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은 ‘월드 클래스’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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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음악축제라고 한다면, 단연코 ‘빈 필하모닉’의 신년 음악회가 꼽힙니다. 1월 1일, 오스트리아 빈의 무지크페어라인 황금홀에서 열리는 신년 음악회는 빈 시청 앞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과 전 세계 70개국 TV와 라디오로 생중계가 될 정도예요. 과연, 세계적인 음악 축제라 불릴 만도 하죠?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18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과 함께 ‘세계 3대 교향악단’으로 불리는데요. 오스트리아의 자부심,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드디어 내한했습니다! 최고 43만 원까지 이르렀던 고가의 티켓 값에도 불구하고, 2400여 석의 관객석이 매진되어 그 인기를 실감케 했어요. 빈 필하모닉의 연주가 특별한 이유, 오늘 함께 알아볼까요?

빈 필하모닉, 이렇게 사랑받는 이유는?
먼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빈 필 사운드(Viennese Sound)’로 일컫어지는, 다른 오케스트라의 소리와는 다른 유일무이한 소리를 가진 것으로 유명해요. 이렇게 빈 필만의 독특한 음색은 그들의 독특한 운영 방식에서부터 만들어집니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다듬어지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해요. 빈 필하모닉 단원들이 오케스트라를 맡고 있는 빈 국립 오페라 오케스트라(Vienna State Opera) 단원 생활을 일정 기간 거친 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오디션에 합격해야 정식 단원이 될 수 있죠. 이 기간 동안 선배들로부터 빈 필하모닉만의 전통적인 연주법을 전수받아 익히고 입단하기 때문에 고유의 부드러운 소리를 유지할 수 있어요. 또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음악에 특화된 19세기의 악기들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어요. 관악기 군의 경우, 현대의 악기와 외관도 다르고 운지법도 다른 19세기 후반의 악기를 사용하고, 타악기도 현대의 플라스틱이 아닌 동물 가죽을 북면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빈 필만의 독특한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비결이죠.

빈 필하모닉을 끌어가는 지휘자가 궁금해!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1954년이래로 매 시즌 마다 투표에 의해 선출한 객원 지휘자들이 지휘를 맡아요. 각 지휘자에 따라 다른 해석과 분위기를 보여줄 수 있겠죠.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누가 다음 시즌의 지휘자가 될 것인지는 마치 선물상자를 열어보듯, 설레는 일이 될 거예요. 대표적인 지휘자들로는 빈 필하모닉의 대중화에 앞장선 카라얀(Herbert von Karajan,1908 ~ 1989)을 비롯한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 칼 뵘(Karl Bohm, 1894~1981), 주빈 메타(Zubin Mehta, 1936~), 마리스 얀손스( Mariss Jansons, 1943~2019)등 당대 최고의 지휘자들이 거쳐 갔습니다. 특히, ‘신년 음악회’에 어떤 지휘자가 초청될지는 늘 화제가 되는데요. 이번 한국 내한 연주는 2021년의 신년 음악회를 지휘했던 리카르도 무티(Riccardo Muti, 1941~)가 지휘봉을 잡았어요. 그는 이탈리아 출신의 거장으로, 1971년 카라얀의 초청으로 빈 필 하모닉과 인연을 맺었는데요. 이후로 객원 지휘자로서 빈 필하모닉을 6번씩이나 지휘한 이력을 갖고 있어요.

교향곡만을 위한 무대
오직 교향곡으로만 무대를 꾸민 것도 이번 공연의 특징이에요. 교향곡은 오케스트라로 연주하기 위해 작곡된 여러 악장으로 이루어진 큰 규모의 기악곡이에요. 교향곡에 소나타 형식을 확립한 하이든(Franz Joseph Haydn, 1732~1809)은 ‘교향곡의 아버지’라 불리죠. 18세기 중엽에서 19세기 초에 빈 고전파라고 일컬어지는 삼인방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의 대표적 장르로 자리매김하게 되면서 이후 음악회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답니다. 이번 공연에서 빈 필하모닉은 모차르트 교향곡 35번 ‘하프너’(Symphony No.35 D Major, K.385 ‘Haffner’)와 슈베르트 교향곡 9번 ‘그레이트’(Symphony N0.9 in C Major, D.944 ‘Great’)을 연주하며 교향곡의 진수를 보여줬어요. 이 두 교향곡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까요.
👉 소나타(Sonata) 형식
곡의 주제가 제시되는 제시부-제시부의 주제가 발전되고 변형되는 전개부-다시 주제가 나오는 재현부의 형태
1781년, 빈으로 이주하면서 자유 작곡가로 활동하게 된 모차르트는 개성이 뚜렷한 6개의 교향곡을 작곡했는데요. ‘하프너’는 이 6개의 교향곡 중 첫 번째로 쓴 곡이자 연주가 가장 많이 되는 곡 중 하나입니다. 1782년에 모차르트는 아버지로부터 세레나데를 작곡하라는 편지를 받았어요. 당시 모차르트는 무척이나 바빴던 탓에, 한 악장씩 완성된 곡을 아버지에게 틈틈이 보내 여러 주에 걸쳐 세레나데를 완성했어요. 그런데, 그해 연말에 모차르트는 아버지에게 ‘지난여름에 보냈던 세레나데의 악보를 보내 달라‘고 편지를 보냈어요. 자신이 빈에서 연주할 새로운 곡으로 쓰기 위해서였죠. 기존 세레나데의 행진곡 악장과 미뉴에트 악장을 빼고 조금의 편곡을 거쳐, 1783년 ‘하프너 교향곡’으로 완성된 이 곡은 당시 모차르트의 지휘로 초연되어 대성공을 거두었어요.
슈베르트 교향곡 9번 ‘그레이트’(Symphony N0.9 in C Major, D.944 ‘Great’)은 슈베르트가 작곡한 9개의 교향곡 중 최대 규모로 손꼽히는 마지막 교향곡으로, 베토벤 교향곡 이후 최고 수준의 교향곡으로 일컬어지고 있어요. 슈베르트가 병마에 시달리다 건강을 회복해 가던 말년의 1825년 5월부터 10월까지 오스트리아 중부를 돌아보는 긴 여행을 떠났는데요, 이때 아름다운 휴양지인 ‘그문덴’을 방문했고, 이곳에 영감을 받아 작곡한 교향곡이에요. 안타깝게도 슈베르트는 이 교향곡을 연주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어요. 당시 처음 이곡이 발표되었을 때, 너무 긴 길이의 곡인 데다 2대의 호른이 주제를 시작하거나 같은 선율과 리듬이 반복되는 독특한 기법을 갖고 있어 음악 애호가들의 비웃음을 샀던 곡이었어요. 하지만, 슈베르트 사후 10년에 멘델스존에 의해 초연되어 역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축제 분위기를 갖고 있는 모차르트의 ‘하프너 교향곡’은 모차르트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호쾌한 성격을 절도 있게 연주하여 연회에 온 듯한 느낌을 선사했고요. 연주 시간만 1시간이 넘는 슈베르트의 그레이트는 19세기의 구식 악기만이 낼 수 있는 관악기의 사운드가 곡 전체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절제되고 우아한 연주였어요. ‘빈필 사운드’의 진수를 들려준 공연이었죠.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처럼 아름답고 목가적인 풍경을 그려내며 유려하고 악장의 성격을 확실하게 표현하여 1시간여의 연주가 전혀 지루할 틈이 없이 빈 필하모닉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연주였습니다.
오직 교향곡만으로 두 시간 동안 펼쳐진 빈 필하모닉과 리카르도 무티의 공연은 이 조합부터가 명불허전이었는데요. 역시, 빈 필 사운드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었던 공연이었습니다. 리카르도 무티가 젊은 시절 보여주었던 박력은 조금 사그라들었지만, 80세의 나이에도 칼 같은 테크닉을 보여주었던 그의 강한 카리스마도 여전했고요. 리카르도 무티가 17년 만에 내한한 공연이라고 하니, 또 언제 한국에서 이 조합을 만나볼 수 있을지 조금은 아쉽기도 한데요. 2022년 1월 1일에 공연될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로 아쉬움을 잠시나마 달래 봐야겠습니다.
ㅇ참고 자료
- 세계 명지휘자 사전
- 두산백과
- 두길 서양 음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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