든 콘텐츠 열람이 가능해집니다!

등록 : 03-07

키워드

#클래식 #모차르트 #레오폴드 #천재

이야기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